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위로(慰勞)

입력 2018.12.05. 14:56 수정 2018.12.05. 15:14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12월은 해가 바뀌는 교차로이자 겨울의 길목이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우며 지는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누구나 12월이면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후회와 아쉬움을 피력한다.

올 한 해도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으로 남북 화해의 물꼬가 터졌고 지방선거 후 지자체 수장들의 얼굴이 바뀌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국내외적으로 굵직한 일들이 있었는가 하면 우리 모두에게도 크고 작은 일상사들이 365일의 시간 위에 새겨졌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과 숨가쁜 삶 속에서 1년을 하루처럼 살아냈다.

정치는 어수선했고 경제는 아파트값 폭등과 실물경제 침체 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다.

고되고 힘든 삶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통계가 있다.

한 해 동안 팔린 베스트셀러 집계 현황이다.

올해 출판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위로’였다. 힐링 에세이와 페미니즘 도서가 강세를 보인 반면 소설 판매는 부진했다.

교보문고의 ‘2018년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및 결산 발표’(2018년 1월1일~12월2일)에 따르면 힐링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1위에 올랐다.

이처럼 독자들에게 위로와 따뜻한 말을 건네는 책이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문고 측은 “좀처럼 열리기 어렵다는 40대와 50대 남성들 지갑까지 열린 것은 ‘캐릭터가 귀여워서’라는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팍팍하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6종이 삶에 위로를 건네는 에세이였다.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2위),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3위),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5위),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6위),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7위)가 주목받았다.

인터파크도서에서도 베스트셀러 종합 1위(2018년 1월1일~11월30일)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다. 2위는 ‘모든 순간이 너였다’, 3위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다.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서라도 위로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싶다.

특히 무거운 책임과 부담을 지고 있는 40-50대 남성들도 업무 스트레스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등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두드러졌다.

누구에게나 삶의 무게는 버겹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헤쳐가는 각자의 마음과 자세다.

김상용 시인은 자신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왜 사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왜 사냐건 웃지요”라고 답했다.

오늘 하루 옆에 있는 이에게 미소 지으며 작은 위로를 건넨다.최민석 문화체육부 부장 cms20@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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