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인생은 연기다

입력 2018.11.11. 15:36 수정 2018.11.11. 15:42 댓글 0개

“인생은 연기다. 연기로 왔다가 연기로 떠서 돌아 다니다 떠난다. 나하고도 다시 연기로 만날 것이다.”

우리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배우 신성일씨가 천상으로 무대를 옮겼다. 저물어 가는 가을 어느날 이승에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별이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배우자이자 같은 동료 배우였던 엄앵란씨는 남편을 입관하고 난 뒤 “인생은 연기다”라는 스님의 법문을 들어 그와의 인연을 회고했다.

신씨는 60, 70년대 최고의 스타였다.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우상이기도 했다. 멋진 외모로 한국의 ‘아랑 드롱’이라는 별칭과 함께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으며 수많은 남성들의 질투를 샀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았던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만인의 연인으로 살았보셨으니, 이 세상에 미련은 버려도 될 것 같다”며 고인을 기억할 정도였다.

고인은 1960년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분류됐던 신상옥의 부름을 받고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생래를 통털어 5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64년 ‘미망인’과 배우 엄앵란과 부부의 연을 맺은 계기가 됐던 대표작 ‘맨발의 청춘’으로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67년 한해에만 그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51편이 만들어져 스크린에 오르는 진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그는 우리 영화계 반세기를 대표했다. 그를 떼 놓고는 한국 영화를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때의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반짝 스타가 아니다. 말 그대로 영화계의 아이콘, 불멸의 연예인이었다.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역임(1979년), 영화 관련 행정가로도 능력을 발휘하고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도 적지않았다. 정치활동(제16대 국회의원) 경험도 더 했다.

정부는 영화계의 큰별이었던 그가 우리 영화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문화훈장을 수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영화’라는 분야에서 국내 전체가 들썩거릴 기억을 남긴 고인. 그러나 한편으로는 숱한 여성 편력과 국회의원을 하면서 뇌물수수죄로 구속돼 2년여를 복역하고 정계를 떠나야 했던 어두운 그늘도 있었다. 이로 인해 그에 대한 찬양 일색의 회고 못지 않게 비판적 평가도 나온다.

‘당대 최고 배우였겠지만 바람둥이 최악의 남편’, ‘유명했던 영화배우라는 것 말고는 난잡한 사생활’,‘이해할 수 없는 개인사…큰 별이라니’,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붙이지 마라’ 등의 혹평이 그것이다.

그의 부인 엄씨가 그와의 인연을 두고 언급한 ‘인생은 연기’라는 회고가 이채롭다. ‘연기’라 함은 무대나 스크린 등에서 배우들이 펼쳐내는 몸짓, 말짓 등의 여러 동작이거나 물체가 타면서 내뿜는 하얀 연기일 수도 있다. 사람의 삶 자체가 속을 감추고 겉만 드러낸 과장된 연기, 혹은 타는 불속에서 피어나는 한 줌 연기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아닐런지.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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