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다시, 허지은 감독을 만나다

입력 2018.11.29. 17:59 수정 2018.12.04. 12:16 댓글 0개
김채희 컬처에세이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얼마 전 광주영화계에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 지역에서 만든 독립영화 '신기록'이 미장센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이다.

미장센 영화제는 가장 주목받는 단편영화제로 최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경미('비밀은 없다'), 나홍진('곡성'), 윤종빈('공작'), 조성희('늑대소년'), 김한민('명량') 등 많은 감독들을 배출했다.

'신기록'은 지역에서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허지은, 이경호 감독의 공동연출작이다. 특히 허지은 감독은 작년 광주여성영화제와 함께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광주를 대표하는 여성감독이다.

허지은 감독을 처음 만나게 된 건 2013년 여름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영화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록하는 기획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그때 허감독을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인터뷰 질문에 대해 꼼꼼히 준비해 왔었고 이야기를 나눌 때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전달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여성감독으로써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본인이 여성이라는 자각을 그동안 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대학시절 영화동아리에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이래 남성 선, 후배들과 영화라는 취미를 공유하며 지내왔고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단다.

그렇지만 그 질문을 받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살면서 약간씩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꼈을 때,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었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본인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광주여성영화제가 여성감독을 호명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 인터뷰 이후 허감독의 작품세계는 '여성'에 더 천작하게 된다. 올 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본선에 진출하기도 한 '오늘의 자리'는 기간제 교사가 사립고 채용면접을 보러 가 우연히 고등학교 때 은사를 만나게 되는 하루 동안을 여성의 시선으로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광주여성영화제 제작 작품인 '돌아가는 길'에서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의 비애를 가정과 사회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였다.

몇 편의 시나리오를 함께 썼었던 이경호 감독과 공동연출을 한 <신기록>은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영상미로 전달하고 있다.

오랜만에 이 글을 위해 허지은 감독과의 인터뷰 기록을 다시 보았다. 영화를 관객으로서만 즐기던 고등학교 시절, 이런 일기를 썼었다고 했다. '영화나 그림, 이런 것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가지만 그것은 배고픈 것이니까 못한다.' 라고. 그는 영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었고 사실 가난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지역에서 쭉 영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인들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더 만들어져야 하고 그럼으로써 관객인 우리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그들이 성장하여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멋진 상업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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