설 대목 재래시장 가보니…

입력 2009.01.21. 00:00 댓글 0개
“안된다 안된다 해도 올해같이 안될까”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엿새 앞둔 20일. 대목이지만 광주지역 재래시장에서는 설 특수를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재래시장의 경기 침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경기불황의 직격탄에 추운 날씨까지 겹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상인들은 올 설 대목은 유난히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보성, 해남, 장흥 등 인근지역의 상인들이 모여 매일 새벽 ‘반짝장’이 열리는 남광주시장. 장이 열리는 장터와 근처 대로변에는 새벽부터 수산물 등을 실은 트럭과 상인들로 가득했지만 장을 보러온 손님들은 평소보다 적어 설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없었다.
수산물을 판매하는 정모 씨는 “지난주부터 갑자기 추워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설이 가까워지면서 날이 점점 풀려 손님들이 늘긴 했지만 예년 수준만 못하다”고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5~6년 전 만 해도 하루 30만~5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제는 10만원 벌기도 힘들다”며 “명절 대목장인데도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가격만 물어 보고 발길을 되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나온 곽모 씨는 “과일과 차례상거리를 보러 20여 만원 정도를 가지고 왔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며 “올해 풍년이라고는 하는데 물가가 올라서인지 상차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 새뱃돈까지 계산하면 큰 부담이 예상된다”고 하소연했다.
광주의 최대 재래시장인 양동시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이 ‘재래시장 활성화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갑을 여는 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입구에 늘어선 노점상들은 설 대목임에도 자취를 감췄고 시장 내부의 손님들 발길도 줄었다.
양동시장에서 야채상을 하는 김모 씨는 “작년 설보다도 확실히 손님이 없다. IMF시절보다 더 하다”며 “구경하러 들어오는 손님도 손에 꼽을 정도다”고 힘없이 말했다.
과일상을 하는 한 할머니는 “오늘 하루 동안 손님이 10명도 채 안된다”면서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가는 사람들이 없어 물량도 추가로 확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시장에는 ‘세일’이라는 안내문을 내건 가게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손님 없이 주인만이 가게를 지키거나 셔터를 내린 문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그래도 상인들은 설 연휴 직전에는 손님들이 몰릴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남광주시장에서 20여 년째 수산물가게를 운영한다는 최모 씨는 “요즘 사람들이 명절을 얼마나 챙기려나마는 그래도 설 직전과 당일이 되면 찾는 이들이 있어 전감과 생선 등을 미리 손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을 엿새 앞둔 광주지역의 재래시장들은 손님이 줄어 썰렁하지만 떡집의 가래떡을 뽑는 분주한 손길과, 전집의 각종 전을 부치는 기름 냄새 등이 설이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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