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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고 해도 못팔아" 다주택자 '매도' 대신 '증여' 왜?
입력 2020.12.01. 06:00 댓글 3개보유세·거래세 부담 가중, 퇴로 막힌 다주택자 증여 선택
"한시적으로 거래세 낮춰 다주택자 매물 시장으로 유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지만, 신고가를 경신하는 거래가 속출하는 등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 지역뿐만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물론 수도권 지역에서도 최고가를 찍은 단지가 연이어 나오는 등 집값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강화해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면 매물 잠김 현상 해소와 집값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넷째 주(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23%로 지난주(0.25%)보다 0.02% 줄었다. 10월 첫째 주 이후부터 커진 상승폭이 7주 만에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은 지난주보다 0.02% 올라 4주 연속 같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남구는 7주 연속 0.00%를 기록하다, 이번 주 0.03% 상승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압구정동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또 서초구(0.02%)는 반포동, 송파구(0.02%)도 신천동 일부 재건축과 잠실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해 지난주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또 동대문구(0.05%)와 강북구·관악구(0.04%) 등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올랐다.
수도권(0.15%)은 지난주(0.18%)보다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인천(0.12%)은 남동구(0.23%)와 부평구(0.17%)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으나 전체적으로 상승폭은 축소됐다. 경기(0.22%)에서는 비규제지역이었다가 지난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김포시가 0.98%를 기록하며 지난주(2.73%)보다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규제를 비켜간 파주시는 운정 신도시를 위주로 지난주(0.78%)에 이서 이번 주 1.06%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전용면적 59㎡)은 지난 19일 기존 금액보다 4000만원 오른 15억9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서초구 우면동 서초힐스(전용면적 84㎡)는 전세대책이 발표된 후 첫 주말인 지난 21일 14억9500만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꿈마을우성(전용면적 132㎡)도 기존보다 1억원 이상 오른 1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전용면적 170㎡)는 지난 23일 10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지난달 21일 8억2128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2억1372만원 올랐다.
주택시장에서는 전반적인 매물 부족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의 24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시장에서 매물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또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까지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원인으로 꼽힌다. 1년 미만 보유 주택(입주권 포함)에 대한 양도세율은 종전 40%에서 70%로 인상된다. 또 1년 이상 2년 미만 보유 주택은 종전 기본세율(과세표준 구간별 6~42%) 대신 60%가 적용된다. 종부세 부담을 피하려면 내년 6월1일 이전에 집을 처분해야 하지만,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집을 가능한 오래 보유해야 하거나 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팔기도, 버티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오히려 양도세 부담으로 매매 대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등 증여로 선회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까지 증여 건수가 이미 연간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총 11만9249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6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1만9108건으로 집계됐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증여는 모두 5726건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 CSI는 전월 대비 8p 오른 130을 기록했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으로, 통계가 시작된 2013년 1월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가구 수가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가구 수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집값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는 올리되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춰 시장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거래가 끊긴 주택시장에서 거래세 인하시기를 놓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꾸준한 거래 없이 시세보다 낮은 일부 급매물만 가지고 집값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한시적으로 면제됐던 지난 6월까지 급매물이 쏟아지며 거래량도 늘었다. 보유세 부담이 느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일 기준 거래량은 4370건으로, 지난 4월 거래량(3019건)보다 44.7% 증가했다. 또 실제 지난 4월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79㎡)는 지난 4월 시세보다 2억원 떨어진 17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정부는 거래세 인하에 대해 신중하다. 다주택자들이 부동산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 입장에서 거래세 인하는 자칫 투기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세 인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을 설득해야 한다. 취등록세는 지방세로, 전반적인 세율 인하는 지방재정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자체의 반발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일부에선 국세인 종부세가 느는 만큼 이를 지방교부금으로 더 늘리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지자체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꾸준히 올려 고가·다주택자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대신 한시적으로 거래세를 낮춰 주택 거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의 원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탓"이라며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시장에 매물을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인상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보유세를 늘리되, 거래세를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 시장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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