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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人터뷰]김웅 "통합당 왜 이리 밉상 됐나···공감 능력과 세대 교체 필요"

입력 2020.05.01. 08:26 댓글 0개
"패자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통합당에 대단한 자산"
"정책 개발하고 이미지 개선…당 인물도 달라져야"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통합당이 싫어서 투표"
"이슈 제시 못하고 통합, 포용도 안되는 모습 보여"
"새로운 아이디어 내는 젊은 감각, 세대 교체 필요"
"당선인 총회에서 본 욕망…침묵하는 다수 변해야"
"극약처방이지만 비대위가 아니면 안되겠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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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01.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최서진 기자 =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송파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웅 전 부장검사는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지 불과 3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다. 형사부 검사들의 얘기를 다룬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로 먼저 이름을 알렸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사표를 냈다.

새로운보수당의 1호 영입 인재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가 정계개편 흐름을 따라 미래통합당 소속이 된 그는 통합당의 우세 지역인 '강남 3구' 중 한 곳에 공천을 받았다. 여유있게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었지만 막상 개표를 시작하니 수월하지 않았다. 조재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3614표 차이로 따돌리며 접전 끝에 승리하게 됐다.

이 때문인지 인터뷰를 하러 온 그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참패'라는 단어가 과장이 아닌 통합당의 이번 총선 결과를 받아들고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지지자들과 한 약속을 다 관철시킬 수 있을까. 갑작스럽게 선거가 끝나서 실감은 안나고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패자에 이목이 쏠린 이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자에 대한 관심은 지금 우리에게 대단한 자산이다. 관심이 없어지게 되면 끝이다. 국민에게 뭔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좋은 기회에 당이 국민에게 나라가 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한다는 김웅 당선인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의 인터뷰 요지.

-당선 소감이 어떤가.

"부담을 많이 느꼈다. 선거 때 공약해 놓은 게 많은데 어떻게 다 관철시킬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당장 180석이 넘는 여당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리고 당도 변화해야 하는데 (당론과) 다른 생각을 이야기하면 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아직 있다. 이 세 가지를 다 생각하니 엄청 부담스러웠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검사일 때는 이건 무슨 법률에 해당된다고 결론을 내면 되는데, 정치는 아니다. 이미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들고 그런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총선에서) 간신히 이긴 것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 정말 어려웠구나' 생각을 했다. 우리 당이 왜 이렇게까지 '밉상'이 됐을까도 생각했다."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을 것 같은데.

"남자들이 축구를 보는 것과 비교하고 싶다. 축구를 볼 때 우리나라 남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전문가 아닌가. 정치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자기가 정치 전문가다. 조언을 많이 받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 위주로 (선거운동) 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직접 손 한 번 잡는 게 최고다' 하는 데 상충되는 내용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무엇을 택하느냐가 중요했다. 선거 시작하면서 길바닥에 명함을 뿌린다거나 형식적 행사를 만드는 무리한 선거운동은 하지 말자고 마음 먹었는데, 마지막에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는 다 한다고 하니 되게 흔들렸다. 그런데 캠프 분들이 '하지 말기로 한 건 하지 말자' 그 이야기를 해주셔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위기들 속에서 배웠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01. photo1006@newsis.com

-미래통합당 선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원인은 뭐라고 봤나.

"국민들이 이번에 통합당이 아니고 민주당을 찍은 것은, 민주당이 좋아서 찍었다기보다는 통합당이 싫어서 찍은 거라고 본다. 싫은 이유를 물으면 수백가지 싫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사실 다 피상적이고, 그냥 싫은 거다. 감정이라는 건 이미지로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 행동을 보고 싫은 이유가 만들어진다. 오래 보면서 우리 당에 대해 단기간에 씻어낼 수 없는 미운 감정이 쌓여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이 정부 잘못만 내세웠다. 실력 없고 품성도 안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국민이 봤을 때는 우리도 실력 없는 건 마찬가지다. 코로나는 (정부가) 잘한 거라고 보는데 왜 너희(통합당)는 잘못했다고 주장해? 왜 가르치려 들어? 이런 것이다. 우리는 경제 살린다고 했지만 어떻게 살릴지 아무 답도 준 게 없다. 선거에서 이슈를 제시한 게 없다. 또 공천에서 보이는 모습이나 당을 이끄는 사람도 통합이 안 이뤄지고 포용이 안되는 모습을 보였다. 품격 있게 달라져 보라고 국민들이 요구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쉽게 말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움이 가라앉고 나니 우리 실체가 드러난 것 아닐까."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두 가지를 같이 해야 한다. 먼저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를 들면 우리가 기본소득 문제에 있어서도 의욕을 떨어뜨리고 전체적으로 경제 자금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지금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옛날 산업혁명과 사회구조가 달라졌는데 거대 소비 집단을 어디서 만들 수 있겠나. 그런 부분은 보수 쪽에서 아무도 답을 안한다. 그런 부분에서 해답을 찾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실체가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는 결국 이미지가 달라져야 한다. 이름은 바꾸긴 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지도부)이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왜 싫냐고 물으면 우리 당 간판(인물들)이 싫다고 한다. 싫다는데 왜 자꾸 내세우고 있나. 사람을 바꿔야 한다."

