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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기업형 중고차 사기는 범죄집단"···박사방도 영향
입력 2020.08.20. 11:52 댓글 0개범죄단체조직 등 혐의 인정여부 쟁점
대법원, 범죄집단 아니라는 원심 파기
형법 개정 후 '범죄집단' 법리 첫 설시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외부사무실을 두고 직책과 역할 등을 정해 중고차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단은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처음으로 설시한 것으로, 동일한 혐의가 적용된 이른바 '박사방' 일당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조직·활동,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전모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20여명에 대한 원심 판단도 함께 파기됐다.
전씨는 중고차 판매 외부사무실의 대표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인천 지역에서 조직적인 중고차 사기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일당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 등은 인터넷에 중고차를 싸게 판매한다는 허위광고나 미끼광고를 올려 소비자를 유인해 범행을 벌였다고 한다. 소비자가 찾아오면 광고한 차량과 비슷한 상품을 보여주고, 광고금액대로 계약을 체결하게 한다. 하지만 이후 차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거나 추가 결제금이 있다고 넌지시 알려 소비자를 당황하게 한 뒤, 대신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식으로 이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가 만든 외부사무실은 산하에 복수의 판매팀을 두고 팀장, 전화상담원(TM), 출동 딜러가 소속돼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220여명에 달했고, 이들은 이같은 방법으로 약 11억8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파악된 조직원 수만 수십여명에 달하는 기업형 조직으로,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전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에서도 이들을 범죄단체 또는 범죄집단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법 114조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1심은 이들 조직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전씨 등의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2심에서 '범죄단체'보다는 경중이 가벼운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들 조직을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까지는 아니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대해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춰야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근무한 직원들의 수, 직책 및 역할 분담, 범행수법, 수익분배 구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외부사무실은 특정 다수인이 사기범행을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대표, 팀장, 출동조, 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형법이 2013년 4월5일 개정된 이후 '범죄집단'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죄집단' 혐의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일당에게도 적용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 6월 "박사방 조직은 수괴 조주빈을 중심으로 38명의 조직원들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했다"며 조주빈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명시해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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