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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 '눈부심'… 여름철 심야 오토바이 단속 현장 가보니

입력 2018.07.21. 00:31 댓글 0개
단속 2시간 불법 튜닝 11건 등 16건 적발
오토바이 '굉음'… 잠 못이루는 시민 증가
비행기 이륙 소음 맞먹는 데시벨 나오기도
적발 운전자 "몰랐다", "아쉽다", "너무하다"
"불법 튜닝 LED 전조등, 도로 위 살인무기"
7월23일~9월30일 오토바이 단속 예정돼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팔각정 주차장에서 경찰이 불법 개조 이륜차 단속을 하고 있다. 2018.07.20.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차 잡으러 온 줄 알았네, 하고 많은 곳 중에서 왜 여기서 하는거야."

불법 튜닝 단속 과정에서 적발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같이 말했다.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앞 오토바이 소음기, 불법개조 단속 현장으로 5분 간격으로 오토바이가 단속을 받으러 들어왔다. 북악스카이웨이는 경치와 전망이 좋아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경찰은 유관기관과 함께 20일 오후 9시께 서울 종로구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이륜차 소음기 등 불법개조 일제 단속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단속을 벌인 2시간 동안 불법 튜닝(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11건을 형사 입건하고 안전기준 위반 5건으로 모두 1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잠 못이루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늦은 시각 오토바이 굉음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나 단속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오토바이 일제 단속을 위해 경찰 11명과 유관기관 4명이 투입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팔각정 주차장에서 경찰이 불법 개조 이륜차 단속을 하고 있다. 2018.07.20. dahora83@newsis.com

단속 현장에선 굉음이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경찰이 운전자에게 엑셀레이터를 밟아달라고 요청하자 오토바이에서 고막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가 들렸다. 단속을 실시한 이성호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소음기에서 45~50㎝ 떨어진 위치에 소음 측정기를 대고 데시벨을 측정했다. 소음 측정기는 119㏈.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소음(120㏈)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차장은 "이 차량은 혼다 오토바이인데 소음기는 슈퍼트랩"이라며 "구조 변경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자동차관리법 34조 위반이다"라고 단속 대상자에게 전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 소음 위반 기준은 연식에 따라 다르다. 1999년 12월31일 이전 생산 오토바이는 110㏈ 이상, 이후 생산 오토바이는 105㏈ 이상이면 위반으로 정해져있다.

단속에 걸린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음 단속에 걸린 정모(31)씨는 기자에게 "솔직히 여기 들어올 때 소리가 작지 않았냐"며 "엑셀레이터를 그렇게 세게 밟을 일이 없는데 너무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토바이에서 112㏈이 측정된 단속 적발 운전자는 "엔진을 느끼려고 산 것이긴 하지만 소리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한 달 전에 중고로 산 거라, 참…"이라며 말을 흐렸다.

시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북악스카이웨이로 자전거를 타고 일주일에 한 두번 온다는 류남섭(52)씨는 "자전거를 타고 올라오다 오토바이가 뒤에서 따라오면 탱크가 온 것처럼 느껴진다"며 "너무 소리가 커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북악팔각정 주차장에서 경찰이 불법 개조 이륜차 단속을 하고 있다. 2018.07.20. dahora83@newsis.com

이날 불법 전조등 튜닝으로 8명이 적발됐다. 적발된 운전자들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HID(고전압방출) 전조등만 안 되는 것 아니냐"며 "LED 전조등도 불법이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고 단속 중인 이 차장에게 따졌다.

이에 이 차장은 "구조변경을 신청하지 않은 LED 전조등은 너무 밝아 대항차가 4초가량 눈을 뜨지 못한다"며 "도로 위의 살인 무기"라고 답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김정식 경위는 "오토바이가 도망갈 수 없는 곳에 단속 구간을 설치했다"며 "일단 코너를 돌아 들어오면 유턴할 수 없는 위치"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 교통안전공단, 서울시 25개 지방자치단체 등은 7월23일부터 9월30일까지 53회에 걸쳐 이륜차 소음기 등 불법개조 일제단속 합동 근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단속을 위해 교통경찰 170명, 유관기관 52명 등 222명이 투입된다. 순찰차 31대, 승합차 31대 등 장비 95대도 배치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오토바이 교통 사망사고도 빈발해 불법 개조에 대한 엄정한 단속을 통해 경각심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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