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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다시 깨운 광주비엔날레와 김선정

입력 2018.10.23. 11:12 수정 2018.10.23. 11:27 댓글 0개
제12회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 GB커미션 인기
10년만에 일시 개방한 폐허 국군병원·교회 전시 입소문
광주 아픔 예술로 승화 "광주비엔날레 취지 살렸다" 평
9월6일 개막 11월11일까지 "짧은 비엔날레 기간 아쉬워"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18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을 통해 구 국군광주병원 본관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구 국군광주병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10여년간 방치됐던 병원은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 일시 개방됐다. 무성한 수풀과 깨진 유리창이 으스스한 병원은 긴 세월속 켜켜히 쌓인 먼지가 먼저 감각을 깨운다. 이 때문에 병원 입구에서 나눠주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관람한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오후 5시 30분. 검은 마스크를 쓴 20여명이 구 광주국군병원속으로 들어갔다. 사위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울긋불긋 단풍든 키 큰 나무들과 깨진 창문틈까지 자란 초록 풀들, 구석 구석 건물을 감싼 담쟁이 덩쿨들이 그동안 만끽한 자유를 숨긴채 딱 달라붙어있다.

텅빈 건물은 사막보다 더한 황량함과 공포감도 전한다. 건물 뒷편을 걸어 계단을 통해 올라온 구 국군광주병원 본관 2층 대강당은 어둠의 세상이다. 해질 녘 창문 빛을 통해 드러나는 방들은 켜켜이 쌓인 먼지에 점령되어 있다. 페인트가 너덜너덜 벗겨진 벽, 누군가 놓고간 허리 보호대, 반쯤 열린 창문틈에 걸린 바지, 발에 밟히는 담배 꽁초들이 새삼 오싹하게 한다.

숨죽여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짧은 비명소리도 간혹 터진다. 먼지쌓인 당구대와 어두운 세면장에서 갑자기 당구공이 스르르 움직인다. 병원 강당에서는 사람도 없는데 스크린이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인기척은 공포체험같은 경험을 선사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즐길수 없다.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이곳에 오기전보다 더 무겁다. 40여분간 관람이지만 38년전 역사로 들어간 기분이다.

태국 현대미술가이자 실험영화 감독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tchatpong Weerasthakul)의 작품 '별자리'가 2018광주비엔날레 핫 이슈로 부상했다. 꼭 봐야할 전시로 입소문 나면서 전국에서 관람객이 찾아오고 있다. 20명 제한인데, 주말에는 50명 넘는 날도 있다고 한다.

'국군광주병원은 광주 시민의 기억을 먹고 존재한다'고 파악한 아피찻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기반을 둔 미국 영화 작가 스탠 브래키지를 오마주, 건축적 형태로 리메이크하듯 그림자 잔상을 찾았다"고 했다. 작품은 병원 안에 쌓인 먼지나 유리 조각 하나 손대지 않고 그대로의 공간에서 당구공과 스크린을 이용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을 보여준다.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을 통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구 국군광주병원(5·18사적지 23호)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다.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2007년 전남 함평군으로 이전하면서 문을 닫고 폐쇄됐다. 2014년 11월에 국방부에서 광주시로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병원 옛터의 산책로를 개방했지만, 병원 건물을 개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휴관일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국군병원 아피찻퐁 전시 관람은 매일 오후 5시 30분, 7시 두차례 진행된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18 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은 광주정신의 지속가능한 역사를 담은 신작프로젝트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구 국군광주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옛 국광교회는 폐허에서 5.18 민주화항쟁의 목격자로 깨어났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참여 작가로 영국 권위 미술상인 터너프라이즈에 두 번 노미네이트된 마이크 넬슨이 국군병원 터에서 떼어낸 60여 개의 거울을 매달아 '거울의 울림(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을 전시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치열한 현장이었던 구 국군광주병원의 건축물을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으로 그 당시 모든 것을 본 거울의 소리없는 증언을 밖으로 끄집어내 38년만에 현대인들과 마주하며 울림을 전한다.

10여년간 죽어있던 건물을 심폐소생한 건 예술이다. 아무도 몰래 움직이는 당구공처럼 '지금도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작품을 통해 다시 5.18민주화운동을 상기시킨다.

