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핫플로 떠오른 옛 광주시민회관
입력 2020.11.04. 12:31 댓글 0개남구 재발견, 이것이 남구다! 말 그대로 재발견의 매력이요 반전이다. 광주의 재발견이요 남구의 재발견이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의미 있는 공간 옛 광주시민회관이 방치되고 시민들에게 잊혀져가다 어느 순간 ‘짠~’하고 나타나 인기를 끄는 반전. 누군가는 여기서 ‘로봇 태권브이’를 처음 본 영화관으로 기억할 것이고, 누구는 평생 반려자와 식을 올린 결혼식장으로, 어떤 이는 한껏 뽐내고 노래 한 자락 뽑던 공연장으로 기억할 특별한 공간이 바로 시민회관이었으나 잊혀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돌아와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 그냥 돌아온 정도가 아니라 광주의 새로운 문화명소, 청년들의 꿈터로 부활했다.
광주시민회관 건물 새 단장 청춘들 찾는 명소
창업 청년들 꿈 키우고, 시민들은 안락한 휴식공간으로 이용
지난 5월 말 재개관한 광주시민회관 포레스트 971이 화제다.
시민회관이 무려 50년 만에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으로 무장한 시민회관은 이름도 생소한 ‘포레스트 971’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시민회관은 재개관을 위한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게 청년들이 꿈을 펼치는 창업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넣자는 것이었다. 포레스트 971이라는 이름의 출발도 그와 연관이 있다. 올해 선정돼 이곳에서 활동하게 된 청년 창업자들이 공동브랜드인 포레스트(Forest) 971을 자체 개발했다. 포레스트 971은 ‘숲’이라는 의미의 ‘Frest'와 사람들에게 휴식을 전달하는 뜻의 ’Fore rest', 그리고 시민회관의 개관 연도인 1971에서 ‘971’을 따 와 지은 이름이다.
재개관한 시민회관은 지상 3층 건물. 1층에는 카페와 베이커리가 자리하고 있다. 커피는 ‘구동커피로스터리’, 베이커리는 광산구 하남에 1호점이 있는 ‘티라미뚜’ 2호점이 입점했다. 과거 공연장 1층 로비였던 커피숍 공간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내부 장식을 했고 밖으로는 3층까지 통으로 뚫린 높은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곳이 바로 과거 공연시설이었으나 외벽을 헐어내고 광주공원의 숲이 보이도록 만든 야외 공연장이다. 커피숍을 찾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개방한 이 공간이 매우 인기 있는 장소다.
시멘트 건축물의 투박한 감성과 광주공원의 오래된 숲, 감각적인 인테리어들이 조화를 이룬, 자연과 인공미의 조화미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지난 10월 10일부터 4일간 이곳에선 광주소셜아트페스티벌(GSAF)이 열려 시민들이 많이 찾기도 했다.
커피숍 옆에는 청년 메이커스 제작품 판매대, 꽃집 등도 자리 잡았다. 2층은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치는 창업공간이 되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입주 청년들이 각종 교육과 영화상영, 소규모 전시 등 복합기능을 수행할 공간으로 공동 사용하고, 3층은 청년 창업자들의 공유 사무공간이다.
이곳 시민회관 포레스트 971이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이곳에 오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감각적 구성의 커피숍에서 음료와 간식을 먹고, 멋진 사진까지 찍으며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점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강점이 바로 이곳의 위치. 시민회관은 광주에서 첫 번째 공원으로 조성된 광주공원 한복판에 서 있다.
일제 말 이미 공원이 되었으니 오래된 숲이 있고 주변은 매우 고즈넉하다. 주차장도 넓고 시민회관 외에 현충탑과 4·19기념 시설 등 역사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일제 신사의 흔적도 아직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그뿐 만이 아니다. 1980년 5·18 때는 당시 계엄군에 대항한 시민군이 사용하던 공간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최근 공원 입구에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의 총에 스러졌고 영화 ‘김군’의 소재가 되었던 시민군의 ‘김군 흉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런 복합적인 매력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고 추억을 되새기려는 중년 세대도 많이 방문한다. 젊은이들은 부모님의 추억이 서린 곳에서 최신 유행의 음료와 빵을 먹으며 추억을 만들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소환하기 위해 찾는 셈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시민회관은 지난 1971년 완공돼 광주의 첫 공공문화복합시설로써 시민들의 문화생활 중심이었으나 1991년 광주문화예술회관이 문을 열고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되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인근 옛 구동체육관 자리에 2010년 빛고을 시민문화관이 문을 연 뒤 더욱 수요가 없어졌다.
