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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입력 2018.11.14. 17:26 수정 2018.11.14. 17:32 댓글 0개어느덧 올해도 달력이 두장 밖에 남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마지막 단풍을 보기 위해 동네 앞산에 오르지만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쉽게 피로해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아 우울해 진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다들 암울하다 못해 서글픈 것 같다. 직장인들은 팍팍한 삶 때문에 술 한잔에 의지하고, 주부들은 치솟는 아파트 가격과 물가에 아우성이다. 경기 부진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청년들이 직장을 찾아 고향을 등지고 타 지역으로 떠난다는 보도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한다.
광주·전남지역 경제가 끝도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가장 심각하다. 수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들여다보자. 어느 것 하나 좋은 것이 없다. 지난달 광주 제조업 체감경기는 1년 5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부진으로 광공업 생산에 이어 수출까지 줄어드는 등 경기침체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의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고 청년실업률도 상승 추세다.
지역경제 위기는 경제의 중심축인 지역기업들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기업들은 경영 악화로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이것은 소상공인 불황과 가계 소득 감소 등으로 연결되며 지역경제를 전반적인 침체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기업인들은 외제차를 타고, 비싼 밥을 먹고, 평일에 골프를 치는 등 ‘한량’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십년간 운영해 온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은행을 찾아다니고, 사채까지 빌려 쓴다. 모든 지역기업인이 ‘착한’ 기업인은 아니다. ‘불량’ 기업인도 있지만, 일부 때문에 모든 기업인이 매도돼서는 안된다.
그들은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가장 큰 원인은 경쟁력 부족이다. 21세기 세계경쟁시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고 타성에 젖은 경영을 해 왔기 때문이다. 기술개발을 등한시해 왔고 AI·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대응도 부족했다. 하지만 이 것이 전부일까? 지역사회의 책임도 크다. 기업인을 돈만 좇는 장사꾼으로 취급하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하다.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어도 “탈법과 불법으로 돈을 번 것 아니냐’며 수근거린다. 이런 부정적 인식은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우리 속담에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지역은 성공한 기업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반 기업인 정서는 지역 향토제품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
기아자동차, 삼성전자, 광주은행, 보해양조 등 지역제품에 대한 지역 점유율은 타 지역에 비해 낮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편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본보는 광주형 공동브랜드인 ‘city of peace’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 수준을 조사했는데, 100명의 응답자 중 1명만이 ‘들어봤다’고 답했다. 광주시와 지역중소기업이 낮은 중소기업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관심 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주택업체가 아파트에 지역 제품을 넣으려고 하지만 입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한다. 몇일 전 오랜만에 지인과 식당을 찾아 소주 한잔을 했다. 술 안주를 주문하자 종업원은 안주와 함께 대기업 소주를 들고 왔다. 고객에게 “무슨 술을 드실까요?”라고 묻지도 않고. 우리 테이블만 제외하고 5개 테이블에 놓은 소주는 모두 대기업 제품이다.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지역 기업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봉사 등을 강하게 요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우리가 지역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구매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기업을 지원해야 할 지자체 태도도 안일하다. 대규모 행사가 있으면 지역기업에게 손을 벌리지만, 그들이 어려울 때는 무관심했다. 지역민들에게 지역제품을 애용하라고 하면서도 지역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희망찬 새해와 연말이 다가오지만 지역기업인들은 외롭고 쓸쓸하다. 매일 매일 생존과의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내일이 없고 오늘만 있을 뿐이다. 일부는 지역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누가 고향을 등지고 싶겠는가.
이번 주말 광주유스퀘어에 있는 광주형 공동브랜드 홍보관을 가보자. 대기업 못지 않은 품질 좋고 가격 저렴한 지역 중소기업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기업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말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이다. 바람 앞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때다.