국군병원 맞은편 폐허인 붉은 벽돌 교회도 오랜만에 활기다. 풀숲속 하얀 십자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서 있는 '국광교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낡은 거울들이 매달려 있어 흠짓하게 한다.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참여 작가로 영국 권위 미술상인 터너프라이즈에 두 번 노미네이트된 마이크 넬슨의 작품으로 거울을 통해 시간과 역사의 울림을 전한다.

매달린 거울 작품을 내놓기까지 작가는 몇차례 내한, 텅빈 병원을 걸어다녔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만 있지 않다'는 불편한 느낌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존재의 형체가 반복적으로 보였는데, 건물안 수많은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더 강렬해졌다. 그 효과는 작가를 더 불안하게 했고, 내가 왜 거기에 있고 그 건물 자체가 왜 남아 있는지를 스스로 묻게했다. 벽면에 붙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던 모든 이의 눈이 담겨 있는 60여 개의 거울을 떼어내 교회에 걸었다. 오래된 교회에 거울을 다시 거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일종의 배출 작업으로 과거의 연옥으로부터 탈출하게 했다고 전했다.

축적된 시간의 증거이자 역사로 증언자인 병원 거울은 세상밖으로 나와 또 다시 역사를 재생한다. 현대인과 마주한 거울은 이제 휴대폰속으로 들어가 그 자체로 역사를 저장하게 한다.

SNS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도, 외국 관광객도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새롭다. "유명 감독 아피찻퐁과마이크 넬슨의 작품을 감상하러 왔다가 깨지고 낡은 병원이 왜 그대로 남아있는지, 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 의미를 알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입을 모은다.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린 작품들을 본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그날 이후 오지 못했던 곳인데 오월의 영혼을 달래준 거 같다”며 "광주비엔날레가 올해로 12회째인 데 오월정신을 구현한 의미 있는 비엔날레"라고 평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지난 20일 토요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입구에 고등학생 단체관람객이 줄지어 서있다. 2018 광주비엔날레 신작 프로젝트인 GB커미션 전시장으로, 특히 '북한미술'이 전시되어 있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로 인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이래 최대 관람객이 북적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2018 광주비엔날레'가 초심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두번째 방문해 찬찬히 돌아본 광주비엔날레는 창설 배경과 정체성을 각인시키며 역사의 축적과 성찰, 치유의 묵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5년 9월 20일 개막한 제1회 광주비엔날레 ‘경계를 넘어’를 환기시키는 이번 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11명 큐레이터가 동시대 화두를 시각적으로 다채롭게 펼쳐냈다. 43개국 165작가가 참여 300여점을 쏟아낸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창설배경인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반영해 아시아 작가의 참여도 69%를 차지, 여성·이주·노동등 아시아 현대미술의 첨예한 현장을 접할 수 있다.

개막전 북한미술전시로 화제였지만, 개막후 달라졌다. 공개되지 않았던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사적지 2곳이 더 인기다.

옛 국군병원과 함께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에 의해 사용되었던 구 전남도청회의실인 5·18민주평화기념관 3관도 발걸음이 모아지고 있다. 민주평화기념관 영어 독일어 도슨트는 작품을 설명할때마다 북받치는 아픔에 눈시울을 붉혔고, 해외 관광객들이 공감대를 이뤄 눈물을 보인다고 한다. 이 2곳 말고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있었던 전일빌딩과 광주비엔날레 5·18민주화운동기록관도 2018광주비엔날레 기간 시각 문화 현장이 되어 5.18 현장을 국내외에 알리며 화해와 치유의 장이 되고 있다.

'금기의 벽'을 깬 건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54)의 열정 때문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국군병원과 전남도청회의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건 당시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불도저 스타일이다. 일단 밀어붙이는 성격인 김 대표는 '개방은 안된다'는 광주시청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잠깐 공간만 보겠다며 열쇠를 받아든 김 대표는 미리 불러들인 마이크 넬슨, 아피찻퐁등 세계적인 설치미술작가들과 함께 국군병원에 들어갔다.

'세월의 묘지'같은 건물은 작가들의 신작 욕망을 자극했고, 그걸 알아챈 김 대표는 시청을 설득했다. 수십차례 찾아가 결국 개방 허가를 받고 작가들에게 공간을 내줬는데, 아픔이 서린 건물이어서인지 으스스한 에피소드를 방출했다.

