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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인력 '번아웃' 적신호···70%가 업무량·스트레스 호소
입력 2020.08.12. 07:00 댓글 0개울분 경험 69.7%…불공정·민원 호소
계속 근무 의지보다 이직 희망 더 커
20대, 현장직, 여성일수록 고충 많아
"초과근무 당연시하면 발전 힘들다"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역학조사와 자가격리 관리, 환경 소독 등을 담당하는 방역인력들의 업무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심각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코로나19 업무 이후 건강이 나빠졌고 이직을 생각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방역 인력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코로나19 장기화 대비를 위한 필수 인력의 기초 자료를 확보하고자 2회 연속 조사로 기획됐다. 이번 조사가 마지막 회차다.
전문조사업체 한국리서치의 도움으로 지난 5월 실시한 1차 조사에 참여했던 1112명의 설문 참여자를 대상으로 7월21~29일 2차 조사가 시행됐다. 2차 조사에는 621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율은 55.8%였다.
◇코로나 근무 평균 147일…일평균 7.21시간 일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방역인력은 평균 147일 코로나19 업무에 투입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12일을 기준으로 206일째가 된다.
업무기간별 분포도를 4분위로 나눠보면 30.8%는 153일 이상~180일 미만 근무를 했다. 136일 이상~153일 미만과 136일 미만 근무자는 각각 26.4%였다. 180일 이상 근무했다는 응답도 16.8% 있었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는 153~180일 근무가 가장 많았고 20~30대는 136~153일 근무가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의 경우 7.21시간이었다. 이어서 보건소 공무원 6.31시간, 간호사 5.67시간, 간호사 외 의료진 5.24시간이었다. 전체 평균은 5.82시간이다.
하루 평균 휴식시간은 간호사 외 의료진이 2.4시간으로 가장 많았고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 2.11시간, 보건소 공무원 1.43시간, 간호사 1.4시간이다. 전체 평균은 1.58시간이었다.
10점 척도로 업무가 강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도록 해 평가한 업무 강도는 평균 6.61점이었다. 특히 역학조사 등 현장대응직의 경우 업무 강도가 7.05점에 달했다.
6~10점까지를 취합해 백분율을 계산하면 73.9%로, 10명 중 7명 이상은 업무 강도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업무의 복잡성은 15.6%다.
유 교수는 "업무를 복잡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업무 강도를 훨씬 크게 느끼는 것은 그만큼 현재 코로나19 치료와 방역 인력들이 업무량, 업무시간, 휴식과 휴가의 활용에서 큰 압박을 느낀다는 점을 짐작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관련 근무 중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개인 보호구 등 안전을 위한 필수 자원 제공이 5.77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전을 위한 교육과 훈련 5.03점, 식사시간과 휴식시간 4.7점, 교대 인력 등 추가 인력 지원 4.14점, 초과 근무 등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 3.73점, 스트레스나 번아웃 등 재난심리 대응, 지지가 3.21점이었다.
응답자의 63.0%는 자원의 분배나 일의 절차 등 처우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1차 조사때 54.1%보다 더 상승한 수치다. 처우가 불공정했다는 응답은 20대가 68.6%로 가장 높았다. 직종에서는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현장대응직이 68.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응답자 67.3%는 노동 강도 완화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은 간호사 직종에서 74.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업무 불공정, 악성 민원에 시름…이직 의향 높아
코로나19 업무와 관련해 부당하거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로 인해 울분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평균 69.7%였다.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이 89.5%로 울분 경험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보건소 공무원 81.9%, 간호사 외 의료진 68.4%, 간호사 63.4% 등이다.
울분의 원인으로는 불공정한 업무분배가 25.4%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뒤이어 감정적·억지 민원 19.6%, 비민주적 의사결정 16.2%, 부당한 취급과 대우 12.7%, 불충분·불공정한 보상 7.7%, 책임 전가 4.6% 등이다.
코로나19 관련 민원 중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유형으로는 무리한 요구가 38.5%를 차지했다. 29.6%는 감정적 불만 표출, 16.2%는 의료진 불신과 비협조, 12.7%는 진료 정상화나 비용, 절차에 대한 불만 등을 선택했다.
이러한 결과 응답자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었다. 코로나19 업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됐다고 느낀다는 비율은 45.2%로, 지난 1차 조사때 37.5%보다 증가했다.
또 응답자의 69.4%는 자신의 직업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위험하다고 인식했다. 감염의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36.6%였는데 이는 일반 경기도민 10.2%보다 약 3배 높다.
이들은 감정적으로도 피로에 시달리는 상태였다. 응답자 75.4%는 냉소를 느끼고 있었고 73.6%는 감정적 고갈 상태를 호소했다. 연구진이 스트레스를 측정한 결과 74.4%가 재모니터링이 필요했고 22.1%는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모니터링이 필요없는 응답자는 3.5%에 불과했다.
피로도와 스트레스에 따라 업무 의지도 약해지고 있었다. 4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업무를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2.95점에 그쳤는데, 이는 1차 조사때 3.16점보다 하락한 수치다.
선택할 수 있다면 이직을 하겠다는 응답은 5점 만점에 3.63점이었다. 이직 의지는 간호사 3.79점,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 3.67점, 보건소 공무원 3.54점, 간호사 외 의료진 3.23점으로 전 직종에서 3점을 넘겼다.
응답자들이 생각한 감염병 대응 방안으로는 보상 등 정부의 사후책무성 강화가 5점 만점에 4.21점으로 가장 높았다. 전담 인력 양성과 민간의료 유인수단 확보가 각각 4.18점, 질병관리의 공적 투자 4.16점, 전담기관 신설 4.10점, 공공분야에 투입할 인력 증가 4.07점 등이었다.
유 교수는 "현장 대응직의 경우 임시직이 많고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로 초과근무 등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며 "계속 이런 상황 조건을 내세우면 감염병 위기 대응 시스템의 발전적 대응 정착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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