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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 기각…검찰 "대단히 부당" 반발

입력 2018.12.07. 01:18 수정 2018.12.07. 08:10 댓글 0개
"박병대, 이미 증거 수집 이뤄졌다" 기각
"고영한, 구속 상당성 등 인정안돼" 기각
검찰 "범죄 규명 가로 막는다" 강력 반발
사법농단 수사에 급제동…차질은 불가피
【서울=뉴시스】고범준·김선웅 기자 = 박병대(왼쪽)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12.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과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에 즉각 반발했다. 두 전직 대법관을 구속한 뒤 이번 수사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을 겨냥하려던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되어 있는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고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영장기각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라며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급자인 임종헌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재판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 전직 대법관은 재판 개입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고, 그 후임자인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처장직을 수행했다.

이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법관 및 변호사단체 부당 사찰 등 전방위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핵심이다. 검찰은 당시 행정처가 일본 전범기업 측 대리인 측과 수시로 비밀리에 접촉하고, 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전임 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에 이어 지난 2014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이른바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강제징용 재판 지연 방안과 처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당시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청와대가 긴밀한 '유착'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시 행정처가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한 판사의 비위를 확인하고도 감사나 징계 없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다.

그는 아울러 헌재 내부 동향을 파악한 뒤 특정 사건 대법원 선고 일정을 앞당겨 잡도록 법관에게 지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 등도 받는다.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혐의도 구속 심사 대상이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특정 법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가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 문건 등을 확보, 수사를 벌인 뒤 이들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혐의가 중대한 반(反)헌법적 범행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무작위 전산 배당 절차로 심사를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했지만, 이 부장판사가 연고 관계를 이유로 회피 신청을 냈다. 이후 심사는 임민성·명재권 부장판사에게 재배당됐다.

박 전 대법관은 구속 심사에서 혐의를 사실상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책임의 정도가 다른 피의자들에 비해 가볍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na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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