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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태주, '시무 7조' 비판한 이유..."정치 품격 말하고 싶었다"

입력 2020.08.31. 12:15 댓글 0개
진인 조은산 청와대 상소글 '시무 7조' '하교'로 반박
조은산씨 "2000만의 세상을 짓 밟는 것" 재반박 논쟁 확산
림씨 "악생 댓글 시달려 반박글 내리고 비공개 '친구보기'"
페이스북에 다시 글 올려 "품위 잃지 않는 논쟁 많아지길"
[서울=뉴시스]림태주 시인. (사진 = 페이스북 캡처) 2020.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진인(塵人) 조은산의 상소글 '시무(時務) 7조'에 반박글을 올린 시임 림태주가 "정치의 사무가 민생과 민의라는 근본에서 멀어지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 글(하교, 시무 7조 반박글)을 썼다"고 밝혔다.

림태주는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진인 선생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나는 정치의 품격을 말하고 싶었다. 일개 범부가 꿈꾸는 이상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만은 민의도 품격 있게 표출되고 논의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자 했으나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상처내는 글이 됐을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선생처럼 나 또한 생계가 막중한 범부라 세세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살기가 어렵다. 정치권도 민심도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모습에 암담함을 느낀다. 선생도 같은 심정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상소문의 형식을 빌려 그런 글을 썼으리라 짐작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림태주 시인이 청와대 게시판에 '상소문'을 올린 조은산에 보낸 편지글. (사진 = 림태주 페이스북 캡처) 2020.08.31.photo@newsis.com

림태주는 "사실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상소문 형식 자체가 해학과 풍자가 담긴 새로움을 지녔고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선생의 글이 그러했듯이 내 글도 무분별한 악성댓글에 시달렸다. 그 무분별에 대한 경계의 말을 선생의 독자들에게 남겨줘서 좋았다. 좌든 우든 상식과 교양의 바탕에서 견해를 나누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논쟁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본다.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보는 만큼 말한다. 그래서 다른 자리에 선 사람의 시각과 말도 필요하다. 세세하게 보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멀찍이서 숲을 바라보며 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래야 온전해진다고 나는 믿는다.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절감하는 것이 있다.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저편의 사람이지만 그가 안녕하고 무탈해야 내 건강과 안위가 보장된다는 역설"이라고 했다.

림태주는 "하교 글은 내린 게 아니라 친구보기로 돌려 놓았다. 낯선 계정에서 몰려와 하도 막말과 쌍욕으로 도배를 해서 방치하기 어려웠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은산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기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내용으로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글은 지난 12일 최초 작성 후 곳곳에서 회자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게시판 내 검색조회가 불가능해져 청와대가 비공개 처리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달 27일 검색할 수 있게 조치되면서 하루만에 20만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서울=뉴시스]림태주 시인이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 상소문에 반박한 글. (사진 = 림태주 페이스북 캡처) 2020.08.31.photo@newsis.com

림태주는 지난 28일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는 제목의 반박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서 '문장은 화려했으나 부실했고, 충의를 흉내 냈으나 삿됐다', '헌법을 들먹였고 탕평을 들먹였고 임금의 수신을 논했다', '언뜻 그럴 듯 했으나 호도하고 있었고 유창했으나 혹세무민하고 있었다. 편파에 갇혀서 졸렬하고 억지스러웠고 작위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했고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을 너무 멀어서 애달팠고 가닿을 수 없이 처연해서 아렸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후 조은산은 전날(30일) 밤 림태주의 글에 대해 "너의 백성은 이 나라의 자가보유율을 들어 3000만의 백성 뿐이며 3000만의 세상이 2000만의 세상을 짓 밟는 것이 네가 말하는 정의에 부합하느냐" 등의 내용을 담아 또 다시 반박하면서 논쟁이 확산됐다.

한편 림태주는 시집 없는 시인으로 유명한 작가다. 2018년 산문집 '관계의 물리학'을 펴낸 바 있고 지은 책으로 '그토록 붉은 사랑'과 '이 미친 그리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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