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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던 집값 진정세"…'하락전환'은 갑론을박

입력 2018.10.13. 07:00 수정 2018.10.13. 13:32 댓글 8개
초강력 대출 규제로 호가 꺾이고 추격 매수세 잦아들어
일부 하락 가능성 제기하지만 상승세 지속 주장도 나와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조정가능성…공급대책 '촉각'
'똘똘한 한 채' 양극화 지속될 듯…부동자금 향방도 주목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정부가 9·13 대책을 통해 고강도 대출 규제 계획을 발표한지 한달새 서울 주택시장은 투자 열기가 꺾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 추가 대책이 투자 수요를 억제하면서 날뛰던 서울 집값이 진정되고 있다고 봤다. 당분간 서울 집값은 조정기간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주 연속 둔화된 상태다. 시장은 '상투잡이'를 피하기 위한 '눈치전쟁'에 들어갔다. 추격 매수세가 잦아들면서 집주인은 눈높이를 낮추고 호가도 하향되는 추세다.

'조정'이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번 불 붙은 서울 집값이 하락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무주택자가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경우 상승폭이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4일 한국감정원의 '2018년 10월 2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9월3일(0.47%) 정점을 찍고 이후 ▲10일 0.45% ▲17일 0.26% ▲24일 0.09%에 이어 지난주까지 5주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6월 셋째주(0.07%) 이후 약 4개월(16주)만에 최저치다.

불안심리로 나온 추격매수세도 잠잠해졌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주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8일 기준 96.9로 지난 7월30일(102.6) 이후 2개월만에 기준치(100)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0~200)는 매수-매도 동향을 나타낸 것인데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며 100 초과일 경우 그 반대다.

지난 9월3일 171.6를 기록해, 2003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수요-공급 상황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 '미친 집값'은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규제, 약발 듣나…서울 마이너스 전환 가능성도

시장과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의 약효가 발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집값이 너무 올라 부담이 커지고 금리인상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정부 대출·세제 규제이 나오자 시장이 진정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결정적이었다"면서 "호가가 꺾이고 시장이 경색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미디어랩장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시장 진입 문턱이 봉쇄됐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갑론을박'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9월11일 이후 56주째 상승중이다.

양지영 소장은 "수도권 공급 확대 방안까지 나오면서 대기수요자가 늘면서 서울 집값은 조정에 들어간 상태"라며 "상승세가 계속 가기는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11월 부동산 거래 비수기에 돌입하면 서울 집값도 마이너스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내려간다"면서 "호가는 떨어졌지만 실거래가는 계속 갱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랩장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하락 전환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제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정부 규제로 인해) 무주택자들은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한 매수세가 나타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정기간 얼마나 갈까…공급 확대 방안에 달렸다

집값 조정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짧게는 올 연말까지, 길게는 내년까지도 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함영진 랩장은 "금리 인상에 3기 신도시 개발, 국회 종합부동산세 등 소득세 관련 법 개정 이슈에다 공급도 많고, 임대소득 과세 문제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연내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은 장기간에 걸쳐 집값 상승세를 꺾을 만한 요소라는 게 중론이다. 권 교수는 "금리 인상은 세금 강화와 함께 부동산 시장 수익률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면서 "자칫 경제 상황마저 발목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가 대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변수가 많다.

공급 측면에서 실수요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달렸다.

양 R&C 소장은 "올해 연말까지, 아니면 내년까지도 갈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그는 특히 정부 공급 대책과 관련해 "추가 공급계획들이 현재 발표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속도가 지연되거나, 대기수요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지역에 공급할 경우 시장에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조정 기간이 짧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도 "매매 시장은 현재 진정 국면에 돌입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옛 성동구치소 같은 부지가 분양 시장에 나오면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영구임대 등으로 공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똘똘한 한 채', '청약 선호' 현상 지속될 듯…양극화 지속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은 시간이 피할 수 없는 이슈다.

함영진 랩장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최근에는 1주택자마저 청약시장 추첨 비중이 줄면서 '똘똘한 한 채'를 운영해야 한다는 시장의 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시장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택 소유자들은 분양시장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청약 시장에 자금 쏠림이 지속될 전망이다.

또 정부 공급대책과 관련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2기 신도시의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은 만성적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수도권도 강남과 가까운 지역이 아닐 경우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교통 호재, 학군 수요, 조망·환경권 등 측면에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월세 시장의 경우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권 교수는 "임대사업자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전월셋값을 올리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고, 주택시장에 비해 전세시장이 안정되면서 전세에 눌러 앉는 수요가 나오면서 다소 불안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올해 연말 입주가 예정된 9510가구 대단지 헬리오시티와 관련해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관련) 거주요건으로 묶는 바람에 살던 집은 전세를 주고,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경우 서울 전세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넘치는 부동자금, 주택시장 자금쏠림도 변수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도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방향에 중요한 변수다. 장기 저금리 기조로 인한 시중 유동성 불어난 상황에서, 최근에는 미국발 금리 인상과 미-중간 무역 분쟁으로 인해 외국인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1117조356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은 부동산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여전히 쏠리면서 시장을 들뜨게 만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권대중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 주식이나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것이 정상인데 경제 상황이 나쁘고, 주식·채권 시장 상황도 나쁘다보니까 부동산 시장에 계속 머물면서 시장에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유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도 있다. 양지영 소장은 "지금으로서는 자금이 어디든지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부동산은 간접상품이나 토지 등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랩장도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경우 부동자금이 갈 데가 없다"면서 "DSR, RTI 등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갈 수가 없고, 상가 시장도 최근 임대차 보호 법안 문제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상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체 부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서로서로 큰 영향을 미치는 시장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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