사진작가 백승우는 혼자 건물을 찍으러 갔다가, 아무도 안보이는데 저벅저벅하는 발걸을 소리에 놀라, 그 다음부터는 스텝들과 함께 움직였다. 알고보니 동네 주민이었는데, 그 사람도 열린 문으로 몰래 들어왔다가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어 깜짝 놀라 숨어있었다고 한다. 또 영상 설치작업은 고사를 지낸후에야 연결이 됐다. 소주를 뿌리는 고사를 지내지 않은 작품은 작동이 되지 않아 개막전까지 애를 먹었다. 결국 다시 고사를 지내자 아무탈없이 지금까지 작동이 잘되고 있다고 한다.

유난히 폭염이었던 여름 모기떼가 극성이어서 한방만 물려도 부풀어 올라 긁느랴 고생했고, 작품을 설치하는 작가들도 방방마다 쌓인 먼지와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전기도 끊긴 건물에서 전기를 이어 다시 옛날 그 모습 그대로의 형광등을 켜고 무너진 천장 더미안에 영상을 선보인 건 기적이라는 자체 평가다.

2018광주비엔날레 ‘GB커미션’은 광주정신의 지속가능한 역사와 이를 둘러싼 담론의 시각화를 위한 신작프로젝트다. 1980년 국가가 저지른 학살의 현장을 전시 무대로 삼아 민주·인권·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전에도 시도 되지 않았던 전시로, 1980년 5 · 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문화예술로 치유·승화시킨다는 광주비엔날레 창설 배경을 실천했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18광주비엔날레는 전시해설요원(도슨트)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상상의 경계들'을 주제로한 이번 전시에서 본관 작품설명을 맡은 조은양 도슨트는 작가와 작품세계를 집중 탐구해 어려운 현대미술을 쉽게 이해할수 있는 전시 가이드로 유명하다. 23년간 간호사로 활동한 베버 남순씨(오른쪽)는 5·18민주평화기념관 3관(옛 전남도청)에 선보인 작품을 설명한다. 2004년부터 도슨트로 나선 남순씨는 광주출신으로 5.18민주화운동을 끄집어낸 작품을 설명할때 눈시울을 붉혀 아직도 진행중인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광주비엔날레를 후원한 기업 광고가 광주비엔날레 본관을 오르는 계단에 붙어있다. 올해는 이전보다 두배가 많은 45곳 기업이 참여했다.

전시 중반 정도 달려가는 2018 광주비엔날레는 유료 관람객 13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방문한 전시장은 교복입은 중고등학생들이 넘쳤다. 비엔날레측은 "예전처럼 동원령은 하지 않는다"면사 "평일에도 전라도 지역 학생들의 관람이 이어져 하루에 3000~5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비엔날레 CEO이자 예술감독인 김선정 대표는 "마치 인사하는 일본 고양이가 된 듯하다"면서도 즐거운 모습이다. 하루에 날마다 10여차례 VIP 방문객을 맞이하며 인사하고 작품투어를 진행한다. 19일 오후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말도 빨리했다. 이날 오전에도 정신 없었다. 광주시청 회의에 참석한 후 대만에서 온 문화부 차관을 맞고, 해외미술관과 미술관계자들의 잇딴 방문으로 전시장과 식당, 본관과 아시아문화전당, 국군병원을 오갔다.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초 여성 대표인 김 대표는 소탈함과 겸손함으로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 어디든 빠르게 움직이며, 누구와도 격의없이 이야기한다. 비엔날레 본관 전시장에서 무슨 작품인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에게 스스럼 없이 다다가 작품설명을 해주고, 이해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함께 활짝 웃었다.

이전 대표들에서는 상상할수 없는 분위기지만, 또 알고보면 깐깐한 CEO로 직원들은 피곤(?)하다. 수십년 전시기획자로 전시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기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CEO 마인드까지 발휘, 전시부터 인쇄까지 모든 것을 진두지휘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솔선수범하는 대표를 이제는 적극 지원하는 직원들은 오뚜기처럼 새벽에 일어나는 김대표를 '강철 체력'이라고 했다. (김대표는 초등학생때 피겨스케이팅 운동선수로 활동한 것이 큰 힘이라고 했다)

화장도 안한 얼굴로 바지에 남방을 걸치고 분주히 움직이는 그는 선머슴 같은 모습으로 '잰더리스(genderless)'다. 또 TV속 미술관장과 사모님 이미지도 확 깬다. 전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의 딸이면서, 이수그룹 김상범 회장 부인이고, 아트선재센터 관장이었다. (서른살 아들을 둔 엄마로, 따지고 보면 최강동안이다.)

