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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협치' 재시도···여야정 협의체 정례화 실현될까
입력 2020.05.27. 16:03 댓글 0개협치 제도화 방안 논의도…비교섭 단체 협의체 포함 여부 주목
3차 추경·질본 승격 협조 요청할 듯…靑 "격없는 대화 나눌 것"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하루 앞으로 다가온 여야 원내대표 초청 오찬 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야권과의 협치 실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험 무대로 볼 수 있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과의 단순한 상견례 성격을 넘어 '개점 휴업' 중이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재가동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 과정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 오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은 2018년 11월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출범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현 정부 들어서 네 번째 원내대표 회동이다.
지난 4·15 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된 21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에게 자신의 협치 의지를 밝히고, 야당의 협력을 당부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지난 24일 "이번 대화는 문 대통령이 초청하고 양당 원내대표께서 흔쾌히 응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오찬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원내대표들 간에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사전 의제 조율 없이 허심탄회하고도 격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석자를 최소화 할 방침이란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앞선 원내대표 회동 사례 때와 달리 문 대통령과 참석자의 모두 발언 공개 없이 곧바로 밀도 있는 대화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원내대표 초청 오찬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중심으로 정부의 위기 극복 노력에 대해 야당의 폭넓은 협력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음 달 초 예정된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을 감안할 때 그에 앞서 이뤄지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는 남은 임기 동안 야권과의 관계 형성을 비롯한 협치 분야에 적극적인 의지를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비록 177석의 거대 여당의 지위를 바탕으로 대다수 법안 처리에 어려움이 없는 물리적 여건이 조성됐다 하더라도 국정 운영의 공식적인 협의 채널인 여야정 협의체를 통한 협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와 앞으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함께 논의하고 협의할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대 국회 때 합의하고도 중단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차기 국회에서 개선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3개월에 한 번씩은 (국회) 분위기가 좋든 나쁘든 관계 없이 무조건 만나자는 식으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합의했지만 그 합의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협치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손을 마주 잡아준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야권의 적극적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통과를 비롯해 질병관리본부를 승격시키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1대 국회에서 달라진 야권 지형을 반영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참여 주체를 새로 설정하고, 상설협의체라는 명칭에 걸맞도록 정례화를 명문화 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11월5일 처음 열린 뒤 '개점 휴업' 상태에 있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재가동을 위한 논의를 사실상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대 국회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원칙으로 삼았다. 당시 참여 주체를 원내 교섭단체를 기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첫 회의는 5당 원내대표 참석으로 결론났었다.
당시 문 대통령과의 논의 자리에는 정의당을 포함한 5당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것으로 하되, 협의체에서 합의한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교섭단체 중심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았었다.
하지만 다당제 형태였던 20대 국회와 달리 이번 21대 국회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양분하다시피 한 상황을 감안해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참여 주체부터 새롭게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비록 통합당이 한국당과의 합당 결정을 통해 비례대표 위성정당 논란 요소는 사라졌지만 민주당의 경우 열린민주당 문제가 있어 원내 비교섭 단체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오찬 대화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만을 초청한 것은 원내 교섭단체들의 대표성을 고려한 선택이었고, 향후 여야정 협의체의 참석 주체와 시기 등 협치의 제도화를 위한 최종 결정은 별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달라진 21대 국회의 의석 변화 등을 모두 감안해 협치의 제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원내대표 오찬 이후) 추후에 결정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의도에서는 형식 논리를 앞세워 교섭단체를 기준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능한 한 다양한 주체가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협치라는 여야정 협의체의 기본 취지에 더욱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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