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혜경궁 홍씨

입력 2018.12.04. 15:32 수정 2018.12.04. 15:37 댓글 0개
도철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경제에디터

과거시험에 낙방만 하던 아버지의 홍봉한의 뜻에 따라 기적처럼 10살 어린나이에 세자빈에 간택된다. 그렇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기대했던 화려한 궁궐 생활보다 정신병에 걸린 세자 남편과 노론과 소론의 당파 싸움, 뒤주 속에서 죽어가는 남편과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등 비운의 시간들이었다.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한중록(閑中錄)의 저자 혜경궁 홍씨. 남편과 사별한 뒤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에서 목숨까지 걸고 30년 세월을 지켜낸 아들이 왕(정조)이 되기까지 얼마나 아픈 시간을 버텨냈을까?

그것도 잠시 정조마저 45세 젊은 나이에 승하하고 혜경궁 홍씨는 다시 정순왕후의 수렴청정과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국운이 기우는 모습을 다 지켜보다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지내 온 70년의 궁중생활을 60살이 넘은 나이에 하나하나 기억해 가며 적어 내린 회고록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진 ‘한중록’이다.

몇 차례 나누어서 쓴 글을 후대에 모아 작성한 것이라지만 섬세한 필치로 삶을 비교적 솔직하게 적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혜경궁 홍씨가 기록한 한중록에 대한 진실성 등을 놓고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한 많은 여인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논란의 중심은 한중록이 사도세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자신의 친정, 홍씨 집안을 방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혜경궁 홍씨가 사도세자인 남편의 죽음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고 정조와도 정치 노선이 달라 남편보다는 친정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물론 혜경궁 홍씨를 두둔하는 주장도 있다. 정신과 의사가 분석한 논문을 보면 한중록에 기록된 사도세자의 행동들이 정신병적 증상에 들어맞는 내용으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어, 현대의 정신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 거짓으로 기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기구한 인생의 삶이 최근 좋지 않게 되살아나고 있어 안타깝다.죽은 영혼이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마저 힘들었을 텐데 몇 백 년 뒤 후손들이 또다시 논란꺼리를 만들어 버렸다.

혜경궁 김씨 아니 정확히는 혜경 김씨 사건이다.

대선 후보 이재명을 지지하던 @08_hkkim(정의를 위하여)라는 아이디를 가진 트위터러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등을 근거 없이 폄훼하는 선거법 위반에 해당 되는 글을 올렸는데 이 계정의 주인이 이지사의 부인 김혜경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논란이다.

수사 중인 사건은 법원에서 잘 판단하겠지만 하필 누리꾼들이 붙여준 별명이 아이디 이니셜 hk에서 따온 혜경이었고 그래서 ‘혜경궁 김씨’가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혜경궁 홍씨 영혼이라도 편안히 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도철 지역사회부장 douls18309@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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