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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헥터-켈리, 사례로 본 외인 세금 문제
입력 2018.11.24. 05:32 수정 2018.11.24. 14:04 댓글 0개사람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은 항상 있다. 다만 그 제도의 변경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KBO 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을 떠나는 이유로도 지목될 정도다.
KBO를 대표하는 기량, 그리고 그에 걸맞은 연봉을 받는 헥터 노에시(KIA)는 올 시즌 내내 심기가 편하지 않았다. 세금 때문이었다. 그간 세금을 성실하게 낸 줄 알았는데, 갑자기 거액의 세금을 더 내라는 통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KBO 리그에서 오랜 기간 뛴 다른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각 구단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세청의 시행령 개정 때문이다. 사실 제도가 바뀐 것이 2015년이니 시간은 꽤 흘렀다. 문제는 내용이 정확하게 고지되지 않아 선수들이 제대로 대처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세금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다. 국세청이 선수들의 세금 문제를 구단에 일일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수들에게도 제대로 고지가 되지 않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구단도 알 수가 없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탈세가 된 것”이라고 문제의 발단을 설명했다.
이전까지 외국인 선수들은 '비거주자'로 판단, 급여에서 소득세 22%를 원천징수했다. 나머지 세금은 본국 사정에 맞게 처리했다. 미국 선수들이 그나마 편하다. 한국과 미국은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조세 협정을 맺고 있다. 자신이 내야 할 전체 세금 중 한국에서 낸 세금을 뺀 차액을 미국에서 납부해왔다.
그런데 2015년부터 외국인 거주자 요건이 1년에 183일 이상으로 적용됐다. 대부분의 KBO 리그 외국인 선수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거주자가 되면서 종합소득을 신고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현재 종합소득세율은 과세 표준 1억5000만 원에서 3억 원 사이는 38%, 3억 원 이상 5억 원 이하는 40%, 5억 원 초과는 42%다. 과세 표준은 종합소득금액에서 여러 가지 소득 공제를 빼고 산출된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 선수들처럼 소득 공제를 위한 준비가 철저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는 22% 원천징수면 끝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헥터를 비롯, 메릴 켈리, 더스틴 니퍼트, 조쉬 린드블럼 등의 선수들은 KBO 리그에서 오랜 기간 뛰며 큰 돈을 벌었다. 이들 대부분이 최고 세율을 적용받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전무했다. 헥터의 사례로 돌아가면, 헥터는 세율이 22%에서 40%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세금이 기존의 두 배가 됐다. 그리고 올해는 2015년 이후 미납했던 세금까지 포함된 고지서를 받았다. 일부 선수들은 “이것을 일시불로 내야 하는가”라고 문의하며 울상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한 세무사는 “헥터의 연봉으로 봤을 때 금액이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연봉은 물론, 옵션으로 받는 금액이나 우승 보너스까지 모두 종합소득세 대상이 된다”면서 “정확한 종합 소득과 기납부세액을 몰라 산출은 어렵지만, 연봉을 미뤄 봤을 때 지난 2년치 미납액까지 한 번에 몇 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더 있다. 한국은 헥터의 모국인 도미니카 공화국과 조세 협약이 없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낸 세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도미니카에서 헥터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면 또 내야 한다. 때문에 헥터의 실수령액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협정이 있는 미국 선수들이 그나마 유리한 이유다. 헨리 소사(전 LG)와 같이 국적과는 별개로 미국 영주권이 있는 선수들 또한 사정이 나을 수 있다.
이 세무사는 “헥터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올해 한국을 떠나면 내년에 당국이 세금을 추징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선수들이 한국에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라 압류를 할 것도 없다”면서 재계약에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들로서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 아니라면 재계약을 하지 않고 팀을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물론 탈세를 했다는 꼬리표는 붙는다.
켈리는 미국 국적이라 좀 더 편할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은 케이스다. 거주자·비거주자 문제가 핵심이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나 팀 동료인 제이미 로맥의 경우는 ‘비거주자’로 인정을 받았다. 미국이나 캐나다에 항구적 주거가 있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사유를 인정받았다. 힐만 감독의 경우 종합소득세 22%를 한국에 내고, 나머지는 미국의 세법에 맞게 미국에서 납부하면 된다.
그런데 켈리는 ‘거주자’ 신분 판정을 받았다. 3.3%를 원천 징수하고, 거주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소득은 물론 해외 소득까지 한꺼번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문제는 켈리가 지금까지 미국에 낸 세금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켈리는 지금까지 차액을 미국에서 납부해왔다. 그런데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거주자로 분류가 됐다”면서 “국세청은 ‘당신이 미국에 잘못 냈으니 일단 세금을 한국에서 다 내고, 미국에서 돌려 받으라’는 식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 세무 당국에서 환급을 받을 만한 방법(경정청구)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지 낸 세금만큼 앞으로 낼 세금을 깎는 것 정도가 가능한데 이 또한 증명 방식이 복잡하다. 켈리는 일단 부과된 세금을 모두 내고 미국에 가겠다는 생각이지만, 앞으로의 복잡한 절차를 생각하면 역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헥터와 켈리의 사례로 보듯이, 현행 국내 세법에서 조세 협약이 있는 미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세율을 적용받지만 적어도 이중과세의 위험성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조차도 조세 협정이 없다. 한편으로는 거주자·비거주자 분류의 확실한 기준도 없다. 지금까지는 ‘결혼’이 대체적인 기준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비거주자'로 인정받았던 로맥이 내년에 '거주자'로 분류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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