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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방화 3남매 숨지게 한 엄마 항소 기각

입력 2018.12.13. 10:25 댓글 0개
항소심 법원 "1심 징역 20년 판단 적절"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광주고등법원. 2018.10.23.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항소심 법원이 자신과 자녀들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어린 자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20대 엄마에게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수환)는 13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A(23·여)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A 씨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는 1심의 형량이 너무 많다며, 검사는 1심의 형량이 너무 낮다며 각각 항소했다.

재판부는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처지를 비관해 우발적으로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심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닌 것이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의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결코 용서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고통과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단 "A 씨가 어린 나이에 피해자들을 양육하면서 겪게 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이혼 등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들의 유족이자 A 씨의 배우자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실화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방화의 고의를 가지고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인 사실이 없다. 당시 술에 만취,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 있었다'는 A 씨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사는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1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는 2017년 12월31일 오전 1시51분께 광주 북구 자신의 아파트에서 3남매가 잠든 작은 방에 불을 놓기로 마음먹고, 같은 날 오전 2시께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는 작은 방안쪽 출입문 문턱 부근에서 라이터로 이불 등에 불을 붙여 네 살과 두 살 아들, 15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자녀 양육 문제와 생활고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A 씨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봤다.

화재 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술에 취한 A 씨가 자녀들이 자고 있는 작은방 입구 쪽에 놓인 이불에 담뱃불을 끄는 과정에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A 씨가 담뱃불이 꺼졌는지 확인할 의무를 소홀히 했으며, 화재가 커진 상황에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A 씨가 구조 뒤 응급 진료 중 "라면을 끓이기 위해 붙인 가스레인지 불을 끄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 소환 뒤 "담뱃불을 터는 중 화재가 발생했다"며 진술을 번복하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한 여섯 차례의 조사, 화재현장 정밀감정,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 내용 분석·통합 심리분석 등에 나섰다.

이 과정에 '담뱃불에 의한 합성 솜이불(이른바 극세사 이불) 착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포함된 대검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대검 과학수사과 화재 감정 결과 발화지점이 '작은 방 방 안쪽 출입문 문턱에서 시작돼 방 내부를 전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는 회신도 받았다.

검찰은 '불이 난 작은 방에 있었다'는 A 씨의 진술 역시 허위로 봤다.

A 씨가 신고 있던 스타킹에서 탄화흔(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A 씨의 얼굴에 복사열 등에 의한 화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A 씨가 작은 방이 아닌 거실 등지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화재 당일 A 씨가 친구와 전 남편에게 화재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송한 점, 귀가 뒤 구조 직전까지 40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한 점, 아파트 월세 미납과 자녀 유치원비용 연체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실, 인터넷 물품 범행에 연관돼 변제와 환불 독촉을 받은 사실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A 씨가 실수로 불을 낸 것이 아닌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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