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귀농 쉽지 않았지만 농촌서 진짜 블루오션 확인”

입력 2018.11.07. 09:10 수정 2018.11.07. 09:36 댓글 0개
농업 4차혁명 스마트팜=장성 투베리농원

“처음 귀농 결정이 쉽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장말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쉽기야 했겠습니까. 그래도 그때 만약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농업,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블루오션이 바로 농업입니다.”

장성 진원면에 있는 투베리농원 이장호(53) 대표. 귀농인인 그에게 농사는 쉽지 않은 도전 과제였다. 고민 끝에 농촌행을 결정했고, 자신감도 있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실패는 당연한 통과의례였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뚝심으로 버텼다. 힘들었지만 이 대표를 지탱해 준 게 스마트팜이었다. 경험이 전무한 초보 농군에게 데이터를 활용한 온실 자동관리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그렇게 귀농 6년여. 이 대표는 서서히 농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 이것이 농사구나’ 싶기도 했다. 통장에 한푼두푼 쌓이기 시작한 잔고는 농사짓는 큰 즐거움이었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의욕도 넘쳐났다. 바로 이 자신감이 이 대표가 일군 ‘투베리농원’의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의 뚝심과 스마트팜이 결합되면서 초보 귀농인이던 이 대표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전문 농군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5년 군생활 접고 귀농 결심

시골이 고향도 아닌 이 대표에게 귀농은 쉽지 않은 결심이었다.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농사에 대한 가능성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공군 장교 생활 25년. 중령 진급을 앞두고 2012년 예편을 선택했던 이 대표에게 제2의 인생 설계는 당면 과제였다. 처음엔 은퇴이민에 대한 관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군에서 동남아쪽 관련 임무를 수행한 것이 도움이 될 거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마뜩치 않았다. 취업박람회에서 관련 부스의 문을 두드렸지만 답은 한결같이 장밋빛 청사진 뿐이었다. 선뜻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 와중에 우연히 방문한 귀농귀촌 부스에서 소개받은 정보는 그의 운명을 바꿨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스마트팜 전 단계인 ‘U(유비쿼터스)-IT’를 접목한 농업이었다. “‘U-IT’는 일종의 무선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행농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저에게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농법은 새로운 가능성이었습니다. 군에서 정보통신 관련 일을 했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어렵게 가족들을 설득했다. 특히 당시 중3이던 딸을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건 아내가 흔쾌히 이 대표의 결심을 믿고 따라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주와 남해 등 여러 지역을 놓고 고심하다 장성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KTX가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장성고가 있어 애들 교육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해 장성 진원면에 단동 비닐온실 4동을 임대했다. 총 700평 규모였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이 온실에 딸기 모종을 심었다.

▲시설 보완 통해 스마트팜 구현

농사에 첫발을 떼면서 곧바로 시련은 찾아왔다. 2012년 귀농 첫해, 태풍이 전남을 강타했다. 한번도 3번이었다. 시설이 열악했던 4동의 단동 비닐온실이 거의 완파되다시피 했다. 농장이 있던 일대는 여지없이 물바다로 변했다. 그나마 빠른 판단으로 태풍의 직접피해를 입기 바로 직전 모종을 캐내 저온저장고로 옮긴 덕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초보 귀농인에게 닥친 첫 시련은 매서웠다.

그해 겨울 이 대표는 농업기술센터의 권유로 4동의 비닐온실에 ‘U-IT’를 도입했다. 온실내 센서를 통해 감지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량 등 각종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창 개폐를 무선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기존 비닐하우스 시설로는 이 시스템을 감당할 수 없었다. 작동이 되는 경우보다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왕 농사를 지으려면 제대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이듬해인 2013년 초기 투자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근에 제대로 시설을 갖춘 600평 규모의 3연동 비닐온실을 새로 지었다. 온전한 스마트팜이었다. 측창과 천장 등 창문 개폐는 물론 환풍기 보일러 보온덮개 등 시설들이 정상가동되면서 딸기 농사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체계적인 관리로 생산량이 늘고 품질이 좋아지면서 고정적인 판로도 확보됐다. 더불어 매출도 상승곡선으로 돌아섰다. 이 대표는 “첫 스마트팜 도입 후 딸기농사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농사짓는 게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차츰차츰 규모를 늘려나갔다. 2014∼2015년 700평 규모의 단동 비닐온실 3동을 또 지었다. 이어 2016년 1천200평 규모의 단동 비닐온실 8동을 추가했다. 모두 스마트팜으로 시설했다.

투베리농원은 현재 처음 임대했던 단동 비닐온실 4동을 스마트팜이 아닌 딸기육묘용 단순 비닐온실로 활용하고 있다. 나머지는 모두 스마트팜인데, 3연동 시설과 단동 11개시설에 총 2천500평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품질 향상 매출 쑥쑥…가족기업 목표

이 대표가 스마트팜을 도입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일손 절감이었다. 특히 환기는 비닐온실 관리에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실내 온도나 습도 이산화탄소량 일사량 등에 맞춰 수시로 창을 열고 닫아주는 작업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대표는 “비닐온실 1동의 환기관리를 하는데 수동일 경우 한사람이 하루종일 매달려도 부족하다”며 “지금은 스마트팜 덕분에 평소 18개 비닐온실을 관리하는데 한사람이면 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손이 절감되면서 개인 농업인들도 충분히 규모있는 농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자동제어시스템에 의한 체계적인 관리로 딸기의 품질도 향상됐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불량품이 줄었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그 이유를 ‘최적화된 생육환경’에서 찾았다. 그는 “적정 온도와 습도조절 등을 통해 잿빛곰팡이 등 병해충 발생 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른 품질 향상은 ‘상(上)품’의 증가로 이어졌다. 덕분에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중매인들 사이에 이 대표의 딸기는 인기가 높다.

인기가 높은 만큼 매출도 자연스럽게 뛰었다. 그의 연매출은 대략 2억5천만원 가량이다. 실제 투베리농원의 지난 2016년 11월∼2017년 6월 매출총액은 2억5천만여원이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올해의 경우 당초 3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약간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이 대표는 개인 스마트팜 농업인으로선 보기 드물게 스마트팜 교육장까지 운영할 정도로 이제 전문 농군이 됐다. 그만큼 농업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그의 꿈은 농사를 가족기업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들에게 농과대학 진학을 권유했고 아들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귀농 당시 중1이던 아들은 어느덧 농과대학생이 돼 미래농업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인생 2모작으로 선택했던 것이 농사지만 이제는 가족기업으로 농사를 일구고 싶을 만큼 농촌에서 희망을 봤다. 그렇게 반대가 극심했던 딸이 요즘 ‘잘 왔다’고 얘기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진짜 블루오션은 농촌에 있다. 젊을 수록 실현가능성은 높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일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승한기자 ysh68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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