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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수능풍경 상세보도…"한국에 침묵 내려앉는 날"
입력 2018.11.15. 18:15 수정 2018.11.15. 18:46 댓글 0개【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영국 BBC가 15일 수능 경험자와 올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국의 수학능력시험 풍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BBC는 이날 "수능, 한국에 침묵이 내려앉는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능일 아침의 풍경을 상세 묘사했다. 보도에서 수능은 "5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평생 동안 준비해온 시험", "악명 높은 수능", "8시간에 걸친 연속 시험"이라고 소개됐다.
매체는 수능일 풍경을 "가게와 은행들이 문을 닫고 주식 시장도 늦게 열리면서 침묵이 감돈다. 대부분의 건설공사가 중단되고, 비행기는 오가지 못하고, 군사훈련도 중단된다. 가끔 시험 시간에 늦은 학생들을 데려다주기 위한 경찰 오토바이의 사이렌 소리에 정적이 깨진다"고 묘사했다.
수험생의 학부모들은 보도에서 "자식들의 사진을 움켜쥔 채 절이나 교회에서 (수능일) 하루를 보낸다"고 묘사됐다. 매체는 수능문제 출제 과정에 대해서는 "매년 9월 약 500명의 교사들이 선발돼 강원도 산자락의 비밀장소로 이끌려 간다"고 설명했다.
BBC는 두 번 수능을 치러본 이진영(20)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수험생들의 긴장감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험은 너무 어려웠다. 국어영역 시험이 끝날 무렵엔 너무 떨려서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BBC는 이같은 일련의 수능 풍경과 수험생들의 모습을 "극심한 수준의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이어 "한국은 지구상에서 고등교육을 수료한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직업이 없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대학을 졸업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일컫는 단어인 '스카이(SKY)'를 소개하며 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업만을 목표로 한 한국의 교육현실을 비판하기도 했다.
BBC는 "스카이의 일원이 되는 것은 '재벌(chaebol)'로 통칭되는 '영향력 있는 가족경영 대기업' 중 한 곳에서 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BBC는 이어 "한국 경제는 삼성, LG, 현대, SK, 롯데 등 휘황찬란한 소수의 거대 기업들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매체는 "매달 수천달러(수백만원)를 사교육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압박이 부모들에게 가해진다"며 "이로 인해 가난한 가정들은 뒤에 남겨진다"고 했다. BBC는 아울러 "한국의 11~15세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는 세계의 선진국들과 비교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BBC는 올해 수능을 치르는 고은수(18)씨와의 인터뷰도 실었다. 고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모의고사 성적이 나올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과 비교한다면 성적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 학생들과 비교하면 겁이 난다"고 했다.
매체는 다만 앞서 인터뷰한 이씨의 발언을 통해 희망적인 톤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씨는 "바깥에서 보면 수능이 어려워 보이겠지만 생각만큼 무서운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를 가여워하는 대신 외국인들이 우리가 얼마나 굉장한 사람들인지 생각했으면 한다"고 했다.
보도는 아울러 올해 수험생인 고씨를 거론, "이 기사는 고씨의 시험 결과에 따라 업데이트될 것"이라며 "Hwa-it-ting(화이팅·fighting을 다시 영문 발음으로 옮김), 행운을 빌어요"라고 기사를 끝맺었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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