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코로나 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숙제

입력 2020.08.17. 14:24 수정 2020.08.17. 14:24 댓글 0개
박원주 건강칼럼 화순전남대학교병원 교수

전 지구촌을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게 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인 불안과 불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의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각국의 보건의료제도가 적나라하게 시험대에 올라 냉정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제도 역시 시험대에 올랐고 그 어느 복지국가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전문성과 보장성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은 검사비, 치료비, 선별진료소, 음압격리실과 국민안심병원 운영 등에 대한 각종 비용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현재 코로나19의 진단과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이 80%를 부담하고,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국가 재정에서 20%를 지원해 어려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었다. 건강보험 덕에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의 의료비 걱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의 강력한 보장성으로 인해 국민들은 실제로 의료비가 저렴한 것이라고 오해할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보장성과 함께 질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인력, 시설, 장비 등도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한 발 더 앞서나가기 위해 각 의료기관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실제로는 상당히 고급의 비싼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실시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는 응답은 92.1%에 달했다. '내가 낸 보험료가 가치 있게 쓰이고 있다'에는 88.9%가, '건강보험제도를 누릴 수 있다면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할 가치가 있다'는 답에는 87.0%가 동의했다.

2003년 중증호흡기증후군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3년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감염 발생,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그리고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증과 앞으로 또 다가올 변형 바이러스의 공격은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예방과 대비에 드는 비용은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습하는 비용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효과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교훈 삼아 앞으로 발생할 감염병의 도전을 막아낼 수 있는 높은 방조제를 지금부터 우리는 만들어 가야 한다.

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구성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최고의 의료제도를 모두에게 보장하겠다는 것은 허망한 구호일 뿐이다.

중증외상, 고위험 신생아 출산과 같은 의료계의 3D 분야를 묵묵히 지키며 본인의 삶을 모두 헌신하는 의료진들이 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땀과 눈물 그리고 망가진 몸과 소속된 병원의 수익 악화와 같은 씁쓸함이다. 의료진들은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진료에 집중하기를 희망한다.

건강보험 밖의 비급여 의료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간호업무에 등을 돌리고 다른 곳으로 떠난 간호사 면허 소지자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의료의 질도 하락하고 사회적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급여 의료서비스와 양질의 의료인력을 최대한 건강보험 영역으로 합류시켜야 한다.

의료 소비자와 공급자가 모두 불안감 없는 탄탄한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 정당하고 합리적인 부담 증가에 대해 동의하는 사회적 합의와 현실에 맞는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홍익인간 정신이 내재된 우리에게는 그러한 합의가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구성원들의 땀으로 모은 건강보험재정이 누군가의 사리사욕과 과학적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는 곳, 선심성 등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동화 파랑새에서 틸틸과 미틸 남매는 병을 낫게 해준다는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많은 고생 끝에도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집에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바로 남매가 살던 집에 파랑새가 있다는 것을 돌아와서야 알게 된다. 파랑새는 이미 남매 곁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가 바로 우리 곁의 파랑새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면 좋겠다. 이 파랑새에 더 큰 사랑, 관심과 양질의 모이를 주어 죽이지 말고 튼튼하게 키워가야 할 것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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