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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해' 주장 근거 깨진다···IHO, '명칭' 아닌 '번호' 표기 합의

입력 2020.11.17. 13:38 댓글 0개
"신해도 표준 S-130 개발, S23은 출판물로 남아"
정부 "1997년 후 IHO 다자외교 무대 노력 결과"
日매체 "일본해 단독 표기 방안 잠정 승인" 주장
외교부 "사실 아니다…유효한 표준 아닌 출판물"
【서울=뉴시스】전 세계에 '동해(East Sea)' 표기를 널리 알려온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이 이번 광복절을 맞이하여 '잃어버린 이름 '동해' 되찾기 캠페인'을 네티즌들과 함께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휴가철을 맞아 각 나라의 대표 항공기 좌석 내에 제공되는 개인 스크린 지도 서비스를 조사한 결과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 이름이 대부분 '일본해(Sea of Japan)'로만 표기 된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들의 제보로 이뤄진 이번 조사에는 국적기를 제외한 각 나라별 대표 항공기인 중국 동방항공, 영국 버진 애틀랜틱,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터키 항공 등 23개의 항공기 전부 다 '일본해' 단독 표기로만 되어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네티즌들로부터 제보받은 23개 항공사 뿐만이 아니라 메일(bychoi@ygeneration.co.kr)을 통해 꾸준히 제보를 받아 서 교수팀은 항공사측 홍보 담당자에게 동해관련 자료를 전달하여 오류를 시정할 계획이다.한편 서 교수팀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인 유력 매체에 '동해' 광고를 꾸준히 게재해 왔으며 뉴욕 타임스스퀘어 및 스위스 다보스포럼때는 옥외광고까지 진행하는 등 동해표기를 위한 전 세계 홍보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사진은 중국 동방항공 내 일본해 단독표기 모습. 2016.08.15. (사진=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김예진 기자 = 국제수로기구(IHO)가 국제 해도(海圖) 제작 지침서에 '동해'와 '일본해'와 같은 명칭 대신 숫자로 표기하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화상으로 열린 IHO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S-23 미래에 대한 비공식 협의 결과'와 관련해 마티아스 요나스 IHO 사무총장이 제안한 보고서 원안을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보고서는 '해역을 지명 표기 없이 고유 식별번호로 표기하는 디지털 방식의 신해도 표준인 S130을 개발하고, 기존 표준인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준 출판물로서 남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IHO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제작된 S-23 초판부터 2판(1937년), 3판(1953년)에 동해 수역을 '일본해'로 단독 표기했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국제사회에서 일본해 표기 주장을 강화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97년 IHO 총회에서 처음 동해 표기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해야 한다고 외교전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2017년 4월 IHO 총회를 계기로 북한, 일본과 비공식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IHO 사무총장이 중재안을 제시했다.

이번 총회에서 일본 측은 '사무총장의 제안을 지지한다'며 사전에 제출한 서면 의견 외에 추가적인 의견이 없다고 발언했다. 미국, 뉴질랜드 역시 지지 입장을 밝히며, 신표준 개발에서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총회 토의에서 발언하지 않았으나 비공식 협의 당시 사무총장 보고서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밴더 덩크 IHO 의장은 "고유 식별번호 만으로 지리적 해역을 표기하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S23은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공에 있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기 위해 IHO 출판물로서 남는다"며 "이 제안이 최종 승인을 통해 IHO 내에서 장기간 지속되어 온 지명에 대한 논쟁이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일본해를 단독 표기해 왔던 기존 표준인 S23이 향후 개발된 신 표준인 S130으로 이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IHO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서 1997년부터 이어온 끈질긴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총회 결과를 바탕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동해 표기 확산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외국 정부 및 민간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동해 표기 확산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동해 표기율은 2000년대 초반 2%에 불과했지만 정부와 민간이 외교전을 벌인 결과 최근 조사에서는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HO는 총회 이후 회원국 회람을 거쳐 12월1일께 결과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명칭 대신 식별번호로 표기하는 S-130 방안이 상용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표준 개발은 회원국의 관심 정도나 예산 지원 정도에 따라 개발 기간의 차이가 크다"며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관심 정도가 크기 때문에 내녀 10월에 5차 이사회, 2023년 4월 3차 총회에서 진행 사항이 보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IHO 표준 개발에 참여했고, 2013년 S-100 전자해도 표준 운영국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2016년, 2017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S-100 시제품을 구현해 실제 선박에서 운항 테스트를 하는 등 전문성,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S-130 개발에도 적극 참여해 개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18일 한국정부가 1992년 발간한 해도에 '일본어' 표기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요미우리가 증거로 제시한 해도. <사진출처=요미우리> 2019.03.18

한편 일본의 보수 성향 요미우리 신문은 IHO 총회에서 기존처럼 국제 해도 지침에 일본해를 단독 표기하는 방안인 '사무국장안'이 잠정 승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해당 안에는 단독 표기 정당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IHO가 새롭게 만드는 디지털 버전 해도에서는 일본해, 태평양 등 명칭이 사용되지 않고 숫자로서만 해역이 표기된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사무국장이 한국의 주장에 일정의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사무총장의 보고서상 제안에서도 S-23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역사적 변천, S23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보여주기 위해 유효한 표준이 아닌 '출판물'로만 남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는 동안에 출판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유효한 표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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