"엄마(정희자)때문이에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엄마가 유학을 떠났어요. 저희 남매는 할머니 손에 컸는데 그때부터 자립심이 길러진 것 같아요."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일찍감치 화가의 길은 아니라고 여긴 그는 대학 4학년때 결혼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남편을 따라 간 미국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만났다. 백남준의 소개로 휘트니 미술관 인턴십을 하면서 큐레이터의 길로 들어선 그는 '미술판 인맥의 여왕'이 됐다. 1993년부터 아트선재센터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2010년 SeMA 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전시 총감독, 201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역임했다. "그때 만났던 작가들, 그때 일했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광주비엔날레도 그때 만나 연결됐던 작가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큐레이터로서 승승장구한 그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장직에 거론되기도 했지만 공모하지 않았다. "할 생각도 없었고, 광주비엔날레 대표로서 광주비엔날레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다.

"20여년전에 아시아 최초로 만들어진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비엔날레 창립 정신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그 정신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광주비엔날레만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2018 광주비엔날레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영혼의 치유를 책임진다’는 뜻의 큐레이터 역할도 제대로 발휘했다. 11명의 큐레이터와 함께 만들어낸 '2018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아픔을 보듬었다는 평이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에서 5년후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된 그는 그동안 난해하다는 비난과 비판을 받아온 광주비엔날레 정체성을 재확립했다.

1995년으로 소환해 개최지 광주의 공간성에 대한 탐색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있다. GB커미션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선보인 파빌리온 프로젝트도 해외미술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팔레드 드쿄 장드 르와지 관장과 김성원 큐레이터가 시민회관에 선보인 전시도 장소성에 기반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80년대 전성기였던 시민회관도 쇠락해 방치되다 몇년전 리모델링한후 연 첫 전시로, 팔레드도쿄 관장이 선택한 공간이다.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마치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처럼 해외미술계에서 자국 작가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 공간으로, 호주에서도 신청이 들어올 정도여서 광주비엔날레측은 계속 운영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20일 오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만난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지난 9월 6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한달이 지난 현재 12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 활기를 띠고 있다.

"예술의 역할은 죄의식을 자극하고 그럼으로써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길잡이로, 결국 예술은 일상적 삶에서 진정한 가치에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가을 광주전역을 광주비엔날레로 물들인 김 대표는 보는 사람마다 1박2일정도 와서 비엔날레를 보고 광주 음식도 즐기라고 강권한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다.

"베니스비엔날레나 아트바젤등 해외 유명 큰 행사들은 대부분 비싼 돈을 내고서도 2박3일, 4박5일 아트투어를 가는데, 정작 우리 국민들은 광주비엔날레를 찾지 않고 미술계 관계자들도 하루왔다 그냥 가는게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엔 입소문이 나서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오는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엔날레 기간이 짧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1995년 9월 20일 개막, 2년마다 9월에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도 광주 정신을 잇는 행사이니 만큼 5월 개막도 고려해볼만 하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제정된 만큼 5월부터 세계 미술인들을 광주로 모이게 해 화해와 치유, 역사적문화적 공간으로서의 광주로 재탄생하게하는 것은 어떨까.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도 5월 개막해 11월까지 6개월간 열린다. (그러려면 관광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바다가 있어 이국적인 부산과 달리 광주는 호텔과 먹거리 연계가 아쉽다.)

상근직으로 주중에는 광주에서 살고 있는 김 대표는 토요일 오후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젠 광주집이 더 편하다"는 그는 "시리얼로 아침을 떼우는 남편이 불쌍하기도 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남편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임기는 ‘3년 무제한 재임’으로 다시 2020년 광주비엔날레를 준비해야 한다. '광주 정신'을 깨운 '2018 광주비엔날레'는 11월11일까지다. 이제 3주 남았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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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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