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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서 아픈데 치료비 없다면?···인권위 "국가가 내야"

입력 2020.05.27. 12:00 댓글 0개
"유치장서 병원비 없어 진료 못 받았다"
인권위, 접수된 진정 관련해 의견 표명
"구금 중에도 기본적 의료 처우 받아야"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유치장에 구금된 이들에 대해 경찰이 적절한 의료처우를 하지 않는다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유치장 구금 기간 중에도 기본적인 의료 처우가 보장될 수 있도록 방법 및 절차 등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경찰청장에게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의 이번 의견표명은 경찰서 유치장에 있으면서 병원비가 없어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진정이 접수되면서 나왔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께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구치소에 입감 전 왼쪽 갈비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평소 지병인 고혈압과 신경정신과 질환 등으로 복용해야 할 약도 떨어져 있어 경찰에 약 처방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경찰서 옆 병원에 데리고 갔다. 하지만 진정인이 치료비가 없고, 해당 병원에 진료비 22만원을 미납한 사실이 있어 처방을 못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위 조사 결과에서도 A씨는 해당 경찰서 유치장에 3일간 구금돼 있으면서 경찰관들과 함께 병원을 방문했으나 병원비가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치장에서는 A씨에게 진통제만 4차례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는 "이런 상황은 비단 진정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짧은 기간 구금돼 있는 유치인이라 하더라도 질병이나 부상이 있는 경우 국가에 의한 의료적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7년과 2019년 인권위가 실시한 유치장 방문조사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한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유치인을 위해 경찰이 의료비 예산을 집행한 사례가 드물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경찰은 유치인에게 질병이나 부상이 있으면 유치인 자비로 치료를 받도록 하지만, 치료비가 없는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또는 의료급여법의 제도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응급환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경우에만 가능한 실정이다.

인권위는 "유치장 자체적으로 의료시설과 의료인력 등을 갖추지 못해 외부병원 진료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며, 의료비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진료비 부담 능력이 없는 유치인이 의사 처방에 따른 약제 복용이나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국제 기준 및 국내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4월 이 같은 내용으로 경찰을 직무유기로 고소했고, 검찰은 증거 불충분에 의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 사건이 수사기관에 의해 종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진정은 각하하고 진정에 대해 의견표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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