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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 빛고을 시민대학 개설에 즈음하여
입력 2018.10.14. 11:34 수정 2018.10.15. 09:25 댓글 0개광주시의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빛고을 시민대학을 개설하기로 하고 금년에 시범사업 차원에서 지역의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총 12개의 프로그램을 선정한 바 있다.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는 시민대학이 개설되어 운영된 바 있지만 광주시 차원에서 추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부터는 5개 자치구 및 대학 연계 시민대학을 개설하여 시민학, 인문학, 광주학, 공동체 시민리더, 환경학·미래학 등의 교육과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해나갈 예정이다.
광주시는 이러한 시민대학의 운영을 통해 성숙한 시민의식의 함양과 사회통합을 추진하면서 광주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는 평생학습도시를 구현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2015년부터 자유시민대학이라는 이름으로 6개의 직영 학습장과 28개 연계대학을 중심으로 시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대체로 긍정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어다보면 민주평화통일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28개 연계대학 중 4개 대학만이 민주시민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고 5개 직영학습장 또한 관련 프로그램이 빈약한 편이다. 물론 이 강좌들은 포괄적 민주시민교육 범위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성별·종교 등에 따른 인권문제와 사해동포주의를 표방하는 평화이념 관련 프로그램은 부실하거나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의 경우는 서울시를 포함해서 다른 지역과 달리 민주시민교육 인프라가 양호하기 때문에 시민대학의 성공적 운영이 기대된다. 첫째, 광주는 일찍부터 교육도시로 일컬어질 정도로 유수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도 많고 교육열도 높은 편이다. 둘째, 광주정신의 배경이 된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이 전개된 곳이 바로 이곳 광주이다. 시민대학의 성공의 관건은 체험학습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인데 광주는 이와 관련한 사적지나 시설물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옛 전남도청등이 1980년 5월의 모습으로 복원되면 이곳은 시민대학의 주요 학습장 및 체험장으로서 기능을 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셋째, 이곳 광주는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최근의 한 통계를 보면 광주시의 시민참여교육 참여율은 전국 평균값과 비교해볼 때 무려 8배가 넘는 관심을 보였고, 이웃 전남은 3.7배 만큼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광주 전남의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왕성하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광주시는 시민대학의 개설과 운영에 있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 민주시민대학이 활성화되면 이를 통해 민주인권평화도시로서의 위상이 제고돼 결국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라는 시정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 차제에 시민대학의 운영을 광주평생교육진흥조례에 근거하지 말고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민주시민교육조례를 제정해서 이를 근거로 광주시가 직접 맡아 독립적으로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또 이 민주시민교육조례를 근거로 광주시민대학이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 구현을 위한 핵심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학습 수요에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업이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다소 더디더라도 첫 단추를 잘 꿰면 과정도 좋고 끝이 좋은 법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이다.
- <기고>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나는 파리 19구에 산다. 서민 동네이자 치안이 나쁘기로 소문난 구역이라 한국인은 거의 만나기 어렵다. 옆방 이웃은 난민 출신이다. 우리는 파리 주민이자 이방인이다. 남의 나라에서 남루하게 살아가는 처지라 생활이 풍족하지는 않다. 대신에 1980년대 한국 달동네에서 있었을 법한 일화가 가끔 일어난다. 어느 방에서 아이가 너무 울면 문을 열어 남의 아이를 안고 달래준 달지, 이 빠진 접시에 음식을 담아 맛보라고 가져다준달지….벽은 소음에 취약해 옆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상히 알려준다. 이웃으로 살면서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소리로 확인한다. 옆방에서는 아프리카 노래가 자주 흘러나온다.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밝은 리듬에 콩룩콩탁 거리는 발음이 사랑스러운 노래다. 내용을 알 수 없지만 밝고 흥겹다. 때로는 이 귀여운 노래 위에 시름이 느껴질 때도 있다.낯선 리듬과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있자면 새댁의 하루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옆방에서는 나의 한국어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내가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다녀왔을땐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다며 새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한 적도 있다.옆방 새댁이 어떤 경로로 파리에 오게 됐는지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아이를 데리고 미장원으로 출근한다는 정도만 안다.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옆방 모자를 만났다. 넓은 천을 이렇게 저렇게 꼬아 머리에 두르고 아프리카 스타일 프린트가 화려한 외투로 한껏 차려입었다. 예쁘다. 지하철 의자에 나란히 앉은 모자를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핸드폰으로 찍는다. 엄마 등에 업혀 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칭얼대던 아기는 어느덧 엄마에게 프랑스어로 떼를 쓸 정도로 컸다.일하러 가느냐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지하철 창문 쪽으로 유리 닦는 시늉을 하며 청소라고 프랑스어로 발음한다. 나는 요즘 청소 일을 한다."이브람 엄마도 일하러 가요? 미장원이 어디에 있어요?" "아뇨, 오늘 일 안 해요. 그런데... 20유로... 있어요? 20유로만 빌려줄 수 있어요?"돈 빌려달라는 말에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진다. 20유로면 3만 원정도 된다. 지갑 속에는 꼬깃꼬깃한 5유로짜리 지폐와 동전이 들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하니 현금 가지고 다니는 일이 드물다. 잠깐 고민 후 돈이 없다고 대답한다. 새댁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표정에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해 미안할 지경이다."이브람 엄마, 집에 지갑 놓고 나왔어요?" "미장원 일 못한 지 한 달도 넘었어요. 체류증이 끝나서 일 못해요. 먹을 게 없어요. 파리에 친구가 없어요."난민 체류자격 기한이 끝나 미장원에서 해고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체류증 없이 노동하는 건 불법이다. 두 모자가 지하철에서 내린다. 엄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연신 흔들며 아이가 떠나는 내게 인사한다. 옆방에 사는데 밖에서 만나니 새삼 반가운 모양이다. 아이의 작고 까만 손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유튜브 아카이브에서 1980년 어느 날의 '이종환의 디스크쇼' 오프닝이 들린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이따금 향수병에 시달릴 때 한국 라디오가 위안이 돼준다.성북구 종암동 이창수 씨의 엽서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열망하는 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어느 청취자의 절절한 사랑고백이다. 1980년 이창수 씨는 그녀에게 구애하며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를 신청했다. "당신이 지쳐 작게 느껴질 때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내가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당신이 잘 지내지 못하고 당신이 길에서 떠돌 때 나는 당신의 편이에요. 외로운 당신을 위해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창수 씨는 사랑을 이루었을까. 험한 세상에서 그녀를 위해 다리가 되어주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준 적 있는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지하철에서 찍은 사진을 새댁에게 전송한다. 사진 속에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V를 그려 보이고, 엄마는 공작새처럼 화사하게 웃고 있다. "메르시 마마"라고 답장이 온다. 신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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