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승복할 준비, 되셨습니까?

입력 2018.11.08. 11:48 수정 2018.11.08. 16:29 댓글 0개
주현정의 무등의시각 무등일보 차장

초등학교 4~5학년 쯤 이었던 것 같다. 민주사회의 가장 이상적인 의사 결정 방식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배웠던 게 말이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친구끼리는 늘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라도 모두 옳았던 건 아니었다.

내 생각엔 돈을 모아 김밥과 어묵, 떡볶이를 먹고 배를 불리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친구들은 그 돈으로 동전노래방을 가자며 의기투합 했을 때,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고픈 배를 달래며 어쩔 수 없이 오락실로 향했던 그때엔 ‘소수’로서 꽤나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설득을 받아들였기에, 결과에 승복했기에, 또 대신 추억을 얻었기에 선택에 후회 없었던 기억이다.

자그마치 16년이나 끌어왔다. 그리고 ‘그 날’이 밝았다. 그간의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건설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광주 시정을 뒤흔들었던 최대 갈등현안,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부터 이틀간 종합토론회를 이끌어갈 시민참여단 250명의 최후의 선택도 내일(10일) 오후 3시면 시작된다.

‘건설 재개냐’, ‘완전 백지화냐’ 갈림길에 워낙 오래 서있었던 탓에 어느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론화 과정이 왜 시작됐는지’, ‘공론화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말이다.

십 수 년 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둘러싼 극심했던 갈등은 이제 공론화라는 절차를 통해 ‘지역 내 어떠한 해묵은 갈등이라도 사회적 대화로 풀어 낼 수 있다’는 선례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격렬한 다툼 끝에 마지못해 협상에 나서거나 또는 한쪽이 다른 쪽을 억눌러 제압하던 과거의 대결 양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논의의 시작부터 끝까지 양측이 합의한 룰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나누고, 또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나아가 지역통합의 길로 가려는 자세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에서 설문조사 후 그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갈등해소 방안 논의 자리를 마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론화가 단순히 찬반을 선택하는 대결구도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인정하고 상호 합의를 이끄는 과정임을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공론화 과정 자체가 전체적으로 큰 문제없이 진행되지 않았는가. 어떠한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우리는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니 이번 기회에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더 이상 소모적인 지역 내 갈등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다수가 찬성했다면 따라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질서다.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진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민주사회, 내일 우리 광주사회가 배워야 할 진정한 자세다.

주현정 무등일보 차장(통합뉴스룸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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