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추모(追慕)

입력 2018.10.30. 14:42 수정 2018.10.30. 14:47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다. 추모(追慕)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것을 말한다.

찬바람이 불고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짙어질 이맘 때면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묻어둔 그리움의 액자를 꺼내든다.

저마다의 사연은 달라도 더 이상 눈 앞에 없는 이들에 대한 마음은 똑같다.

지난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수 故 신해철 추모관에 놓여진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이 놓여진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권양숙 여사의 화환도 눈에 들어왔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보낸 게 맞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주기에도 화환을 보낸 바 있다. 이전에는 직접 추모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신해철이 지난 2014년 10월 27일 불의의 의료사고로 떠난 지 4주기가 됐다. 그가 살아 있었다면 올해는 데뷔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신해철과 문 대통령의 인연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선거운동에 적극 지지를 표명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가 하면 30일은 고 김주혁 추모 1주기이기도 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김주혁에 대한 추모의 물결도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인 고 김무생의 뒤를 이어 배우로 활동했던 김주혁의 죽음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찾아와 큰 충격을 줬다.

무엇보다 이들의 부재가 안타까운 것은 자연사가 아니라 어이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점이다.

이들이 남기고 간 것은 빈자리만이 아니다.

그들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살았던 팬들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산 동료와 가족들은 생전의 시간들을 오롯이 기억한다.

얼마 전 개봉한 그룹 퀸의 음악세계와 여정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도 음악을 남기고 떠난 고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향수를 살려냈다.

어디 가수와 배우, 대통령 등 유명인 뿐이겠는가.

이름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현재의 삶을 사는 모두에게 ‘추모’의 대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떠난 이들의 빈자리만을 보며 슬퍼할 수만은 없다.

살아 남은 자에게는 그들이 생전 남긴 업적과 시간을 기억하고 이어가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떠난 이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연기를 통해 삶의 긍정을 이야기했던 김주혁과 노래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꿨던 신해철, 사람 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이들이 남긴 메시지는 지금 이 시간에도 뇌리를 스친다.

계절은 어느새 겨울을 향해가고 있다.

눈물과 슬픔만으로 보낼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길지도 않고 유한하기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순간순간의 삶은 소중하다.

우리는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추억과 그들과 보낸 시간 속에서 살아갈 또 다른 힘을 얻는다.

이번 주말엔 가슴 속 묻어둔 그리운 이의 자리를 찾아 꽃한송이 놓고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최민석 문화체육부 부장 backdoor20@nate.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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