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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넘어북한]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하는 이유
입력 2020.06.26. 19:23 댓글 0개남북이 공존하려면 문제 관리가 중요
쌀 지원은 인도주의적이자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어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
【서울=뉴시스】강영진 박수성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개성공단연락사무소 건물 폭파에 이어 예고한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지난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7기 5차 예비회의를 통해 보류시켰습니다. 뉴시스 <창 넘어 북한>은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쌀 보내기를 생각해 봤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뉴시스 북한에디터 강영진입니다.
이번 주 창넘어 북한은 지난 주에 예고한 대로 북한의 식량난 문제를 더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매년 40-50만톤 정도의 식량을 북한에 주자는 제안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가 며칠이나 됐다고 그러느냐고 화를 낼 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그렇지만 이 생각은 평소 제 소신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몇 분 동안만 귀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70년 동안 남북한이 가장 치열하게 군사적 충돌을 벌인 현장이 바로 서해 연평도 지역입니다. 1999년 1차 연평해전, 2001년 2차 연평해전, 2010년 3월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같은 해 11월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진 곳입니다.1, 2차 연평해전은 북한 함정이 우리 해군을 향해 선제공격을 가했다가 참패한 사건입니다. 우리 해군의 피해도 작지 않았습니다만 압도적인 화력으로 반격함으로써 북한 해군은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1, 2차 연평해전을 통해 북한은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정면승부로는 승산이 없으니 은밀하게 잠수함 공격을 가해온 겁니다. 천안함 사건을 몇 달 동안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우리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새로운 도발을 시험합니다.북한은 같은 해 11월 해군이 아닌 지상전력을 동원해 연평도를 포격합니다.북한이 자부심을 갖고 있는 방사포로 말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1,2차 연평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훈련이 잘돼 있는 연평도 주둔 해병대의 자주포 반격으로, 우리에게 포격을 가한 북한군 포병부대가 궤멸적 타격을 받았습니다.
연평도 포격이 있은 2010년 11월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직후입니다. 당시 스물여섯 살이었지만 인민군 대장계급을 달고 있었습니다. 이미 후계자로 확정된 시점이었지요. 그런 김정은이 성장하면서 목격한 것이 바로 1, 2차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그리고 연평도 포격사건입니다. 북한군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핵무기를 개발하고 포병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왔습니다.
북한군이 지난해 신형 지대지 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시험발사에 매달렸던 것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지난해 10여 차례의 시험발사를 거친 이들 신형무기들은 올들어 대부분 실전 배치됐습니다. 2017년까지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달렸지요.북한의 최근 대남 도발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얻은 군사적 자신감을 배경으로 하는 듯합니다.그렇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말 자신감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 군에는 북한이 애써 개발해온 각종 미사일보다, 성능과 화력이 앞서는 각종 첨단 미사일이 실전 배치돼 있습니다.또 북한이 눈치조차 챌 수 없게 공격할 수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 북한으로선 꿈도 꾸기 어려운 첨단 전력도 보유하고 있지요. 물론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뒷배삼아 재래식 도발을 일으키고, 우리가 반격하지 못하도록 위협하겠다는 의도를 가졌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그런 의도를 실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핵은 절대무기인 만큼, 북한 같은 나라는 역설적으로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독재자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는 순간 북한은 곧바로 파멸되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적어도 우리가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쌀을 주자고 해놓고 엉뚱하게 군사 얘기만 늘어 놓았습니다.이제부터 쌀을 주자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엄밀하게 말하면 3대세습 김씨 일가와 그들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의 기득권 세력의 생존 수단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북한에 쌀을 주면 ‘김씨 일가와 그 일당들’을 돕는 꼴 아니냐는 핀잔을 듣기 십상입니다.
