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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나토탈퇴 언급 때 사임 생각...폼페이오, 설득 노력 포기"

입력 2020.06.24. 13:09 댓글 0개
"민주당과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실수"
"임기 중 트럼프에게 도전하지 않은 것은 실수"
"트럼프가 시진핑에 재선 도움 요청, 과장 아냐"
[테네시=AP/뉴시스]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19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밴더빌트대학교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십 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6.23.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에서 증언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탄핵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화상 인터뷰에서 '왜 탄핵 조사 증언 요청에 응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처음부터 탄핵 절차가 실패할 운명(doomed)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원 청문회에서 증언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들(민주당)과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탄핵 조사에서) 어떤 말을 했더라도 그들의 실수로 인해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탄핵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그쳤다는 비판이다. 그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너무 성급히 궁지로 내몰아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게 했다고 거듭 비판한 뒤 "민주당의 탄핵 전략이 180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공식 출간된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가톤급 폭로에 나섰지만 민주당 주도하는 하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남용 혐의에 대해 증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당시엔 이를 거부했었다. 당시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그는 작가일지는 몰라도 애국자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과 공화당 등 미국 일각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탄핵 증언 요청 거부를 언급하면서 그의 목적이 복수이자 인세 수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회고록을 냈다고 비난한다"면서 "분명히 말하건데 돈이 목적이었다면 백악관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개인적인 신념을 위해, 현안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임기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다 공격적으로 도전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실수'이었을 수도 있다"면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아니라 미국의 외교정책에 (업무의)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는 재임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그는 "나는 수사관이 아니다. 다른 할일이 많았다"며 "다른 백악관 고문들에게 우려를 전했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려고 노력했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선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대통령은 듣기 싫은 비판을 거부하는 것에 능숙하다"면서 "백악관 업무는 TV 드라마 '웨스트 윙'과 같지 않다. 대통령과 극적인 대립은 아니다. 대통령을 맞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합류 초기 가장 충격을 받은 순간'을 질문 받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나토 탈퇴를 시사했을 때"라면서 "백악관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사임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이라고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나토 탈퇴를 실제로 검토했다면서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도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평화적인 정권을 내려놓겠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러기를 바란다"면서 "트럼프 행정부 체제로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대선 전망을 두고는 "평생 보수주의자로 살아온 내게 실망스러운 시간일 것"이라고 했다. 오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에 영향을 줬다'는 미국 일각의 시선을 두고는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는 전략도 정책도 없다. 러시아인 아니 다른 사람들이 조작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고 힐난했다.

그는 "내 우려는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이 원하는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을 쉽게 조정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었다"고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재선을 도와달라고 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과장하지 않았다(i think the evidence for that is slight to say the least)'면서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강경노선을 유지할지 협상으로 선회할지 지켜보라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정책에는 "현실적인 세계관"이라면서 이례적으로 공감대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재개하는 등 친사우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혐오스러운 행동'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회고록 발간을 옹호했다. 그는 자신이 백악관 임기 중 작성한 메모를 파기하는 등 미국 연방 기록물 보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관련법은 모든 대통령 관련 기록물 보존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임기 중 작성한 메모를 파기했다면서 어떻게 500쪽 분량의 회고록을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나는 내 메모가 보관돼야할 기록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많은 사람도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당파적으로 이용했다고 비난한 뒤 그에 휘말릴 이유는 없었다고 거듭 자신을 변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해 평화결정을 하기로 한 결정이 오래동안 고심해온 사직을 최종 결정했다"고도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간 비교 요청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두 사람 다 걱정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끔찍한 선거"라면서 "두 사람의 차이점이라면 바이든은 생각이 있고, 트럼프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결부시킨 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결정을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너무 무섭다"며 "일관성과 규칙성이 없고 산발적이고 효과적이지 못한 코로나19 대응은 내가 가지고 있던 공포에 대해 정확히 보여준다"고도 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 누구도 찍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한 뒤 출간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볼턴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출간을 비판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두고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자신의 사임을 초래한) 북한과 중국, 이란 등 다양한 국가 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자주 공유했다"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중단했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는 그의 정치적 미래가 트럼프 행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며 "의심할 여지없이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에 대한 내 생각이 공화당의 주류라고 믿는다. 내가 실망하는 것은 트럼프가 거기서 너무 멀리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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