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무너진 선발야구···양현종 말고는 없었다

입력 2018.10.23. 16:29 수정 2018.10.23. 16:58 댓글 2개
KIA 타이거즈 결산 (3)선발진
기존 멤버 헥터·팻딘·임기영 부진에 발목
양현종. 뉴시스 제공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고전 이유를 꼽자면 마운드다.

굳건할 것이라 믿었던 헥터, 팻딘, 임기영 등이 흔들리면서 KIA는 힘겨운 싸움을 펼쳤다.

사실 이들이 부진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KIA의 11번째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었기 때문이다. 양현종-헥터-팻딘-임기영으로 이어지는 4선발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양현종만 제 몫을 해줬을 뿐 나머지 투수들은 아쉬움을 진하게 남긴 한 해를 보냈다.

◆기존 선발진 붕괴

양현종은 이번 시즌도 뜨거운 활약을 펼쳤다. 평균자책점 4.15로 토종 투수들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13승(11패)에 그치는 바람에 2년 연속 20승에 도달에 실패했지만 퀄리티스타트를 17차례나 달성, 타선의 도움만 따라줬다면 충분히 17승도 가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화 이닝 능력도 발군이었다. 포스트시즌과 아시안게임을 포함하면 이미 200이닝을 치렀다.

그러나 다른 선발진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다승왕이자 승률왕 출신인 헥터는 11승 10패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쳤다. 그의 부진 때문에 여러 차례 조기강판을 당해 소화 이닝은 174이닝에 그쳤다. 2016시즌과 2017시즌에 200이닝을 넘긴 것과 대조를 이룬다. 그래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버틸만한 기량을 유지한 것은 잘한 일이다.

팻딘과 임기영은 여러 차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선발에서 거듭된 부진에 이들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전긍긍했다. 팻딘의 성적은 6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6이다. 임기영도 비슷하다. 8승9패 2홀드 평균자책점 6.26이다.

한승혁. 뉴시스 제공

◆5선발 구축 실패

KIA의 위기는 5선발 구축 실패로 이어진다.

5번째 선발에 도전한 선수들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선발 가능성을 보였던 이민우, 정용운과 오랜만에 돌아온 윤석민이 선발 자리를 노렸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가장 먼저 5선발로 낙점된 이민우는 3월 28일 삼성전 6이닝 4실점, 4월 3일 SK전 1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에 이름을 올렸고, 정용운은 3월 29일 삼성전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으나 4월 4일 SK전 3이닝 5실점, 4월 11일 한화전 2이닝 2실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

또 윤석민도 선발자리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3경기 연속 패전투수에 등록,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다.

임창용. 뉴시스 제공

◆새로운 선발진 구성

시즌 중반이 흘러도 기존 선발진의 부진과 젊은 피 수혈에 실패로 위기에 빠진 KIA는 승부수를 띄웠다. 임창용을 선발로 깜짝 발탁한 것이다.

임창용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불펜에서 2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던 임창용은 7월 20일 kt전에서 11년 만에 선발로 등판했다. 이날 4.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그는 8월 1일 롯데전 시즌 첫 선발승을 거두더니, 9월 6일 넥센전에서 4천34일만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또 9월 29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거뒀다.

임창용에 이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뽑으라면 한승혁이다.

커브를 장착한 한승혁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강속구와 함께 선전을 펼쳤고, 그 결과 선발 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시즌 중반 잠시 주줌하는 바람에 1군 엔트리 말소의 아픔을 겪었으나 선발 공백이 컸던 9월 복귀해 다시 호투를 펼쳤다.

한승혁의 특징은 kt전에 강하다는 점이다. 상대전적이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KIA였지만 한승혁 덕분에 kt전 만큼은 많은 승리를 쌓을 수 있었다.

그는 kt전 5경기에 출전해 전승을 거두며 마법사천적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kt전 평균자책점은 2.33이다. 5위 싸움이 치열한 10월 10일 한화전에서는 5.1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둬내기도 했다.

한승혁과 임창용이 있지만 KIA가 우승 전력까지 구축한 것은 아니었다. 가까스로 4선발을 채웠을 뿐이다. 이들의 선전 덕분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반기 벌어진 4위와의 격차 차를 좁히는 것이 한계였다.

한경국기자 hankk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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