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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지적장애인 일시키고 돈한푼 안준 부부

입력 2018.11.16. 21:05 수정 2018.11.16. 22:37 댓글 1개
고흥 한 농가서 장애인 임금 1억8000여 만원 착취
행정기관서 지급한 장애인연금·생계급여도 빼돌려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지적장애인을 농기계 보관창고에 살게 하면서 10여 년간 농삿일 등을 시키고도 단 한 번도 임금을 주지 않은 부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1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지적장애 장애가 있는 박 모(47) 씨의 노동력을 17년간 착취한 혐의(노동력 착취·유인)로 구속기소 된 한모(60)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한 씨의 아내 공 모(53·여)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 씨가 박 씨를 지난 2000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7년간 고흥군의 한 농가에 있는 농기계 등 보관 창고를 개조해 만든 방에 살게 하면서 논일과 밭일, 벼 건조 및 유자 수확 등 일을 시켰으나 임금 1억8000여만 원을 주지 않았다”며 “박 씨가 장애인임을 이용해 장기간 임금 등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노동을 시킨 부부는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한 영리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한 씨는 2010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고흥군으로부터 매월 박 씨 명의 농협 계좌로 장애인연금, 기초주거급여, 생계급여 등의 명목으로 합계 5880여만 원을 입금 받아 보관하던 중 TV 서비스 이용요금, 상수도 요금, 전기료 등 명목으로 자동이체하거나 전자제품 구매비 등 281회에 걸쳐 합계 1700여만 원을 마음대로 썼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박 씨의 가족은 힘든 노동력 착취로 고통스러워하는 박 씨의 모습을 보고 참담해 하고 있다”며 “한 씨 부부가 다른 처벌 전력이 없고 착취한 임금 일부를 법원에 공탁한 점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씨 부부가 지적장애가 있는 박 씨를 창고에 살게 하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한 인권단체가 확인하면서 지난해 12월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경찰 수사결과 박 씨는 1993년 경남 밀양에서 실종돼 신안의 한 염전에서 일하던 중 2000년 3월 공씨 가족에 의해 고흥군의 한 농기계 보관창고로 옮겨졌다.

경찰은 한 씨 부부가 농사일을 시키면서도 나무막대기나 쇠파이프 등으로 박 씨를 때리는 등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했고, 허리 등을 다쳐 힘들어하는 박 씨를 치료해주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이들 부부는 또 지능이 낮고 자신의 인적을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박 씨의 성을 한 씨로 바꿔 친척인 것처럼 보이려 했던 점도 수사에서 드러났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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