-젊은 인물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당이 바뀌었다는 것을 국민에게 정말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또 나이 적고 경험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우리 당이 정치적 경륜이 부족해서 진 게 아니거든. 바둑을 둘 때 경력이 60년 됐다고 잘 하는 게 아니다. 이창호 9단이 경력이 오래 돼서 잘한 게 아니었다. 국민들에게 경륜이라는 건 더 이상 안 통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거다. 정부를 봐라. 하는 족족 다 깨져도 뭔가 아이디어를 내지 않나. 말도 안되는 소득주도성장이든 뭐든 이슈를 들고 오고 뭔가를 하려고 한다. 우리는 그게 없다. 근데 누가 만들겠나. 기존 방식을 똑같이 하는 건 의미 없다. 외국에선 중진이 뒤로 빠지면서 젊은 친구를 내세운다. 그 안에서 자기들 생각을 젊은 감각으로 표출시키며 세대 교체를 해 나간다. 그게 지금 필요하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01. photo1006@newsis.com

-며칠 전 새로운 21대 당선자들과 처음으로 총회를 했는데, 분위기는 어땠나.

"당선인 총회에서는 욕망을 봤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욕망이 들끓는 것 같다. 좀 감정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주제였는데, 비대위 반대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건데도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길게 말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데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다보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당원들도 국민들도 사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본다. 저는 말없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목소리 큰 소수에 의해 그간 우리 당이 많이 흔들렸다는 걸 깨닫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 사안에 대해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찬성하는 사람은 '김종인'이 아닌 '비대위'에 방점을 두고 있고, 반대하는 사람은 '김종인'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봤다. 저의 경우에는, 당의 간판을 바꾸겠다고 해도 사람들이 봤을 때 더 혼란스러운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지금 (당 대표로) 나서는 사람들 중에서 정말 국민에게 통합당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상황에서는 바뀌기 어렵고, 극약처방이지만 비대위가 아니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권 경쟁을 하면 조직 싸움, 상대방 네거티브 공세밖에 안 나오지 않겠나."

-정책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국회 들어오면 1호 법안으로 정보경찰 분리법을 이야기한 바 있는데 설명해달라.

"기본적으로 항상 권력기관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이 너무 세고, 센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 경찰의 문제가, 전국 단위로 통제하는 하나의 구조다. 위에서부터 저 밑의 파출소까지 다 힘이 미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경찰이 같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도 범죄 정보는 수집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사찰에 가까울 정도로 정보경찰이 움직이는 조직이 없다. 이게 왜 위험하냐면 정부가 수사하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거다. 뿌리가 독일 게슈타포라는 논문도 있다. 참여연대도 폐지하라고 말한 바 있다. 굉장히 후진적인 구조다.

결국 대통령이 누구냐를 떠나서, 어떤 대통령도 권한을 함부로 쓸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발의하고 싶은 법안이다. 그리고 매우 초당파적이다. 처음에 좌측 진영에서 주장한 것을 우파가 나서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셈이니까."

-정책 관련해서 원하는 상임위원회가 있나.

"정보경찰 법안을 다루려면 행정안전위원회를 가야할 것 같지만, 손님은 손님 밥 먹어야 한다고 내가 아는 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다. 법사위를 희망한다. 소수 야당이 결국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법사위라고 생각한다. 축구에서 선수가 제일 부족해도 가장 마지막으로 빼는 게 골키퍼다. 법사위는 골키퍼 역할을 하는 상임위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01. photo1006@newsis.com

-통합당에 지금 필요한 것을 하나 짚어본다면.

"지금으로서는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에서 포용력도 나온다. 이쪽에 와서 정치 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남의 입장에서 살아본 적 없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자. 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계속 그 점장 있는 곳에 나가서 일한다. 그럼 상대 변호사는 화간이다 뭐다 하지만, 사실 그 여성은 그 곳 아니면 먹고 살 방법이 없는 거다. 없는 집 애들에게는 그 길 밖에 없게 만드는 게 우리 사회다. 성공한 사람들은 본인이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지만, 재수가 좋았고 행운이었을 뿐이다.

내가 당선된 건 행운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혔던 거지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내가 비상해서 됐다고 생각하면 열심히 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상처다. 그런 부분을 이해 못하면 사람들에게 절대 다가갈 수 없는 거다. 차명진 전 의원의 막말도 팩트(Fact)라고 이야기하는데, 큰 팩트를 숨기려고 작은 팩트를 이야기하는 건 엄청난 분노를 가져온다. 어린 아이들이 죽었고 시스템이 하나도 작동을 못했는데 그 진실을 묻으려고 작은 소비성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큰 팩트를 가리려고 하면 (작은 팩트는) 거짓이다. 이럴 때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당에서 당직 등 역할을 맡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처음엔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든 뭐든 안정적으로 굴러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동안 나는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누군가 정치는 공부하는 게 아니고 알리는 것이라고 하긴 했는데, 지금은 너무 말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뭔가를 꼭 해야 하고, 국민들은 이 방향을 가는 것을 원하고 이런 부분을 알아야 하는데, 이 방향이라고 말해왔어도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좀 생각해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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