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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리뷰] 또 진화한 조성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입력 2018.11.18. 08:26 수정 2018.11.18. 09:54 댓글 0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쇼팽, 드뷔시를 중심으로 한 순수하고 서정적인 타건 연주자?

16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흡입력으로 소리를 톺아보게 만든 조성진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청량하면서도 위풍당당했다. 이번에 첫 내한한 영국의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59)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110년 전통의 이탈리아 명문 음악단체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의 무게감, 베토벤이 주는 엄숙함에 눌리지 않았다.

1악장에서 피아노가 등장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면도날처럼 등장한 조성진의 피아노 소리는 만만치 않은 군사들을 이끄는 장수처럼 선봉에서 화려한 오케스트라를 리드해갔다. 쉴 틈 없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주고 받는 가운데도 템포를 잃지 않았다.

강렬하고 활기찬 3악장이 화룡점정이었다. 조성진은 폭풍우 속으로 거침 없이 뛰어들어 오케스트라 진군을 독려하는 뿔나팔을 부는 듯했다. 하지만 독불장군처럼 튀지 않았다. 맑고 밝은 자신의 소리는 유지하면서 오케스트라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조성진은 순간의 감흥을 최대치로 내뿜는 직관적인 스타일은 여전했으나, 곡의 구조적인 것을 읽고 설계도를 짜가는 내공이 한층 단단해진 듯보였다. 호흡 조절이 완숙했고 타건도 강도가 더 세졌다.

건축학적인 베토벤을 껴안은 조성진은 또 진화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곡에 녹아들어가는 숙련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공교롭게도 조성진은 도이치 그라모폰 세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모차르트: 피아노 피아노 협주곡 20번, 소나타 3번 & 12번'을 발매했는데 화려한 모차르트에 청량한 강렬함을 심은 연주를 담았다.

젊은 연주자가 자신에게 대중이 경계지은 작곡가의 테두리를 걷어내고 다채롭게 스펙트럼을 넓히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얼마나 특별한가. 조성진이 이날 앙코르로 들려준 리스트 사랑의 꿈은 조성진답게 황홀했다. 사인회 줄은 어김없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를 가득 채웠고 사인회는 자정 가까이 이어졌다.

한편 파파노와 산타 체칠리아의 이번 내한공연은 강행군이었다. 첫날 공연인 전날 글린카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다닐 트리포노프(27)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등을 들려줬다.

특히 둘째날인 이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앞과 뒤로 베토벤 교향곡 2번,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배치했다. 베토벤 3곡은 정상급 오케스트라에게도 만만치 않은데 110년 전통의 산타 체칠리아는 이 무게감을 오롯하게 건뎌냈다. 특히 운명 교향곡으로 통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연주는 현란하면서도 밝은 본인들의 스타일을 지켜냈다.

파파노와 산타 체칠리아 그리고 조성진은 17일 오후 5시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서 한차례 더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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