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지방분권, 지방정부의 재정 균형부터 출발해야

입력 2018.12.04. 15:37 수정 2018.12.04. 16:15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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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민국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IMF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선진국에 대한민국은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짧은 기간에 이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중앙집권적 국가운영방식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격차확대’라는 씁쓸한 그림자를 남겼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격차해소’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지역간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현재도 대한민국의 많은 ‘격차’가 우리사회의 성장을 더디게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의 경제 지표가 이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천명하였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격차를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간 지방분권 개헌 발의도 있었고 최근에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어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추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재정분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자치분권의 핵심은 재정분권이라고 말한바 있다. 지방이 주도적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제도의 큰 틀을 바꾸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여 지방재정의 부담을 줄이고 임기내에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만들되, 장차 6대 4까지 갈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 경제력과 인구규모가 열악한 지방정부일수록 재정분권의 효과가 ‘남의 잔치 구경’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기준으로 지방소비세 총액은 약 6조원 규모다. 이중 경기도는 18.2%, 서울은 16.3%다.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비율은 39.1%다. 이해 반해 전남은 4.0%, 광주는 3.3% 수준이다. 향후 지방소비세 등 비중이 확대된다면 수도권의 증가분에 비해 지방의 증가분은 미비할 것이 분명하다.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재정분권이 추진된다면 지방정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지방정부의 재정력 격차가 확대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고용정보원 ‘지방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지자체중 30년 이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지자체는 89개 지자체다. 전국의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멸예상 지역은 비수도권 지역이다.

재정분권을 추진함에 있어 열악한 지방정부에 대한 배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정분권 추진방안을 발표(2018.10.30.) 하였다. 여기에 따르면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확대하고 지방이양 사업 비중을 고려한 배분기준을 마련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지방소비세율 추가인상분에 대해 지역별 가중치를 두어 수도권, 광역시, 도에 대해 각각 1:2:3으로 적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식의 재정 균형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부분적인 재정 균형 장치로는 재정 균형의 모양새만 갖출 뿐 의미없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지방의 인구감소 속도를 감안할 때 획기적인 재정 균형을 위한 장치 없이는 지방정부의 소멸을 막을 수 없다.

재정분권은 반드시 재정 균형을 염두해 두고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의 성장은 지역에서 시작한다’며 ‘243개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의 성장판이 열려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장판은 적자생존의 결과물이 아니다. 고르게 성장해야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성장판의 4분의 1이 사라질 위험에 놓인 현 상황에서, 진정한 재정 균형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용재 전남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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