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잡동사니 창고에서 아들 위한 집으로 다시 태어나

입력 2020.06.08. 16:39 수정 2020.06.11. 14:30 댓글 0개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4호 완료
강박수집증 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3 김군
온갖 잡동사니로 발디딜 틈 하나 없는 집
집착 버리고 가족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4호가 완료됐다.

집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지만 온갖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가족이 있다면 이는 안식처가 아닌 창고나 다를바 없다. 차라리 밖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고역이다.

중학교 3학년 김군의 집이 그랬다. 김군 나이에 집은 학교에서 돌아와 벌렁 드러누워 하품을 내쉬거나 라면을 끓여먹는 공간이 돼야 하지만 그를 위한 공간은 단 한평도 찾기 어려웠다.

함께 사는 어머니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는 김군이 7살때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김군을 혼자 키워오고 있다. 김군 위로 누나도 있었지만 어머니와 몇 차례 싸우다가 결국 가족을 등지고 뛰쳐나가 여태까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4호가 완료됐다.

긴 세월 일해오다 보니 어머니의 몸도 성치 않다. 최근에는 흔히 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 및 척추증에 우울증과 이로 인한 불면증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백내장과 무릎 수술까지 받으면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기초수급 생활비로 지내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김군은 학교를 성실히 다니며 꿈을 키운다. 학원을 다닐 형편은 못되지만 EBS 교육방송을 시청하며 성적도 괜찮은 편이다.

그렇지만 집에 들어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4호가 완료됐다.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에 함께해 준 엑스페론 골프 임직원들

가뜩이나 남의 시선에 예민한 사춘기 시절의 김군에게 집은 친구를 데려올 엄두조차 나지 않는 곳이다.

방이고 거실이며 일년에 한번 쓸까 말까 한 잡동사니들이 마구잡이로 널부러져 산을 이뤘고 그조차도 부족해 베란다에는 물건이 담긴 박스가 십수개가 쌓였다.

심지어 화장실조차 발만 겨우 내딛을 정도로 잡동사니가 가득하다. 안입는 옷가지, 냄비, 그릇, 세제는 좀 치우면 좋겠건만 어머니의 강박 수집증은 여전했다.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드니 물건들을 곁에 두고자 하는 그 심정을 이해할까 하다가도 김군은 집에만 들어오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54호가 완료됐다.

결국 아들을 위한 마음에 어머니가 결심을 하면서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 사랑의 공부방 꾸미기 154호의 대상 가정으로 선정됐다.

한가득 쌓인 안쓰는 물건들이 몇년만에 집 밖으로 꺼내졌다. 50L 봉투에 담아도 20여개가 넘는 끝도 없는 분량이었다. 결국 사다리차까지 불러 옮겨야 했다.

텅 빈 집은 새단장을 마쳤다. 도배와 장판을 시공했고 김군을 위한 책상과 옷장, 침대가 들어오면서 공부방도 생겼다.

집에 들어오기조차 싫었던 김군의 마음도 비로소 풀렸다. "우리집 맞아"라며 신기해하는 김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됐다.

이번 154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도 늘 구슬땀흘리며 헌신을 아끼지 않는 엑스페론 골프 임직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광주재능기부센터 관계자는 "처음으로 깨끗한 공간에서 살게 된 김군이 자신이 받은 사랑과 정성을 기억하며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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