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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인수 첫 고비 넘겨···초대형 항공사 출범 '탄력'

입력 2020.12.01. 19:39 댓글 0개
법원, KCGI 가처분 신청 '기각' 판단
고비 넘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양사 통합 작업·항공업계 재편 탄력
노조 반발·결합심사 등 과제도 남아
한진 "위기 극복·고용 안정에 최선"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법원 문턱을 넘으며,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 출범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이승련)는 1일 사모펀드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18일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반발해 가처분을 신청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KCGI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에 따른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는 조 회장의 경영권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라며 반대해 왔다.

이번 인수전에서 산업은행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이 중 5000억원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진칼의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한진칼의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KCGI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첫 난관을 넘게 됐다.

산은은 예정대로 이달 2일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일에는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투자한다.

한진칼은 아시아나 인수를 목적으로 한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신주 1조5000억원 및 3000억원의 영구채 인수로 총 1조8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의 최대주주가 된다.

대한항공은 연내 계약금 3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 등 6000억원을 아시아나에 투입하고, 내년 1분기 중 중도금 4000억원을 납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 6월30일 아시아나의 1조5000억원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면 인수 절차는 마무리된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이사회를 개최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논의를 한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 입주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0.11.16. bjko@newsis.com

대한항공은 이번 인수전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출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과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9위, 아시아나는 29위다.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제동이 걸렸던 국내 항공업계 재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비롯해 양사의 저비용항공사 계열사 3곳이 단계적으로 통합하며 국내 항공시장에 일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아울러 조원태 회장은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해 한진칼 지분 분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진칼과 산은이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으로부터 경영에 대한 견제·감시를 받게 된다.

한숨 돌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뛰어넘어야 할 산도 많다. 노조의 반발,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코로나19 장기화 속 경영 정상화 등이다.

우선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이번 인수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한 1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2020.11.16.photo@newsis.com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가 통합되면 중복되는 인력은 8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나 직원들 사이에서 고용 불안이 큰 만큼, 노조와의 협의 등을 통해 우려를 잠재울 인력 운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산은과 한진그룹은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직원 전원을 승계해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해왔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18일 기자들과 만나 양사 중복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은 계획이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산은은 향후 PMI(인수 후 통합 전략) 계획 수립 시 고용유지 방안을 주요사항 중 하나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양사 통합에 대해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을 승인해도 해외 경쟁당국 중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다만 정부 주도 합병인 만큼 국내 공정위 결합 심사의 불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대부분 국가가 대형항공사를 1곳씩만 갖고 있어 해외 규제당국이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인천공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다. 그 뒤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5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2020.11.15. yesphoto@newsis.com

이 외에 코로나19 장기화 속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소비자 편익 제고 등도 극복 과제다. 한진칼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한 KCGI가 지분 추가 매입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단시일 내 끝나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법원의 판단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및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3자 연합도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KCGI도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한진칼 가처분 기각 결정에 유감스럽다"며 "관계 당국과 사법부의 고심은 이해하지만 이번 결정이 시장 경제원리와 상법, 자본시장 원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천명해온 항공업 재편의 공론화,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없다"며 "이를 위한 고민과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한진칼 주주들과 함께 경영진을 감시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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