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형일자리, 배반과 혁신의 경계에서

입력 2018.11.19. 16:24 수정 2018.11.19. 16:31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광주형 일자리’가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동자 고액 연봉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한다’,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 반값연봉 공장 등으로 불린다. 허나 노조와 언론이 연봉 수치에 매몰돼 있는 사이 실험적인 내용이 도외시 되고 있는 듯해 아쉽다. 정부와 지자체(광주시)의 노동자 ‘주거·육아·여가생활 지원’을 핵심 의제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시선이다.

노조가 연봉과 경영참여 등에 매달리는 사이 이 부분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더니 아직 구체적 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노동자 주거와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취약한 급여로 집 한 채 장만하려 미래를 저당잡힌채 매달려야고, 친정이나 시댁 등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아이를 키워야하는 각자도생의 한국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며칠 전 금속노조기아차지부의 광주형 이 자리 반대 뉴스에 기아차지부에 원문을 부탁했다. 실망스럽게도 격문에 가까운 노조의 선언은 정부의 지역감정 유발 시도라거나 정경유착 의심 등이 주 내용이었고 새로운 노동복지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 요구사항도, 연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노조의 배반인가.

일자리가 전가의 보도가 돼서도 안되지만 처음 등장한 ‘노동자 복지’를 연구조차 않는 행태를 노동자 ‘동반’으로 봐야할지 ‘배반’으로 봐야할지 난감하다.

여기서 잠깐 다른 나라 복지 현황을 잠깐 들어보자.

최근 현지에서 본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복지 시스템은 우리나라 현실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이라 해야할 정도다.

스웨덴은 아이양육과 교육·국민건강(의료)을 국가가 책임지고, 주거도 공공재로 사회(국가)가 공급한다. 의료는 무상의료(국민세금으로)가 기본이다. 최소한의 치료비만 개인부담인데 이경우도 한 사람이 연간 일정액수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임노동자든 저임 노동자든 차별이 없지만 명백히 저임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또 하나,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정책은 네덜란드 주택정책이다.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라는 독특한 이 나라의 주택문화는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원 아래 민간이 공공개념으로 주택을 보급한다. 대부분이 임대주택인데 계층에 관계없이 이나 국민 대부분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거나 거쳐간다. 사유주택도, 비싼 고급 주택도 있지만 공공재로 공급돼 집 한 채 얻자고 서민들이 전 생애를 저당잡혀야할 일은 없다.

물론 이들 나라도 이같은 제도가 형성되기까지 고민과 시행착오의 100여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거쳐왔다.

뜬금없이 다른 나라 복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광주형 일자리의 실험성 때문이다. 노조의 반대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광주시민들이 보다 더 면밀히 들여다 봐야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는 거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에 제기된 노동자의 ‘육아, 주거, 여가생활’ 등에 대한 지원체계를 꼼꼼히 살펴 국가가 보장하지 못하는 삶의 여건을 최소한 광주형 일자리에서라도 실험해보는 전략적 시도가 뒤따라야하지 않을까 싶다.

국가와 지방정부에게만 요구할 것인지, 기업 참여도 이끌어낼 것인지, 수준은 어느 정도로할 것인지. 육아와 주거복지 논의가 연봉액수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안정감을 줄수도 있도록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여 향후 한국 노동자들은 주거나 육아 등 최소한의 삶의 여건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모델로 자리잡는다면 실험에 주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싶다.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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