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고진감래(苦盡甘來) 수험생들에게 갈채를!

입력 2018.11.27. 18:56 수정 2018.12.04. 11:28 댓글 0개
정화희 교단칼럼 운리중학교 수석교사

지난 토요일 제자들과 함께 담양 병풍산에 다녀왔다. 깊어가는 가을 날 사방 단풍들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연기(演技)를 꿈꾸는 명석이도,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기용이도, 아직 진로를 잘 모르겠다는 문석이도, 성준이도 자연 속에서만큼은 재잘재잘 할 말이 많다.

학교에서는 조용한 성품으로 크게 시선을 끌지 못하는 아이들과 희망교실 이름으로 함께한 지 2년째. 젊은 교사시절에는 학교에서도 속칭 잘 나가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연륜이 더할수록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자신의 진로 꿈을 찾아 노력하는 친구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가는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 2학년인 이 친구들도 내년 이맘때쯤 대학을 준비하느라 치열하겠지! 

이제 이틀 후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전국의 모든 고3 학생들과 재수를 준비한 학생들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하루를 이겨낼 것이다.

3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학창시절 시계는 12년 동안 수학능력시험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의 시계도 온통 이 날에 맞추어서 생활을 해오고 계신다.

수시 전형의 확대로 이전보다는 비중이 약해졌으나 여전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잣대는 우리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고부담시험(high stake test)'의 최고봉이다. '고부담시험'이란 학습 주체인 학생만이 아니라 학교, 교사, 학부모, 사회 모두의 의사 결정에 크나큰 영향을 미치는 시험을 일컫는다.

그만큼 정책 결정에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아쉽게도 평가를 통해 교육 활동의 결과인 학습자의 성취도를 파악하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긍정적 측면은 사라지고 입시위주 교육, 사교육 유발 등 평가를 위한 교육이라는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 및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곧 미래 역량을 측정한다는 원래 취지는 어디로 가고 EBS 교재 연계를 포함하여 어느새 문제풀이 교육이 되고 있는 우리의 교육을 목도(目睹)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SAT(미국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꼭 치러야 하는 미국 수학능력시험으로 전 세계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에 시험이 진행된다)처럼 논리력과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하였으나 어느새 지식과 기능을 측정하게끔 변질되어 문제 푸는 기술을 익히는 시험이 되고 말았다는 평가가 중론(衆論)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출범하였다. 그러나 여러 여건으로 인하여 생각은 있으나 생각하는 자는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목표를 향하여 수고한 수험생들과 부모님들께 위로와 격려를 드리고 싶다. 교육 환경의 변화와 입시제도, 수능 시험의 성격이야 제도적·정책적 결정사항이기에 관료들이 할 일이고 우리들 입장에서는 그대로 최선을 다하고 성취해 내는 것 이상 아름다운 모습은 없기 때문이다.

100일 기도를 올리는 모정, 하루 종일 교문 앞에서 기다리시는 부모님의 사랑, 시험장에 들어서며 부모님께 넙죽 절하는 수험생의 공경, 이 모든 것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다. 이것 이상 아름다운 풍경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우리 남도와 빛고을의 학생들이 누구보다도 우뚝 솟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부모가 이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였던 것만큼 우리의 제자들과 자녀들은 학력 면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빛나는 그 날이 되길 응원한다.

공부 결과와 상관없이 故 박완서 님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속 주인공처럼 힘듦 속에서도 의지로 완주하길 바란다. 남은 이틀 간 자기 예언을 통한 자신감의 내면화, 시간 관리와 적절한 요약 정리, 시험 당일 육체적·심리적 컨디션의 조절 등을 통하여 최고 역량을 발휘하길 소망한다. 시험이 끝나서는 후회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그 동안 미루었던 소확행의 즐거움을 누리길 꿈꾼다.

훗날에는 곡학아세(曲學阿世) 폐쇄적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사회 공동체를 지향하는 멋진 지성인들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나아가 힘들었던 2018년 우리 지역의 교육 가족들 - 여러 사회 요인으로 인하여 상처받았을 우리 선생님들과 제자들이 다시 존경과 사랑을 회복하고 여름철 흘렸던 땀방울만큼이나 열매도 크게 맺을 것이라 믿는다.

또한 고생하신 부모님들께도 감사와 찬사를, 아울러 산행에 함께 했던 모든 제자들에게도 큰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파이팅!!!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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