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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비에 젖는 할머니 사진···'나눔의집' 고발을 결심했다"
입력 2020.06.20. 09:01 댓글 0개"할머니 짐 밖에 내놔 인권상 깨져…지금도 화내"
"경복궁 가고 싶어 한 할머니 춥다고 못가게 해"
"한달 후 총무원장 행사 데리고 가…야외 2시간"
"2016년 정관 '위안부 요양시설' 완전히 사라져"
"후원금 받을땐 할머니 내세워…돈 조계종 법인에"
경찰, 나눔의 집 사무국장 압수수색 등 수사 중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작년 나눔의 집 증축공사 때 할머니들 짐을 (파란색 박스에 담아) 밖에 내놨어요. 당시 장마철이었고, 그 짐들도 비를 맞았죠. 거기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의 하나 남은 20대 때 사진도 있었어요. 그 사진이 손상됐으면 누가 책임질 거죠?"
지난 17일 오전 뉴시스가 만난 나눔의 집 김대월(35) 학예실장은 나눔의 집 문제 제기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눔의 집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을 외부에 처음 알린 인물이다.
김 실장을 만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은 인적이 드문 산속 작은 마을 가장 안쪽에 위치해있다. 이 곳의 평화롭고 고요한 분위기와 인터뷰를 하며 수시로 울분을 터뜨리는 김 실장의 모습은 묘하게 대비됐다.
나눔의 집으로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산길 곳곳에는 "나눔의집 진입도로 확장/우회 반대 호텔식 요양원 설립 반대", "나눔의집은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라"라고 적힌 거대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곳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니를 관리·통제·동원 대상으로…그래서 고발했다"
김 실장은 나눔의 집 운영진이 할머니들을 여러 행사에 동원하거나 후원금 모집에 이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10월께 피해자 할머니 중 한 분이 경복궁 가는 게 소원이라 한번 모셔다드려야 한다고 건의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법인 운영진이 추워서 안 된다며 거절하더라고요. 그런데 그해 11월 나눔의 집에서 20년 동안 있던 스님(원행 스님)이 총무원장이 됐으니 그 행사에 데려가야 한다고 할머니를 모시고 가요. 조계사 야외에 2시간 동안 있게 했어요."
그는 할머니들에 대한 법인 운영진의 보살핌 등 관리도 부실하다고 전했다.
"할머니 중 한 분은 치매가 있고 폭력적 성향이 있어요. 그런데 법인 운영진이 할머니 세 분을 동원하면서 나란히 봉고차에 앉혀 놓는 거에요.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죠? 실제로 할머니 한 분이 다른 할머니 여기(가슴팍)를 쳐서 부상을 입힌 적도 있어요."
김 실장은 할머니 한 분 한 분에 대한 독립적인 보살핌이 필요해 직원을 추가 채용하자고 주장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도 했다.
"20년 째 할머니들을 보살피는 간호사가 한 분이에요. 요양보호사도 네 분이에요. 두 분씩 교대 근무하니 총 세 분이 할머니를 케어하는 거죠. 할머니가 열두 분, 열세 분 됐을 때도 인원은 세 명이었던 거죠. 지금은 다섯 분 남으셨지만…"
김 실장은 지난해 나눔의 집 증축 공사 때 할머니 짐을 밖에다 내놓은 사건이 고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나눔의 집 시설 수용 인원을 20명으로 늘리는 증축공사를 진행했어요. 당시 1층에 거주하던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거처로 옮겨졌고, 할머니들 방에 있던 짐들은 (파란색 박스에 담아) 밖에 내놨어요. 거기에 할머니 한 분의 하나 남은 20대 때 사진도 있었어요. 인부들이 그걸 조심스럽게 놨겠어요? 던졌겠지. 그 과정에서 할머니가 받은 유리로 된 인권상은 다 깨졌어요. 할머니 한 분은 (그 일로) 지금도 화를 내요. 그때 직원들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해 내부적으로 해결을 요청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로 돈 모아, 호텔식 요양원 차리려고"
김 실장은 당시 증축공사를 호텔식 요양시설을 차리기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운영진은 증축사업을 신청할 때 위안부 피해자가 더 들어올 수 있다는 핑계를 댔어요. 그런데 사실 나눔의 집 정관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요양 시설이라는 내용이 없어요. 정관에 없다는 핑계로 후원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으면서, 필요할 땐 다시 그 핑계를 대죠. 그래놓고 나중엔 '요양시설 하겠다', '미혼모 시설 만들겠다' 이런 얘기를 해요. 최근에는 무료요양시설에서 '무료'를 빼는 정관 변경도 신청했어요. 호텔식 요양시설 짓기 위해 준비하는 것 아닌가요."
