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충돌

입력 2018.10.31. 17:39 수정 2018.10.31. 17:42 댓글 0개
강동준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마케팅사업본부장·이사

지난 10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전국에서 몰려든 택시운전사들로 가득찼다. 주최측 추산 7만여명이 빨간 머리끈을 두른 채 ‘자가용 불법영업 엄단’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차량 승차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것으로, 택시운전사들에겐 그야말로 생존권 투쟁으로 비쳐졌다. 양측의 갈등은 또 다른 한편으로 첨단 정보통신의 신기술에 발맞춰 앞으로 불어닥칠 일자리 지각변동의 예고로도 여겨진다.

공유와 개방의 거대한 흐름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간 충돌인 만큼 반응도 엇갈렸다. “불친절에 승차거부, 난폭운전까지…좀 더 친절하지 그랬냐.” IT를 기반으로 한 젊은 디지털 세대들은 오히려 카풀 서비스를 반기는 분위기다.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출·퇴근과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부족에서 오는 승차난을 해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현행법상 자가용을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 알선하지 못하도록 해 카풀은 불법이다. 정부가 4차산업이란 미명하에 국민과 택시운전사를 농락하고 있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국회 관련법 개정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디지털 문명을 이용한 서비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정부도 중재에 나섰지만, 업계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몇년째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선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사업이 확산 추세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신개념의 여행산업과 비행택시까지 거론하며 공유 플랫폼 시장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기업들도 업체에 투자하거나 전략적 제휴에 나서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우버를 비롯해 중국의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등에 잇따라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우버가 내년초 기업공개 제안을 받았는데, 기업가치가 약 134조4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그룹 시가총액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의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의 기업가치도 올해초 약 16조9천억 원으로 평가받았다. 외국 모빌리티 기업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 성장 추세로 여겨진다.

다음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동차 자가보유에 대한 인식이 공유로 전환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학생의 문자 내용이다. “청년들은 차를 사지 않는다. 쏘카를 탈뿐. 스마트폰 앱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 과거의 낡은 규제를 풀고 새로운 콘텐츠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국내 1위 카 쉐어링업체 쏘카를 비롯해 그린카, 피플카 등 카쉐어링 이용인구가 65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 소비층은 공유 서비스에 적극적인 2030세대다.

명대말기 격언집 증광현문에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있다. 양자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으로, 인간이든 물질이든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공유와 개방을 통한 거대한 물질문명의 창조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임에 분명하다. 세계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것인가가 우리들의 몫이다.

이런 세계시장의 흐름과 젊은층의 공유 확산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 우버의 국내진출 이후 카풀서비스의 위법 논란은 벌써 5년째다. 정부가 해법에 골몰하고 있지만, 문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의 벽이다. 진입장벽으로 여겨지는 현행 여객운송법이나 업체들의 책임성 강화와 부담금을 걷어 이를 택시에 투자하는 등 선진 외국의 여러 형태의 상생 해법이 빨리 나와야 하는 이유다.

혁신에 앞서 낡은 규제 타파부터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20년동안 오히려 4천여개가 늘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규제혁신토론회에서 “새로운 융합기술과 신산업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천명했고, 8월에는 관행과 기득권을 뜻하는 용어로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까지 인용하며 규제혁신 의지를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변화와 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수없이 혁신을 강조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공직자들의 낡은 생각과 가치, 잘못된 관행, 공급자 위주의 행정 등 기존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촉구했다.

행여 청년들의 일자리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낡은 규제와 관행이 성장과 변화를 가로막고, 공무원이 자신의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든 것은 아닌 지, 또 이런 규제들이 청년들의 일자리와 창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되새겨볼 대목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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