맞습니다. 그들을 돕자는 말씀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문제삼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입니다. 이후 북미간 핵협상의 역사는 실패의 연속입니다. 2018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트럼프-김정은의 협상도 결과적으로 실패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마디로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왜 포기할 생각이 없을까요?답은 너무 뻔합니다. 포기하는 순간 나라가 망하고 살 길이 없어질 것이라고 그들이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북한인데 우리와 국제사회는 계속 압박하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비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에 무너지기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없지 않을 겁니다. 저는 지난 30년의 경험이 국제사회와 우리의 이런 판단과 기대가 환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의 본 모습과는 거리가 먼, 우리 스스로의 편견과 환상과 착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면서, 우리끼리 치고 박으며 싸워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요. 해결책이 없으면 문제를 안고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문제가 곪아 터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생겨 문제가 해소되는 순간이 오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것이 남북이 공존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북한에 쌀을 주자는 주장을 펴겠습니다. 북한의 주변 나라들은 모두 잘 삽니다. 우리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일본은 3위, 중국은 2위입니다. 러시아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대국입니다. 그런 나라들 사이에 섬처럼 박혀 있는 것이 북한입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렵습니다. 가뭄과 홍수가 나면 굶어 죽는 사람이 생기는 걸 피하기 어렵습니다. 매년 100만톤 정도의 곡물이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을 악에 바치게 만듭니다. 주변은 모두 잘 사는데 나만 밥도 못먹는 처지라면 누구라도 악에 바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못살게 된 것이 우리 책임은 아닙니다. 하필 국제사회와 섞이기 힘든 괴상한 체제와 제도를 가진 나라라는 점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저들 말로는 미 제국주의의 핍박 때문에 북한 인민들이 힘들게 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대가를 철저히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지요. 악에 바쳐서 말입니다.
앞에서 연평도 해역에서 벌어진 일들을 말씀드렸습니다.그런 일들은 앞으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북한이 악에 바치면 바칠수록 더 잦아지고 심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김정은은 와신상담, 절치부심하면서 연평도의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고 몸부림쳐왔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을 덜어준다면 북한이 악에 바치는 걸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이것이 제가 북한에 쌀을 주자고 주장하는 소박한 이유입니다.우리 잘못도 아니고, 툭하면 우리를 해치겠다고 덤비는 놈들을 돕자는 게 제 정신이냐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그렇지만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겁니다.
식량은 인도적 문제입니다. 유엔이 북한을 온갖 제재로 꽁꽁 묶어 두면서도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은 막지 못하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선 남북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룹니다. 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제재를 풀 수 없다는 미국과 척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저는 이 주장이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역시 환상입니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마저 동의해 만든 유엔 제재를 넘어서, 우리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그보다는 차라리 우리가 핵을 가지자는 주장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지난 70년 동안 필사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버틴 끝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특히 한미동맹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의 토대였습니다. 유엔 제재 해제 주장과 핵무장 주장은 그걸 한 순간에 털어 먹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대안이 있나요?저는 아직 그런 대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쌀을 주는 걸 반대할 거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북한에 쌀을 주는 정도라면 충분히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우리가 안 하면 어차피 중국이 하는 일인데, 우리가 하는 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겪어온 북한 문제는 너무나 실존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전쟁을 벌여서라도 북한 체제를 무너트리지 않고선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이 재발하는 건 막아야 합니다.
이 말을 좀 유식하게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통일이 아니라 전쟁을 막는 것이라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현재로선, 나아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환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입니다. 쌀을 주면서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인도주의적이자 현실적인 대책입니다.그러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남북한 대립의 시대를 평화협력의 시대로 바꿔 나가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쌀을 주자는 주장은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낚아채는 준비를 하자는 뜻도 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조금 더 과감한 주장을 펴고 싶습니다.북한이 어떤 일을 저지르더라도, 전면전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면 쌀을 주자고 말입니다.이걸 국회에서 법으로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이건 우리 탈북자 단체가 북한에 보내려고 준비한 쌀통입니다. 제 주장은 북한에 쌀을 이렇게 보내지 말고 배나 기차로 제대로 보내자는 겁니다.
창넘어 북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pzcmar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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