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어려운 보험약관 보험 소비자에 대한 또 다른 갑질이다

입력 2018.12.11. 14:23 수정 2018.12.11. 14:39 댓글 0개
박생환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

최근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사로부터 지급거절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암에 걸리기만 하면 무조건 지급을 보장 한다”는 설계사의 설명만 믿고 가입하거나 홈쇼핑 광고를 믿고 보험에 가입했지만 막상 암에 걸려 보험금을 청구하면 거절당하기가 일쑤다.

보험 회사는 고객이 진단받은 병명은 보험약관에서 정하는 암이 아니라고 하거나 유사암이어서 보험금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식으로 거절한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보험사의 설명을 들어보아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쉽게 납득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보험회사가 약관을 들어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쩌겠냐”고 벙어리 냉가슴이다.

왜 이렇게 보험금을 지급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은 걸까. 우선은 보험을 가입할 때 제대로 약관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두꺼운 책 한권쯤으로 되어 있는 보험약관을 확인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변호사인 필자조차도 보험에 가입하면서 약관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을 정도니 일반 시민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대부분 설계사가 건네주는 상품설명서 한 두 장 읽고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암보험상품의 약관을 보면 암진단비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서 악성신생물로 정의되는 질병에 해당한다는 진단병명 코드가 맞아야 한다. 두번째는 암 진단확정이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사 자격을 가진 자에 의해 내려져야 하며 이때 진단은 조직 또는 혈액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도 암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약관규정이 복잡하고 애매하다는 것이다. 일반소비자가 알 수 없는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보험약관을 제대로 설명해주는 보험설계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보험상품에 가입함으로써 향후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만 강조 한다.

실제 암진단서가 약관에서 정하는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가 발급한 것이 임상의사가 발급한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던 사례도 있다. 하지만 약관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법원은 약관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라고 주문 한다.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는 경우라면 고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약관 다툼이 있을 때 보험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법원은 암 진단비를 지급하는 보험약관규정이 그 목적이나 취지가 병리의사가 아닌 일반임상의사가 진단서를 발급하는 의료계의 현실에 비추어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가 조직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작성한 병리검사결과 또는 병리보고서를 토대로 진단서의 최종병명을 암으로 기재한 경우라면 약관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 전문의사에 의하여 암 등이 진단 확정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같이 보험약관은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지만 그 해석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성된 것이라면 약관을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이 있음에도 여전히 보험사와 소비자간의 보험금 분쟁은 날이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그만큼 보험약관에 의한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복잡하고 애매한 보험약관은 하루빨리 뜯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어려운 약관에 대한 해석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보험회사의 소비자에 대한 또 다른 갑질 일 뿐이다. 이제 사회분위기도 보험 갑질에 더 이상 관대할 수 없다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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