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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빌딩 사태로 법개정 요구↑…"구조기술사 동반 안전점검 필요"
입력 2018.12.13. 14:38 댓글 0개육안 겉핥기 점검 막으려면 법개정 필요
국토부·서울시·강남구 책임 떠넘기기 급급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인 테헤란로에 있는 15층짜리 주상 복합 건물이 붕괴 위험에 처한 가운데 노후건물 안전점검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명무실한 육안점검을 방조하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서울시와 강남구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종빌딩은 15층짜리 건물이라 16층 이상 건물을 안전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15층짜리인 대종빌딩은 1991년에 지어진 후 27년간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테헤란로에 빌딩이 앞다퉈 들어서던 1990년대에 지어져 부실시공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다.
이 과정을 놓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강남구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국토부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관련 지침을 통해 지자체에 15층 이하 건물 안전관리 의무를 부과했으니 지정 여부는 서울시와 강남구 책임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강남구에게 위임된 업무니 강남구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부실점검이라는 지적을 받은 육안점검방식 역시 국토부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에 나와 있는 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남구도 육안점검의 한계를 인정했다. 구 관계자는 "육안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게 많다"며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발견되고 주민 신고에 따라 선제조치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구 관계자는 "국가안전대진단을 할 때도 육안으로 한다"며 "육안점검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아닌 건축사와 함께 하므로 눈으로 봐서 내부 구조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육안점검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건물 외장재를 뜯어보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육안점검은 불가피하다는 게 담당자들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한 것도 외장재를 뜯어보니 알게 된 것"이라며 "멀쩡한 건물에서 육안으로 해야지 외장재를 뜯어보면서 점검을 할 수 없지 않나"라고 항변했다.
그는 신기술이라도 도입해 안전점검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기술이 없는데 어떻게 도입하나"라며 현재로서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건물 노후화가 서울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선언적인 내용만 담은 현행법이 부실점검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현행법상 육안점검이 불가피하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건축구조기술사를 동반한 정밀점검을 의무화해야 대종빌딩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한용섭 부회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구조기술사는 건물 뼈대를 분석하는 공학자지만 건축사는 동선과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차이가 있다"며 "공간계획하는 건축사가 구조체를 봐도 분석이 안 된다. 건축사는 학교 다닐 때 구조공학을 배웠겠지만 실무에서는 안 해봐서 (구조상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건물이 마감재로 피복돼 있지만 천정을 열면 구조체의 맨얼굴을 볼 수 있다"며 "구조설계를 해왔고 공학적 지식이 있는 구조기술사는 균열을 봐도 균열의 양상을 보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15층 이하 건물 중 주거용에 한해서는 구조기술사가 참여하는 정밀점검을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건물을 대상으로 구조기술사 동반 점검을 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면서도 "다만 준공연도 기준으로 30년 이상 건물이나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거주용 건물은 정밀안전점검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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