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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백종원 "요식업 위기, 비싼 음식값도 한몫···낮춰야"

입력 2018.12.11. 06:39 수정 2018.12.11. 07:59 댓글 1개
더본코리아 대표와의 만남①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그의 말이 곧 법이요 진리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대통령이나 누릴 정도의 높은 호감도와 지지도를 자랑한다. 그를 향한 존경심과 애정은 가히 종교의 그것에 버금간다.

백종원(52) 더본코리아 대표다.

백 대표는 성공한 외식사업가다. 그가 최대주주(지분 76.69%)인 외식 프랜차이즈사 '더본코리아'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빽다방' '홍콩반점' 등 20여브랜드 1400여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일군 재산이 1000억~2000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백 대표는 동시에 인기 방송인이기도 하다. 그간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은 '한식대첩 2·3·고수외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등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SBS TV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중이다.

나무가 크면 그늘 역시 큰 법이다. '설탕 과용' '골목상권 침탈' '방송 사유화' 등 논란을 빚었거나 빚고 있기도 하다.

그를 서울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음식값은 너무 비싸다. 낮춰야 한다."

백 대표는 "자영업, 특히 요식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음식값이 비싼 것도 한몫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기에 음식값마저 비싸다 보니 소비자가 외식을 삼가면서 음식점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로서 외국과 비교해 국내 음식값이 비싼 편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지만, 외식 사업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놀랍다.

백 대표는 "요즘 아침밥을 안 먹는 직장인이 많다. '바빠서 못 먹는다'고 하지만 사실 비싸서 안 먹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우리 외식업자가 양보해야 한다. 조금 힘들더라도 가격을 낮추고, 그러면서도 음식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 닫힌 소비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음식값이 싸지면 아침을 안 먹고 출근한 사람이 직장 근처에서 아침을 사 먹게 된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던 사람이 음식점에서 점심을 사 먹을 것이다. 저녁을 집에서 먹는 사람도 가족을 만나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간다. 외식이 자연스러워지면 시장이 커진다. 우리가 음식값을 조금 덜 받아도 오히려 매출이 커지게 되고, 시장이 더 잘 돌아갈 것이다."

음식값 인하 필요성을 설명하는 백 대표의 말은 청산유수다. 평소 지론이기에 그런 듯하다.

한국 관광산업 발전과 한식 세계화의 선결 조건으로도 확장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우리나라 음식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은 얼마나 비싸다고 느끼겠느냐"며 "외국인 방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음식값은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관광의 약점 중 하나가 비싼 음식값이라는 관광업계 일각의 지적을 알고 있기에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런데 저렴한 음식값과 한식 세계화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더본코리아는 현재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한식 브랜드 중 해외 매장이 가장 많다. 해외에 나가 보니 우리 외식 업체들이 빨리 해외시장에 나가야겠더라. 시장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면서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많이 와야 한다. 그들이 한식을 맛보고, 그 맛에 반해 자기 나라에 한식을 소개하면 한식을 현지에 확산할 기간을 단축하게 돼 자연스럽게 한식 세계화가 이뤄질 수 있다. 이는 곧 국내 외식 업체들에 기회가 된다"고 짚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자국에 한식을 소개하는 것과 국내 외식업체가 해당 국가에 직접 진출하는 것 사이에 중간 단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식에 매료된 현지인이 우리나라 레시피를 변형하지 않고 한식을 만들어 저렴하게 파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한식이 그 나라에 전파되면 한국인이 현지에 가서 오리지널 한식을 만들어 비싸게 팔아도 된다. 이미 현지인이 한식에 익숙해진 뒤여서다. 초등학교 앞에서 밀가루에 소시지 넣고 케첩 발라 팔던 저렴한 피자라도 먹어본 사람들이 성장했으니 이탈리아인이 만드는 오리지널 화덕 피자를 비싼 값을 주고도 사 먹게 된 것 아닌가."

이런 '빅 픽처'를 그리는 백 대표답게 '새마을식당' '빽다방' 등 그가 운영하는 20여 브랜드는 음식값(빽다방은 커피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 때문에 외식업계 일각에서 그를 비난하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힘으로 음식값을 터무니없이 낮춰 경쟁업체들을 고사시킨 뒤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라는 음모론도 뒤따른다.

하지만 백 대표 생각은 다르다.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보다 개인 음식점이 훨씬 경쟁력이 있을 수 있으니 잘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에서 하라는대로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본사가 공급하는 식재료만 써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우리 회사의 경우 가맹점 인테리어로 돈을 벌지 않지만, 식재료만큼은 우리가 저렴하게 구해다가 손질한 뒤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다. 개인 음식점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인테리어도 마음대로 해도 되고, 식재료도 주인이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가맹점이 본사에서 공급받는 것보다 품질 좋은 것을 더욱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그만큼 음식값을 낮출 여지가 큰 셈이다."

백 대표는 "우리나라 음식값은 과거 '이 가격을 받으면 돈 좀 벌지 않을까'하고 외식업자들이 생각한 가격대로 형성했다. 하지만 어느덧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가격이 돼버렸다"며 "이를 낮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외식업자들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비자들도 외식업자들을 이해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외식 사업이 힘든 것 중 하나가 일부 손님의 갑질이다. 과거 내가 음식을 시작했을 때를 돌아보면 손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 손님을 대하는 것이 겁나서 카운터를 보거나 서빙을 하기보다 주방에 숨어 요리만 하고 싶었을 정도다. 다만 당시에는 외식업이 수익성이라도 좋았지만, 지금은 손님 갑질은 여전한데 수익성은 나빠졌다. 그러니 좋은 뜻을 품고 외식업을 시작했다가 2~3개월가량 하고 그만두는 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음식점에서 직원 이탈이 심한 것도 손님 갑질 탓이 크다. 소비자도 이제 변해야 한다."

백 대표의 방송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어느 가게에서 "준비해둔 재료가 다 떨어져 음식을 더 못 팔게 됐다"고 사과하는 주인에게 "방송 좀 나갔다고 거만해졌다" "숨겨놓은 것 있을 테니 내놓으라"라는 식으로 막말을 한 손님이 있었다는 그의 귀띔은 제3자, 아니 제4자도 분노케 했다.

"시청자가 SBS TV '백종원의 3대 천왕'에서 외식업자들이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자장면 하나도 저렇게 정성껏 만드는구나'고 느끼고, tvN '집밥 백선생'을 본 뒤 직접 요리하며 '요리가 쉬운 것이 아니구나'고 깨닫는다면 소비자가 음식 만드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백 대표가 꾸준히 방송에 출연한 '이유'가 자기 포장도, 위선도 아닌, 진심이라고 느껴진 까닭이다.

백 대표는 "외식업자는 음식값을 낮추고, 손님은 음식 칭찬도 해주고 잘 먹었다고 고마움도 표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의 손바닥이 맞을 때 우리나라 외식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 이익은 나를 비롯한 외식업자에게도 오고, 소비자에게도 간다. 외식 사업하기에 좋은 나라, 외식하기에 편안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면서 "내가 일부의 오해를 사면서도 외식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송이라면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마음먹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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