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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초격차시대-사업구조 재편]대림산업, '선택과 집중'···기업분할로 가치 극대화

입력 2020.11.26. 06:00 댓글 0개
건설-석화,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 전략 추진
"가치 재평가 통해 주주가치 제고·이익 극대화 실현"
[서울=뉴시스]e편한세상 현장에서 직원이 태블릿에 설치된 스마트 시운전 솔루션을 통해 원격으로 세대 조명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대림산업 제공)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대림산업이 추진 중인 기업 분할은 산업별 최적화를 통해 사업부별 독자적인 성장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건설업과 석유화학 등 2개 사업 부문을 주축으로 하는 복합 기업으로, 그동안 상이한 산업이 한 데 묶여 기업의 성장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과 석유화학은 사업 리스크가 정 반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유가는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호재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 단가가 낮아지게 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설업은 악재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산유국이 재정난에 처하고, 이는 중동 지역의 건설경기가 침체로 이어진다. 우리 건설기업으로서는 건설 발주 연기·취소 등으로 인한 일감 수주 기근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유가 회복은 국제 경제가 정상화되는 신호이기 때문에 건설업은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는 호재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종은 원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이 하락하는 악재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분야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데 건설업이 불황에 빠져 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거나, 석유화학의 수익성 악화가 건설 부문의 성장을 제약하는 일도 생겼다.

대림산업은 이 같은 구조적 갈등을 기업 분할을 통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내달 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인적·물적 분할을 통해 건설, 석유화학 등 2개의 사업회사로 분할을 확정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내년 1월1일 지주회사 체제가 출범하면, 지주회사 디엘과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가칭)로 인적분할한다. 디엘과 디엘이앤씨의 각 회사 주주는 지분율에 따라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다. 분할비율은 디엘 44%, 디엘이앤씨 56%다.

이후 디엘에서 석유화학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석유화학회사 '디엘케미칼'(가칭)을 신설한다. 디엘은 디엘케미칼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방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대림산업의 기업분할에 대해 저평가돼 있는 회사의 가치를 재평가 받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회사다.

대림산업은 이를 통해 건설부문은 수주 중심의 전통적인 건설사에서 디벨로퍼 중심의 솔루션 사업자로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림산업의 건설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2.9%로 업계 최고 수준임에도, 경쟁사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기업 분할을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건설, 토목 관련 자회사 삼호와 고려개발은 최근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으며, 도시개발정비사업에서 올해 수주물량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조기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 업계 1위 기업인 '대림씨엔에스', '대림오토바이'를 매각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노리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도 독자적인 성장 가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대림산업은 분할 이후 저원가 원료기반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톱 20' 석유화학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을 지난해 665KTA(Kilo Tonnes per Annum)에서 오는 2025년 2039KTA로 3배가량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지난 2019년 15%에서 오는 2025년 40%까지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0월 미국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Kraton)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를 5억3000만 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7월 5000만 달러(600억원)을 신규 투자했다. 이 사업부는 수술용 장갑 등을 생산하는 재료인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하고 있다.

또 필름, 코팅제 등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화사업부에 속해 있던 필름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 내 대림에프엔씨를 신설했다.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확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림산업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 재편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기 위해서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 제도도 함께 도입한다.

회사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그동안 건설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이 독립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 나갈 최적화된 시점을 모색해왔다"면서 "기업분할을 통해서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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