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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文대통령 여름 휴가···올해는 폭우로 결국 취소

입력 2020.08.03. 17:09 댓글 0개
지난해에 올해도 여름 휴가 취소…휴가 운 없는 文대통령
지난달 31일 경남 양산 사저에서 내려가 PK 의원들 만나
2017년 북한 도발로 휴가 흔들…휴가지에서도 업무 연속
2018년, 계엄령 문건 파문 등 굵직한 이슈로 순탄치 않아
文대통령 휴가 취소 결정으로 참모 휴가 일정도 조정 중
文대통령 올 연차 소진율 0%…취임 후 최저치 이어갈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충남 계룡대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태규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네 번째 여름 휴가도 폭우로 결국 취소됐다. 취임 이래 크고 작은 현안들이 터지면서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앞선 휴가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불발되면서 대통령에게 휴가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3일 연차 소진 없이 호우 피해 대처 상황 등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취소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기습 폭우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휴가를 취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판단"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다가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 지낼 사저 매입이 끝난 상황에서 재임 중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현 사저에서 짐 정리 등을 하며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양산에서 부산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요청으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 일정은 보안사항"이라며 공식 확인해주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소보다 늦은 오전 11시께 현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참모진들에게 중부 지방에 쏟아진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을 보고 받고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일 오전 충남 대전 장태산휴양림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닷새간 취임 두번째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2018.08.03. (사진=청와대 제공)photo@newsis.com

문 대통령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우선을 두고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이라며 "계속된 비로 지반이 많이 약화된 만큼 이중삼중으로 점검하고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추가 인명 피해 방지 ▲인명구조 및 응급 복구에 만전 ▲국민에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유 ▲야외활동 주의 등 국민들에 협조 등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순탄치 않은 휴가는 취임 첫해부터 시작됐다.

2017년 북한이 문 대통령 휴가 출발 하루 전날인 7월28일 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화성 14호'를 발사하면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휴가를 보류하고 29일 새벽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긴급 지시에 나섰다. 이후 예정보다 12시간 지난 뒤에서야 휴가지로 출발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 3일 진해 공관에서 휴가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거북선 모형함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중 인근에서 전투 수영 훈련을 하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 만나 격려하고 있다. 2017.08.04.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휴가지에서도 업무는 연속이었다. 당시 휴가지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전자결재로 임명한 데 이어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진해 해군기지 내 해군공관 영접실에서 접견해 방위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또 강원도 평창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시찰하고 관계자들에게 성공적 올림픽 개최를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상 '휴가 중 업무'의 연속이었다는 말이 공공연했다.

이듬해인 2018년 여름에도 그리 마음 편한 휴가를 보낼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휴가(休暇)' 본연의 의미를 살려 업무 일선에서 떠나있겠다 했지만 휴가지로 택했던 계룡대는 청와대 집무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업무의 연속이었다. 예정했던 일정은 소화했지만 휴가 도중 당시 청와대 조직개편, 협치 내각 구상, 계엄령 문건 파문과 기무사 개혁 등 굵직한 이슈들이 휴가지로 보고됐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여름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진해 해군기지 공관에서 한국 최초 해외수출 잠수함 인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인도네시아 리아미잘드 리아꾸드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접견에는 우리 측 김판규 해군참모차장과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이 참석, 인도네시아는 아데 수판디 해군참모총장과 우마르 하디 주한 인니대사가 참석했다. 2017.08.02.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리비아 무장민병대에 피랍됐다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계룡대 벙커에서 구출작전에 총력을 다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다. 휴가 마지막 날은 청와대로 조기 복귀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하극상을 보였던 이석구 기무사령관을 경질하고 후임으로 남영신 사령관을 임명했다.

지난해 여름 휴가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로 결국 취소됐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하며 상황 관리에 나섰다. 대신 주말을 이용해 1박2일 간 가족들과 함께 제주에서 보내기도 했다.

올해 휴가 역시 취소되면서 청와대는 상황에 따라 휴가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여지도 남겨놨다. 윤 부대변인은 "추후 휴가 일정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스케줄에 맞춰 휴가 계획을 잡았던 참모진들의 휴가 일정도 일부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틀째인 31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서 등산 중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07.31. (사진=독자 이경미씨 제공) photo@newsis.com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등 일부 청와대 참모진들은 대통령의 휴가 일정에 맞춰 휴가지로 떠났지만 대통령의 취소 결정으로 복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의 올해 연차 소진율은 계속 0%를 이어가게 됐다. 보통 여름 휴가를 위해 연차 중 상당 부분을 소진하곤 했지만 이번 여름 휴가도 취소되면서 올해 연차 소진율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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