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새책]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입력 2020.07.29. 14:43 수정 2020.07.30. 09:47 댓글 0개
외로움은 사회적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한국경제신문/ 2만원

인생은 고독의 연속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외로움이 깊어지면 질병이 돼 삶을 위협한다.

"수년 동안 환자들을 돌보면서 목격했던 가장 흔한 질병은 심장병이나 당뇨가 아니라 외로움이었다."

'국가 주치의'라고 불리는 미국의 제19대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H. 머시 박사. 그는 외로움을 공중보건 문제로 봤다. 외로움이 알코올과 약물 중독, 폭력, 우울증, 불안감 등 현대 사회에 나타난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자 원인 제공자라고 지적한다.

그가 국가 주치의로 활동할 당시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청취한 결과 외로움은 디지털 기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아이들을 고립시키기도,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돼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가족이 겪는 고통을 증폭하기도, 알코올 또는 마약 중독자들이 치료와 재활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는 요인이었다.

실제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관점이 주목받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의 심리 상태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국은 지난 2018년 외로움을 '사회적 감염병'으로 정의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전 국가적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 역시 외로움을 '치명적인 건강 위해 요인'으로 바라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공동체의 위협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것이다.

머시 박사는 이러한 외로움이나 단절, 고립, 차별의 경험들이 어떻게 질병이 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국가의 주요보건 사안을 결정하는 공중보건위생국장이었을 당시 저자가 국가보건의 주요 통점 중 하나로 '외로움'을 강조했던 것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로 임기 중 여러 데이터를 수집해 외로움이 우울증이나 수면의 질 저하, 중독과 같은 문제 뿐 아니라 당뇨나 심장병, 뇌졸중, 고혈압 같은 신체적 질환과도 깊게 연관돼 있음을 밝혀냈다.

저자는 "외로움으로 인한 질병은 일반적인 신체 질환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반대로 외로움 문제를 하면 질병이나 신체적 고통을 완화하거나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며 문제 해결에 접근한다.

그는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외로움의 위험성과 나를 통제하는 힘에 대한 통찰력,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연결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오는 법이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외로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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