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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자라는 차준환, '차근차근' 강조하는 이유
입력 2018.12.11. 19:48 댓글 0개【인천공항=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사상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메달을 수확한 차준환(17·휘문고)이 귀국하면서 계속 강조한 단어는 '차근차근'과 '나만의 페이스'였다.
지난 9일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주 밴쿠버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치고 귀국한 차준환은 "큰 부상 없이 좋은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페이스에 맞춰서 차근차근 가고 싶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메달이 궁극적인 목표냐는 질문에도 차준환은 "한 번에 욕심을 내서 많이 하기보다 차근차근 매 시즌 발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실 차준환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차준환은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 무대였던 2017~2018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9위에 그쳤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그의 순위는 15위였다.
올 시즌에는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
2018~2019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개 대회 출전이 확정된 차준환은 9월에 2018~2019 ISU 챌린저 시리즈에 두 차례 출전했다.
어텀 클래식 인터내셔널에서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총점 모두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준우승했고, 핀란디아 트로피 에스포 2018에서도 준우승했다.
그랑프리 2, 3차 대회에서도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캐나다 퀘벡주 라발에서 열린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254.77점, 핀란드 헬싱키에서 벌어진 3차 대회에서 243.19점을 기록하고 2개 대회 연속 동메달을 땄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을 거머쥔 차준환은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인 263.49점을 얻어 동메달을 수확,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남녀 싱글을 통틀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것도, 메달을 딴 것도 '피겨여왕' 김연아가 2009월 12월 2009~2010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이후 9년 만이다.
시니어 무대 데뷔 시즌인 2017~2018시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굉장히 많이 배웠다. 올림픽 시즌 전까지만 해도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았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하고 나서 대회 때 나만의 루틴이 생기고 있다. 긴장이 돼도 어떻게 하면 실전에서 연습 때처럼 침착하게 임할 수 있는지 점점 더 배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차준환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차근차근'을 되뇌인다.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한 지난 시즌 커다란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발에 잘 맞지 않는 부츠를 신고 4회전 점프 훈련을 강행하다가 오른 발목과 왼쪽 고관절 부상을 입었다. 시즌 내내 차준환에게는 부상 악령이 따라다녔다. 제 기량도 발휘하지 못했다.
부상으로 인해 평창올림픽 출전권도 놓칠 뻔했다. 세 차례에 걸친 평창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한국 남자 싱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으로 4회전 점프를 구사하는 차준환이 출전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부상 속에 1차 선발전에서 3위까지 밀렸다.
하지만 3차 선발전에서 무리하게 쿼드러플 토루프를 뛰지 않고 쿼드러플 살코만 시도하는 안정을 택했고, 대역전극을 일궈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부상으로 인해 2017~2018시즌 그랑프리 6차 대회 출전도 포기해야 했다.
차준환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한층 경쟁력을 갖추려면 쿼드러플 살코, 쿼드러플 토루프 외에 다른 4회전 점프를 장착하는 것이 숙제다.
하지만 이 또한 '차근차근' 하는 것이 목표다.
차준환은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면 더 높은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시즌에 호되게 배운 것이 있다"며 "급하게 무리해서 기술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차근차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급하게 가다보면 부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발전하기보다 정체하거나 뒤로 물러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쿼드러플 루프, 쿼드러플 플립도 연습했지만 실전에서 시도하는 것도 서두르지 않을 작정이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루프, 쿼드러플 플립을 연습했지만, 프로그램 구성요소를 완벽하게 하는데 더 신경썼다'며 "두 점프 모두 성공률은 비슷하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가지 않고 부상 관리를 하면서 차근차근 연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츠에 문제가 계속돼 무리하게 훈련했다가 지난 시즌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차준환은 부츠 때문에 발목에 부상이 생긴 상태다.
차준환은 "그랑프리 2차 대회에 가기 일주일 전부터 부츠가 눌리기 시작했다. 부츠 때문에 복숭아 뼈 쪽이 부어 발목이 너무 아팠다. 제대로 걷지를 못했다"며 "3차 대회가 끝나고 부츠를 바꿨는데 너무 이상해서 며칠 씨름하다가 한 번 더 교체했다. 아직도 잘 맞지 않는다"고 발겼다.
그러면서 "그 때부터 파이널 끝날 때까지 회복을 못했다. 계속 발목 부상이 악화되지 않게 열심히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는 차준환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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