그는 나눔의 집 법인 정관에 있던 '정신대'(당시 '위안부'를 지칭하던 용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라는 내용이 빠졌다고 전했다.
"후원금 사용은 법인 정관에 구속돼요. 나눔의 집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첫 번째 목적으로 정관에 정신대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뒤로 밀리더니 2016년께 완전히 사라졌죠. 그런데 여전히 나눔의 집은 후원금을 모금할 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및 안정이라는 내용을 담아요. 그 돈이 조계종 법인에 가죠. 후원금을 받으면 안 돼요."
김 실장 등 내부고발자 7명은 지난 3월부터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시설이라고 후원금을 모은 후, 조계종 노인요양사업에 쓰려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호텔요양시설을 국민이 할머니를 위해 쓴 돈으로 짓겠다는 거죠. 지금 현금 자산만 70억원, 부동산은 60억원 대에요. 다 돌아가시면 그 돈으로 요양원 짓겠다는 거죠. 오래전부터 준비했어요. 할머니 위해 쓸 돈 아껴서 케어는 엉망인데."
이런 문제를 토대로 지난해부터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해 온 김 실장 등 7명은 올해 3월 언론과 수사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고발했다.
경찰은 후원금 부정 사용 등 횡령 혐의를 받아 온 전 나눔의 집 사무국장과 시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나눔의 집 시설에 대한 수색도 이어가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나흘째 이어진 사직 행렬···병원장이 교수 직접 설득하기도 정부의 2천명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진료접수창구 앞을 지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과 전공의 처벌이 임박하자 의정 갈등 전면에 나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광주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빈 자리를 한 달 넘게 메우던 교수들이 무더기로 사직 의사를 표하자 병원장이 직접 '교수 달래기'에 나섰다.2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전남대·조선대 의대 교수들은 지난 25일부터 각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제출하고 있다.전남대 의대 교수 비대위에 이날 현재까지 사직서를 낸 교수는 총 283명 중 92명이다. 조선대 의대 교수는 총 161명 중 46명이 비대위에 사직서를 건넸다.두 비대위는 사직서를 취합해 조만간 학교 측에 일괄 제출할 계획이다.교수들은 사직서 수리 시까지 주 52시간 이내로 외래·수술·입원 진료를 하는 준법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대학병원은 교수들의 근무 시간 단축을 우려하고 있다.공공보건의와 군의관이 의료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만, 각 진료과를 진두지휘하는 건 교수(전문의)이기 때문이다.전남대·조선대병원은 환자가 급감한 병동을 통폐합하며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이미 한 달 넘게 이어진 과중한 업무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교수들의 향후 집단행동에 병원 측이 예의주시하는 이유다.상황이 악화일로에 치닫자 전남대병원장은 교수 달래기에 나섰다.정신 전남대병원장은 이날 오전 본·분원 소속 350명 임상교수 이상 교수들에게 개별 문자를 보내 필수진료 유지를 호소했다.정 원장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 현 상황에서 진료 기능 축소로 교수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의대 비대위 결정으로 일부 과에서 외래, 응급 진료범위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병원은 광주·전남 환자들의 최후 보루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를 최우선으로 염두해 두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불가피하게 과의 상황으로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자 한다면, 미리 진료처와 협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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