- [무등칼럼] 22대 국회의원 생존법 제22대 국회의원 300명이 뽑혔다. 선거가 축제라고 하나, 혐오, 증오의 언어들만 날뛰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권력이 교체됐다. 헌법기관으로서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안 심의, 국정조사 등 이들의 역할은 막중하고 막강하다. 184개에 달하는 특권도 싫든 좋든 갖는다.22대 총선 키워드는 심판, 복수였다. 민생 정책이나 화두는 없고 오로지 정권심판, 이재명 조국심판, 윤석열 탄핵, 텃밭 독점 심판 등등, 심판으로 시작해 심판으로 끝났다. 투표가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인된 심판답게 유권자의 욕구에 부응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192석이라는 거대한 집을 지었다.광주전남은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파란색, 특히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채워져 정권 심판에 힘을 실어주었다.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오만,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의와 공정, 비상식적 국정 운영은 무서운 민심의 칼날로 비토당했다.지난 2년전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지를 보내준 지역민들도 신임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선거때마다 욕하면서 찍었고,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으로 불편함을 갖고 있던 지역민들도 정권 심판의 창구로서 민주당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선거는 민의를 반영했지만, 지역 사회에 숙제를 던졌다.오직 이재명만 외친 후보자들22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비주류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민주당의 심장부라고 자처함에도 선출직 지도부 한 명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래알처럼 존재감이 없다. 서로 견제를 하다보니 텃밭의 영향력 훼손을 자초했고, 중앙당도 눈치볼 것도 없이 광주전남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처럼 취급했다. 자업자득이다. 총선 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김대중 정신은 없고,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은 대충 때웠다. 오직 정권심판만 외쳤다. 이재명 대표와 친하고 대여 투쟁의 전사임을 선전하는 목소리만이 춤췄다. 광주전남은 민도가 높고 민주화도시라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면서도 갈길 바쁜 5·18 전국화를 발목잡는 5·18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언급 한마디 없는 것에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이들은 분명한 정치철학보다 민주당의 새 권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눈치빠르게 민심의 니즈에 코드를 맞춘, 그 이상도 아니다.지역 내부 부조화에 문제 의식을 느껴도 지배적 인식과 다른 말을 하기 싫어하는 지역공동체 기류와 무관치 않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기 정당화 명분을 찾는다. 조국혁신당이 광주전남의 전폭적으로 창당 한 달 만에 당당히 제3당으로 자리잡은 것은 이를 반증해준다.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단호했다. 아니, 독했다. 오만과 불통의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목표앞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몰빵했다. 정권심판론의 쓰나미에 인물론, 제3세력, 균형과 견제 등 다른 선택지의 고민은 없었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대선에서 실패하고 대구에 내려갔을 때 받아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결과 대구는 국비 반영 상승률이 최고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긴 해도, 국비 지원사업에 대한 경륜 등의 정무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지역민의 정치적 스탠스는 주목할만하다. 그러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인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중 11명이 초선이어서 중앙 무대에서 말발이 먹히겠느냐식의 걱정이자 푸념이다.광주전남은 문재인 정부 당시 치러진 총선에서 선택한 안철수 국민의당 실험에 실패후 민주당 쏠림이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 이러니 현역 교체 욕구가 높은 지역 정치적 성향에서 4년후에도 만약의 바꿔 요구를 벗어날 당선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참, 가혹한 설정이다. 그렇지만 숨길수 없는 지역 기류는 명심해야할 대목이다.거야의 몸집으로 구성될 22대 국회는 무산된 특검법이 재추진될 것이다. 정권 심판을 내걸고 당선됐으니 지역민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한편으론 싸움판의 전사로만 동원돼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전투력만이 아닌 전문가로서 실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지역민의 기대감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전투력과 전문성 보여야무엇보다 텃밭에 맞는 정치력 복원이 중요하다. 국회의원 18명 모두가 하나돼 광주전남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벌써 2년후 지방선거에 눈독을 두고 있겠지만, 서로 견제만 하단 방안퉁수, 따로국밥 신세를 면치못한다. 또한 정국 이슈를 주도할 전문 영역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본인의 실력이 안되면 지역내 문제의식과 또 정책적 혜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발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총선 투표 인증한다고 대파들고 사진찍는 것처럼 자기편들만 어울리는 이벤트성 정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함도 당연하다.대한민국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소멸, 수도권 집중화시대에서 지방이 살아갈 길에 대한 해법 모색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그러기에 묻는다. 광주군공항 이전 어떻게 할 것인가? 4년 동안 서로 눈치만 보다 예정된 미래를 보낼 것인가.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지역 현안 1호 정책 과제로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한다. 이것이 지역민이 바라는 진정한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연말에 '특별교부세 얼마 받았네' 플래카드로 단체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쪼잔한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지역민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은 당연히 선출해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이다. '4일은 국회, 3일은 귀향', 국회의원의 자기 만족적 홍보 활동을 꼬치꼬치 알고 싶은 지역민은 없다. 유권자의 저울에 합당한 자만이 4년후에도 살아남는 점만 기억했으면 한다. 당선된 지 1주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당선인의 고개가 치켜들여졌다. 1,460일, 초심을 잃지말았으면 한다.이용규 신문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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