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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멘털 강한 산악인"···오랜 벗들, 김창호 대장 추모
입력 2018.10.17. 14:02 수정 2018.10.17. 14:14 댓글 0개【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도중 사고로 숨진 고 김창호(49) 대장의 오랜 지인들은 김 대장을 순수하고 멘털이 강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17일 김 대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성모장장례식장에서 고인의 대학친구 염제상(49)씨는 "국민이 김 대장이나 임일진 감독을 생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싶다"며 "우리나라 산악계에 엄청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모르는 친구다. 남들에게 자기 자신을 떠벌리는 친구가 아니라 자기 소신을 묵묵히 챙긴 친구"라고 말했다.
"많은 분이 히말라야에 가면 산이 좋아서 산에 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친구인 내가 봤을 때는 김창호 자체가 산이었다"며 "그정도로 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순수하게 사람들을 좋아했던 친구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김 대장과 30년지기인 염씨는 한국대학산악연맹 전 회장으로 김 대장과 서울시립대 무역학과 88학번 동창생이다.
같은 대학 동문인 전양중(49)씨도 "인류가 에베레스트 세계 최고봉을 처음 오른 게 1953년인데 그때는 많은 국가가 국가 경쟁력 때문에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고 했기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많았다"며 "14개 고봉을 다 정복하고 난 다음에는 무산소 등반을 시작했는데 14개 고봉 모두를 무장비, 무산소로 등반한 사람은 김 대장이 유일하다"고 전했다. 전씨는 영화 '벽'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를 인정받아 산악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황금피켈상을 받았다"며 "김 대장과 임일진 감독은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선호한 분"이라면서 "최근에는 히말라야 영화도 찍고 감독상도 받아 이제 좀 꽃을 피고 후배들 양성하면서 편안하게 산에 다닐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슬퍼했다.
거벽등반가 김세준씨(49)는 "김 대장은 굉장히 학구파였고 괴짜였다"며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돌아 다니면서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을만큼 멘털이 굉장히 강하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눈만 뜨면 히말라야를 생각하고 공부했다"며 애통해했다.
"김 대장이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추세에, 세계 산악인들이 가장 아끼는 친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에 잘 노출 안 됐지만 산악 강국인 미국이나 유럽쪽에서는 기록, 이런 부분에 있어 존경을 많이 받고 있는 분"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씨는 6~7년 전 김 대장을 산에서 만나 알게된 산 친구다.
김 대장이 주도한 히말라야 코리안웨이 개척이 무모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염씨는 "김 대장은 무모하게 산에 가는 그런 친구는 아니었다"며 "본인을 희생해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면 본인의 목숨도 바칠수 있는 친구였다"고 강조했다. "그의 모토는 '집에서 집으로'다. 1%의 가능성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내모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며 "김창호 대장은 100%의 가능성이 있을 때만 도전한다"고 못 박았다.
전씨도 "김창호 대장은 절대 위험을 무릅쓰고 무모하게 목숨을 걸고 등반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을 택해 갔다"며 "산사태나 눈사태는 예상을 할 수 있어 피해가면 되지만 이번에는 눈이나 얼음 흔적이 전혀 없고 돌풍이 휩쓸고 온 것 같다. 돌풍의 경우 산악인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또 "김창호 대장은 완벽하게 준비하는 스타일로 그의 정보력은 현지 셰르파들이 모르는 것까지 알고 있을만큼 더 좋은 편"이라며 "대상지에 대한 사진을 다 찍고 연구하고 어느 루트로 갈지, 어느 시기에 갈지 다 계산해서 간 것임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알렸다.
염씨가 김 대장을 마지막으로 만난것은 지난 6월27일 동대문 근처 네팔 음식점에서 88학번 모임때다. 이날 만나서 20~30년 전 산에 갔던 얘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미래에 대한 부푼 꿈 얘기도 나눴다고 했다. 김 대장은 이 때도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염씨는 "본인이 홍보를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위치였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김 대장은 당시 우리도 선배들에게 받은 게 많으니 우리가 힘을 모아 후배들 위한 펀드나 재단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냐고 건의했다"며 쓸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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