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살아만 돌아왔으면···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

입력 2022.01.12. 15:02 수정 2022.01.12. 17:02 댓글 0개

"오늘도 별 소득 없이 지나가는 것 아닙니까.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니요. 저희는 한시가 급합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해 6명이 실종된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의 애끓는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설치된 임시 천막 안팎은 온종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 섞인 아우성이 이어졌다. 사고 발생 이틀이 다 돼 가는데도 가족들의 생사 여부조차 알 수 없자 실종자 가족들은 출입통제선 앞에서 항의했고 참다못해 울분을 토했다.

여동생의 남편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왔다는 70대 배모씨는 "사고가 발생했던 날 제부와 오전 11시까지도 통화를 했었는데 이후에 연락이 두절됐다"며 "31층에서 실리콘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공사 기일에 쫓겨서 주말에도 일하러 나갔다고 들었는데…무리한 공사가 결국 화를 불러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모부가 실종됐다는 30대 박모씨는 "이모부가 실종됐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에 현장으로 곧장 왔다"며 "수색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천막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울먹였다.

이어 "평소 이모부께서 저를 아들처럼 살뜰히 챙겨주셨는데…황망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어제부터 소방당국에서는 자세한 설명은커녕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늘 오전에서야 구조견이 투입되는 등 수색을 재개됐다고는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매형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온 한 40대 A씨는 "어제 저녁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며 "안전 확보 후 구조팀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무리해서 작업하라는 말이 아니라 붕괴 현장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실종자들에게 스피커나 후레쉬 등으로 메시지라도 보냈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차라리 직접 현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실종자 가족들은 그야말로 방치된 상태다. 지자체나 소방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살아있던 사람도 얼어 죽을 정도로 추운 날씨"라며 "우리는 마음이 한시라도 바쁘다. 어제처럼 별다른 소득 없이 해가 저무는 것 아니냐"라며 토로했다.

최근 실종된 인부와 함께 작업을 했다는 양모(57)씨는 "순천에서 일하다가 최근까지 같이 일했던 동료가 실종됐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다"며 "실리콘 작업에 투입된 3명이 우리 회사에서 일용직 등으로 일하던 동료들이다. 어제 3시30분 이후로 전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건설 쪽에서 30여년 간 일했지만 이 정도로 무식하게 건물이 무너진 건 처음이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4시께 출입통제선을 앞에 두고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 등 소방당국과 충돌도 빚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현장 상황에 대해 일절 설명을 듣지 못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들에게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냐"면서 "실종자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전담 직원을 구성해야 한다. 우리는 한시가 급한데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소통 전담 직원을 마련해서 즉시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며 "타워크레인과 낙하 위험물에 관해서 회의한 후 실외 구조팀 투입 여부 등 결과를 전하겠다. 현재 드론을 비롯한 수색팀이 투입돼 현장 상황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올 것이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붕괴된 층 부근에서 실리콘 작업(3명), 소방설비 작업(2명), 배관 작업(1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된 6명은 휴대전화 기지국 확인 결과 공사 현장 2km내에 5명, 쌍촌동에 1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아직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20분께 구조견 6마리, 핸들러 6명 등 구조팀을 현장에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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