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자리’에도 숨겨진 비밀이 있다

입력 2018.10.18. 11:00 수정 2018.10.18. 11:04 댓글 0개

자리의 지리학

이경한 지음/(주)푸른길/1만3천원

자리라는 개념을 적용해 지리 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 나왔다.

지리학자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가 ‘자리의 지리학’을 내놨다.

저자는 지리가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일상 친화적인 주제로 지리교양서를 집필하며 지리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지리 선구자다.

저자는 전작 ‘일상에서 장소를 만나다’, ‘골목에서 마주치다’,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에서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일상의 지리적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지리 관련 서적이 시중에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지리를 에세이적으로 풀어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지리 책들이 객관적인 지리적 내용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이 책에는 저자만의 지리적 감수성까지 풍부하게 담겨 있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지리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스며든다.

또 복잡한 세상에서 손에 쏙 들어가는 분량을 자랑하며 책을 편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는 뿌듯함을 제공한다.

자리는 위치(position), 입지(location), 장소(place) 등을 아우르는 우리말 개념이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리를 뛰어넘어 존재하기란 불가능하며 우리는 각자 자신의 분량만큼 자리를 차지하고 일정한 역할과 기능을 한다. 또 자리는 마음의 경관이 머무는 곳이며,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런 자리의 특성과 자리와 삶 사이의 상호작용을 살펴보는 것이 바로 ‘자리의 지리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의 삶 속에서 만나는 자리를 살펴봄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제1장에서는 ‘자리’는 상징이고, 질서이며, 권력이자 돈이다는 사실을 새롭게 두각시킨다. 또 2장에서는 ‘자리로 보는 세상 갈등’을 통해 송전탑, 팽목항처럼 자리와 관련된 국내 문제부터 난민이라는 세계 문제, 생물 종이라는 생태계 문제까지 다룬다. 3장과 4장에서는 ‘자리로 부는 생활문화’와 ‘자리로 보는 울퉁불퉁한 세상’을 주제로 지리의 현 트렌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살짝 비켜나 친숙하던 자리를 신선하게 바라보고 자리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는 “지리를 기존 책과 달리 에세이로 읽기 쉽게 풀어냈다”며 “교과서적인 지리에 넌덜머리가 난 학생들, 재미있는 지리교육 자료를 찾고 있는 교육자, 전과 다른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일반인들이 많이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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