2012년부터 39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하고 재개관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8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장소로 활용된 것이 계기가 돼 가치를 재조명 받게 되었다. 광주시는 잠재적 가치를 발견한 뒤 곧바로 활용계획을 세웠고 공유재산활용사회실험 청년창업 지원 사업의 하나로 살려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사업에 따라 선발된 청년들이 5개 분야 33명이며 이들이 시민회관 활성화의 한 주체이기도 하다.
광주공원 안 보석 같은 문화공간 시민회관 포레스트 971. 이제 남구의 명소를 넘어 광주를 대표할 새로운 감성공간, 청년희망공간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코로나19 대응 단계도 1단계로 접어들었고, 가을도 깊어가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오랜만에 광주공원과 시민회관을 찾아보자.
〈글 · 사진 = 김옥열(자유기고가)〉
-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온누리에 울리다 기정 광주시장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앞에 마련된 '광주비엔날레 30주년 아카이브 전시-마당' 전시관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광주시는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전시를 개막했다.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를 돌아보고 광주정신을 조망하며 광주비엔날레의 동시대적 가치를 새로이 정립하기 위해 30주년 아카이브 전시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Where We Become Us)'을 기획했다. 전시는 4월18일부터 11월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일 자르디노 비안코 아트 스페이스(Il Giardino Bianco Art Space)'에서 열린다.이날 개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진흥회 위원장,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 강현식 주밀라노 총영사, 김병내 남구청장, 광주시의회 신수정·이귀순·서임석 의원, 국내외 미술계 인사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이번 전시는 3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역대 광주비엔날레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예술감독 및 큐레토리얼 팀, 전시주제, 참여작가 목록, 전시 장소를 표기한 광주시 지도 등을 통해 광주비엔날레가 구현한 14번의 마당을 소개하고 있다.두 번째 섹션은 광주비엔날레 소장품과 그 의미를 확장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의 '고인돌'(1995)과 크초(Kcho)의 '잊어버리기 위하여'(1995) 두 작품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지향하는 가치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강 시장은 5·18민주화운동의 공동체정신을 상징하는 '주먹밥'과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 백남준의 '고인돌' 등 전시작품을 소개했다.세 번째 섹션은 아카이브로 광주비엔날레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장 자료들을 전시했다. 티켓, 홍보물, VHS, CD, 전시도면 등 역사적 실물 자료를 비롯해 디지털화된 소장 자료 등을 살펴볼 수 있다.특히 이번 전시는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시'(Collateral Event) 30개 중 하나로 선정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인 '민주·인권·평화'라는 화두를 인류공동체와 깊게 나누고 함께 공감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 전시장에서 유아브(Iuav) 대학 시각예술학부 학생들의 학과 수업이 진행되고, 카 포스카리 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는 등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아카이브 전시 개막식에 이어 이날 오후에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해외홍보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고편 격인 '비디오 에세이 영상'이 최초로 공개돼 기대감을 높였다.'비디오 에세이'는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맡아 제작됐고,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들의 다채롭고 폭 넓은 작품 이미지와 비디오클립, 판소리 공연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모습 등을 담아 전시의 시대적 의의를 강조하는 등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강기정 시장 등 광주시 대표단이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광주비엔날레 거리홍보를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강 시장은 "광주비엔날레는 5·18을 계기로 폭발한 민주화 열망이 민중미술의 에너지로 이어지면서 시작된 행사"라며 "광주비엔날레 30년을 알리는 것은 5·18과 광주정신, 광주의 맛·멋·의를 알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강 시장은 이어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니스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광주를 키우는 일이다"며 "아카이브 전시와 함께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성공 개최를 통해 광주가 국제 시각미술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한편 오는 9월 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 명성의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이 선임, 판소리를 매개로 소리와 공간이 함께하는 오페라적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전시관과 함께 광주의 예술명소로 손꼽히는 양림동 일대까지 외부 전시장으로 연결, 주제전시를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가 함께 접촉하고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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