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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달걀 훔친 '코로나장발장' 법원서 혐의 다시 조사
입력 2020.07.23. 15:33 댓글 0개수원지법 "양형조사·판결전 조사 진행하겠다"
외신서 '손정우와 동일 형량" 보도 논란 거세져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달걀을 훔친 혐의로 기소된 40대에 대해 검찰이 징역 1년6월을 구형해 논란이 된 가운데 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을 재개했다.
수원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박정제)는 2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판을 다시 열었다.
당초 이 재판은 지난 16일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가 법원 직권으로 양형조사와 판결 전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판을 재개했다.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여전히 원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살아온 배경, 사건 경위 등 양형 조사와 판결 전 조사를 진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3월23일 새벽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연루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달걀을 훔친 사건으로 검거된 뒤 구속됐다. 당시 진행된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제대로 임하지 않은 데다 동종 전과가 9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A씨를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절도 전력 등을 고려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4는 절도죄로 세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같은 죄를 범해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가중 처벌해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절도 혐의에 대한 법정형이 징역 2년 이상 20년 이하지만,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A씨가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뒤 굶주리다가 구운 달걀 18개를 훔친 생계형 범죄를 저질렀다며 '코로나장발장 사건'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로라 비커 BBC 서울 특파원이 A씨 사건과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거래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24)의 형량과 비교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비커 특파원은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불허 결정 뒤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검찰은 너무 허기진 나머지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는 1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구형했고,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도 동일한 형량을 받았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사는 "양형조사와 판결 전 조사를 통해 재판부가 다시 살펴본 뒤 검찰에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이 직권으로 재판을 재개했기 때문에 조사 뒤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징역형이 불가피하다. A씨는 과거 사고를 당한 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음 재판은 9월10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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